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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대박 '하루 한 잔', 술꾼 많은 한국선 왜 안 먹힐까

환경, 술 문화, 정서 미국과 달라 어려움…할인 서비스로 바꾸는 등 활로 모색

2018.10.05(Fri) 18:10:24

[비즈한국] 스트레스받는 하루, 퇴근길 자신에게 술 한 잔을 선물한다. ‘하루 술 한 잔은 건강에 좋다’고 되뇐다. ‘술’과 ‘건강’이 한 문장에 들어가면 언제나 치열한 갑론을박을 불러온다. 애주가는 손뼉을 칠 테지만. 경험적 사실은 물론이고 과학적 연구도 제각각이다. 결론이야 어찌 됐든 결국 많은 사람들이 퇴근길에 술 한 잔 걸치고 싶을 만큼 힘든 인생을 살아간다는 방증이다.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끈 하루 한 잔 월 구독 모델. 지난해부터 국내 스타트업들이 시도하고 있다. 국내에 안착할 수 있을까?

 

월 9900원에 하루 한 잔이 무료로 제공된다면 어떨까? 하루 330원. 건강이 걱정될지 몰라도 솔깃하다. 미국의 스타트업 후치(HOOCH)는 2015년 이 사업 모델을 시작했다. 한 달에 9.99달러, 1년에 295달러를 내면 제휴 맺은 바에서 매일 한 잔씩 무료로 마실 수 있다. 큰 인기를 끌며 현재 20만여 회원을 확보했다. 최근 500만 달러(약 56억 원) 시드 투자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후치의 사업모델을 국내에서 시도하는 스타트업들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드랭캣, 데일리샷, 런오프, 칵테일플리즈는 각각 다른 타깃층을 두고 사업을 운영한다. 한국은 1인당 연간 술 소비량이 10.2리터로 세계 평균 6.3리터를 두 배 가까이 앞선다. ‘하루 한 잔’을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은 ‘블루오션’처럼 보이는 국내 시장에서 어떤 전략을 취하고 있을까?

 

# 소주파·수제 맥주파·칵테일파로 분류

 

한국의 주류 종류는 다양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분석한 결과 국내 술 소비 비중은 맥주 22%, 와인 2%, 고도수 증류주 7%, 기타 69%였다. 소주가 기타로 분류된 결과다. 자연스레 소주와 병맥주를 파는 일반주점, 수제 맥주를 파는 브루펍, 칵테일이나 위스키를 파는 고급바로 타깃층이 나뉘었다. 

 

주류 구독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하면 첫 잔은 무료로 제공된다. 사진=박현광 기자

 

월 9900원 구독 모델은 같지만, ‘한 잔’을 제공하는 방법은 조금씩 다르다. 드링캣은 소주나 안주를 시키면 소주 한 병을 무료로 준다. 수제 맥주를 타깃으로 하는 데일리샷과 런오프는 무료로 제공된 수제 맥주 한 잔 외에도 안주나 맥주 한 잔을 더 시켜야 하는 방침을 도입했다. 칵테일플리즈는 바에 가서 뭐든 한 잔만 마시고 나와도 좋다는 생각이다.

 

한 달에 9900원으로 매일 한 잔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 가능할까? 술을 제공하는 가게가 손해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다. 데일리샷과 제휴를 맺고 명동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유 아무개 씨는 “손님이 와서 안주나 다른 맥주를 더 시키면 남는다”며 “진짜 딱 한 잔만 마시고 돌아가더라도 우리 가게를 홍보할 기회다. 마케팅 비용으로 보면 된다”고 답했다.

 

# 미국과 다른 환경, 술 문화 그리고 정서 넘어야

 

고객도 좋고, 서비스 공급자도 좋고, 서비스 중개자도 좋은 ‘윈윈윈’ 모델이지만 국내 정착이 쉽지 않다. 미국과 다른 환경, 술 문화 그리고 정서 때문이다. 우선 한국은 미국과 비교해 술집이 많다. 생활 활동 반경 곳곳에 술집이 있는 것은 물론 번화가를 가면 여러 술집이 한 지역에 모여 있다. 

 

드링캣을 운영하는 기정환 나인티랩스 대표는 “선택지가 많다. 번화가에 가면 그때그때 기호에 맞게 결정할 수 있다. 굳이 제휴점을 찾아가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것”이라며 “특히 소주는 여러 사람과 한 번에 많이 마시기 때문에 구독 모델의 효율이 낮다. 또 술을 정기구독하는 것을 정서상 꺼리는 경향을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과 다른 환경, 술 문화 그리고 정서의 차이 때문에 구독 모델 정착이 쉽지 않다. 사진=나인티랩스 제공

 

한국의 술 문화는 ‘함께, 그리고 많이’로 설명된다. 술자리는 종종 2차, 3차까지 이어진다. 한 번에 많이 마시기 때문에 한 잔을 무료로 주는 것이 큰 유인이 되지 않는다. 혼자보다는 함께 마시기에, 동료가 함께 멤버십 회원이 아니면 큰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

 

미국의 후치와 가장 비슷한 칵테일플리즈는 또 다른 난관에 부딪혔다. 칵테일 전문 바는 미국에선 특별하지 않지만 국내에선 고급문화로 분류되기 때문. 윤수한 프롬말리부 대표는 “미국에선 캐주얼 복장의 손님을 받는 것이 자연스럽다. 반면 우리는 호텔에 일부러 문을 숨겨 위치를 찾기 어렵게 해두는 고급바가 인기”라고 말했다.

 

미국의 바에선 캐주얼한 손님을 응대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국내에선 일부러 문을 숨겨 찾기 어렵게 할 만큼 바 문화가 폐쇄적이다. 사진=프롬말리부 제공

 

윤 대표는 ‘팁’ 문화도 한몫한다며 말을 이었다. 그는 “국내에선 바텐더가 칵테일을 무료로 제공하면 가치가 깎인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어 서비스 거부감이 있다”며 “미국에선 무료로 칵테일을 제공하는 문화가 자연스럽다. 또 적게는 1달러에서 많게는 5달러까지 팁을 받기 때문에 어떻게든 수익이 나고 거부감이 덜하다”고 덧붙였다.

 

수제 맥주는 가장 현지화에 적합한 소재로 평가받지만 쉽지는 않다. 런오프 애플리케이션(앱)을 선보인 김종현 다붓컴퍼니 대표는 “수제 맥주는 혼자 와서 한두 잔, 분위기 있는 곳에서 마실 수 있기 때문에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아이템”이라면서도 “그래도 아직까진 국내 정서상 맥주는 값싸고 간편하게 즐기는 술인 것 같다”고 답했다.

 

# 전략 변경 “​아직 가능성은 있어”​

 

드링캣의 기정환 대표와 칵테일플리즈의 윤수한 대표는 일찌감치 전략을 바꿨다. 소주가 주력인 드링캣은 월 구독이 아닌 할인 제공으로 돌아섰다. 할인을 유인 삼아 사용자 경험을 늘리겠다는 심산이다. 칵테일플리즈는 칵테일바를 소개하는 플랫폼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익숙하지 않은 바 문화를 정착시키는 단계를 먼저 밟고, 수익 모델을 얹겠다는 생각이다.

 

수제 맥주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일리샷과 런오프는 아직까지는 검증을 더 할 계획이다. 사업 모델이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다만 국내 사용자가 새로운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다고 판단해 1일 이용권, 일주일 이용권으로 먼저 고객에게 다가가는 한편 제휴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 

 

런오프의 김종현 대표는 “특별한 술에 대한 수요가 ​점점 ​늘고 있는 건 확실하다. 온오프라인을 통해서 홍보를 계속할 계획”이라며 “제휴점과 사용자 경험을 늘리면 가능성이 있다. 성공한다면 술 외에도 다른 분야에 응용이 무궁무진하다. 사업 모델을 발전시키는 단계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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