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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야행] "창고에서 만나" 성수동 수제화거리에서 이색카페 탐험

정미소 바꾼 '대림창고', 앤티크카페 '자그마치' 등 개성만점 카페 가득

2018.11.23(Fri) 17:23:30

[비즈한국]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이 화두가 된 시대. 지난 7월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많은 직장인이 ‘저녁이 있는 삶’​을 맞았다. 그들을 위해 퇴근 후 가까이서 즐길 수 있는 먹거리, 놀거리, 즐길거리를 소개한다.

 

지하철 2호선, 성수역은 서울의 오른편에 치우쳐 있다. 다른 뜨는 거리들이 보통 도시의 중심부에 위치한 것과 달리 2호선 뚝섬역과 건대입구역 사이 애매한 위치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성수는 누구도 관심 갖지 않던 동네였다. 1970~80년대 인쇄소와 자동차부품 공장이 즐비하던 골목에 1990년대 이후엔 수제화 업체들이 들어섰지만 동네는 여전히 산업단지의 후미진 뒷골목처럼 다소 어둡고 칙칙했었다. 

 

성수동 수제화 거리는 1990년대에 형성됐다. 수제화판매점을 비롯해 가죽전문점이나 구두 액세서리 등 500여 개가 넘는 수제화 관련 업체들이 이곳에 모여 있다. 사진=이송이 기자


그러던 거리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 건 성수동 수제화거리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거리에 카페와 문화공간 들이 생기면서부터다. 2~3년 전부터 오래되고 버려진 창고를 재활용한 창고형 갤러리와 대형 카페가 속속 등장했고 그 주변부로 아기자기한 카페들도 하나둘씩 단장하고 나섰다. 최근엔 ‘​한국의 브루클린’​이라는 별칭도 생겼다. 

 

하지만 SNS 등의 유명세만 믿고 세련되고 아기자기한 풍경을 기대하고 온다면 자칫 실망할 수 있다. 성수 카페거리는 쉽게 떠올리는 여느 유명 카페거리들과는 질감으로나 양감으로나 전혀 다른 느낌이다. 연트럴파크나 경리단길, 익선동과 해방촌 등 요즘 ‘힙’하다는 거리들에서 흔히 느껴지는 2030의 날아갈 듯 싱그러운 활기마저 이 거리에서는 어쩐지 거리의 묵직한 느낌에 흡수돼버리는 것 같다. 성수동에는 다른 거리에서는 볼 수 없는 그만의 허름하고도 단호한, 고전적이고도 복고적인 감성이 흐른다.  

 

수제화 가격은 대개 10만 원 대 초반부터다. 구두모양은 물론 가죽의 색깔부터 질감, 힐의 모양과 높이, 지퍼 액세서리 등 모든 것을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 사진=이송이 기자

 

“좋은 신발이 당신을 좋은 곳으로 데려다줄 거예요.”

 

신발을 선물하면 상대가 떠난다고 하지만, 떠나는 당사자는 좋은 곳에 닿을 것만 같다. 성수역 인근 카페거리는 사실상 수제화거리의 다른 말이다. 수제화거리를 논하지 않고 성수 카페거리를 말할 수 없다. 

 

2호선 성수역으로 나오면 3번 출구와 4번 출구 사이 일대에 수제화거리가 펼쳐진다. 맞은편인 1번이나 2번 출구로 나가도 수제화거리가 이어지고 몇몇 유명 카페도 있지만 카페가 많아 카페거리로 불리는 곳은 3, 4번 출구 쪽이다. 

 

3번 출구로 나가 조금 걷다보면 성수역 카페거리의 대표주자인 ‘​대림창고​’를 중심에 둔 카페들을 속속 만나게 되고, 4번 출구로 나가면 동네를 크게 한 바퀴 돌며 늘어선 가죽가게와 부자재상, 수제화점 들을 먼저 만난다. 

 

성수동 수제화거리는 1990년대에 형성됐다. 1950~80년대 서울역 인근 염천교와 명동 중심으로 형성됐던 수제화 매장들이 저렴한 임대료를 찾아 성수동 일대로 대거 이동했다. 수제화판매점을 비롯해 가죽전문점이나 구두 액세서리 등 500여 개가 넘는 수제화 관련 업체들이 이곳에 모여 있다. 우리가 익히 아는 국내 최대 제화 업체인 금강제화 본점도 있고 칠성제화 판매점도 보인다.

 

구두는 아무나 만들 수 없지만 누구나 신을 수는 있다. 그래서 거리는 이방인에게 생소하면서도 흥미롭다. 외관부터 세련된 감각이 느껴지는 작은 수제화 가게에 들렀다. 가격은 대개 10만 원대 초반부터. ‘모양은 마음에 드는데 굽이 높아서’ 혹은 ‘발은 편한데 색깔이 마음에 안 들어서’ 등의 이유는 이곳에선 안 통한다. 가죽의 색깔부터 질감, 힐의 모양과 높이, 지퍼 액세서리와 구두코의 모양 등 모든 것을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열된 구두들은 샘플일 뿐이다. 물론 진열된 것들 중 하나를 사서 바로 신고 갈 수도 있다. 놀이 삼아 한번 신어보면, 내 발에 맞춤한 것도 아닌데 샘플 구두조차 너무 편해서 그대로 신고 나가고 싶어진다.  


대림창고는 정감 있는 빨간 벽돌의 외관이나 옛 분위기 풍기는 옥상자리도 매력 있다. 커피는 물론 맥주와 피자, 파스타 등 식사까지 할 수 있는 전천후 갤러리카페다. 사진=이송이 기자


“​성수역 대림창고에서 만나자.”​

 

‘​​창고’​​라는 말에 친구가 깜짝 놀란다. 과거 정미소였다가 한동안 물류창고로 쓰였던 ‘​대림창고’​는 지금은 창고형 카페가 됐다. 갤러리나 공연장과 창고의 공통점은 층고가 높고 기둥이 없다는 점이다. 부자재의 이동을 위해 만들어졌을 거대한 문부터 들어가는 이를 압도한다. 이게 사람 들어가는 문 맞나 싶다. 창고 내부는 각종 전시가 펼쳐지는 매력적인 복합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대림창고는 처음 패션 브랜드의 행사장으로 쓰이며 외부에 이름을 알렸고, 성수동의 핫스팟이 되면서 성수역 일대를 서서히 카페거리로 변화시킨 주역이다. 낡았지만 정감 있는 빨간 벽돌의 외관이나 옛 분위기 풍기는 옥상자리도 매력 있다. 커피는 물론 맥주와 피자, 파스타 등의 식사까지 할 수 있는 전천후 갤러리카페다. 대림창고 주변으로는 카페와 문화공간이 이어진다. 

 

카페 벽 영화상영과 함께 앤티크가구와 꽃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zagmachi(자그마치)’는 이색적인 분위기 속에서 편안함이 느껴진다. 사진=이송이 기자


대림창고 바로 옆으로 또 다른 창고형 카페 ‘BAESAN’도 생겼다. 대림창고와 붙어있는 데다 콘셉트도 비슷해 입구가 헛갈린다. 카페 내부에 전시된 속눈썹 긴 핑크빛 자동차가 시선을 압도하는데 이곳에서도 커피는 물론 피맥(피자와 맥주)을 즐길 수 있다. 맞은편엔 감각적인 의류와 소품 등을 선보이는 편집숍 ‘SUPY’​가 있다. 들어가는 나무회전문부터 이색적이다. 입구가 독특해 머쓱하게 들어갔다가도 가게 콘셉트와 소품들의 재기발랄함에 감탄하며 나오게 된다. 영화 속 미국 고속도로 휴게소 분위기를 풍기는 카페도 함께 운영한다. 

 

대림창고와 함께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 유명해진 카페가 더 있다. 카페 벽 영화상영과 함께 앤티크가구와 꽃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zagmachi(자그마치)’는 이색적인 분위기 속에서 편안함이 느껴진다. 성수동페일에일을 비롯해 7~8가지의 수제맥주와 함께 피자와 크레이프케이크를 즐길 수 있는 ‘ShareDtable(쉐어드테이블)’은 목욕탕 콘셉트의 타일 공간이 독특하다.  

 

쉐어드테이블은 양쪽으로 입구가 있는데 마당에 캐러밴이 놓인 골목길 쪽 입구로 나가면 소바식당를 비롯해 수제버거집인 핑거팁스(fingertips), 형태나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만들고 싶은 음식과 음료를 만든다는 내 마음대로라는 뜻의 ‘​내풀로’​ 등이 골목 양쪽에 다닥다닥 붙어 있다. 

 

코너의 뮤직카페 ‘​​POZE’​와 마카롱과 밤라떼 등을 파는 디저트 카페 ‘​​Walk’​, 구석에 숨어 있어 찾기 힘들지만 매력적인 공간을 선보이는 베트남 식당 ‘​​냐항(Nha hang)’​, 무심하게 거리와 어울린 우동집 ‘​​춘하추 우동’​ 등 이색적인 카페와 식당이 거리 곳곳에 흩어져 있다.

  

성수 카페거리에서는 어느 곳이든 카페 안으로 들어가면 새로운 세상과 만나는 기분이 된다. 구석에 숨어 있어 찾기 힘들지만 매력적인 공간을 선보이는 베트남 식당 냐항(Nha hang). 사진=이송이 기자

 

성수역 4번 출구에서 더 가까운 ‘URBAN SOURCE(어반소스)’와 ‘URBAN SPACE(어반스페이스)’도 한창 뜨는 창고형 카페다. 모던하지만 어두운 실내가 편안한 느낌을 주는 어반소스에서는 매일 4~5번 빵 나오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 신선한 빵을 먹을 수 있다. 또 어반스페이스에서는 어른을 위한 볼풀에서 놀며 칵테일을 마실 수 있다. 

 

이 외에도 독특한 인테리어의 ‘​어니언’​과 맥줏집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갤러리카페 ‘​사진창고’​, 크림카레가 맛있다는 ‘​재주식탁’​ 등 수제화점들 사이로 개성만점의 카페들을 두루 둘러보며 거리 걷기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한식이 당긴다면, 쉐어드테이블 근처의 ‘​소문난 감자탕’​이나 뚝섬역 방향의 ‘​연탄불꼼장어’​로 가면 된다.   

 

감각적인 의류와 소품 등을 판매하는 편집숍 ‘SUPY’. 들어가는 나무회전문부터 이색적이다. 입구가 독특해 머쓱하게 들어갔다가도 가게 콘셉트와 소품들의 재기발랄함에 감탄하며 나오게 된다. 사진=이송이 기자


성수역 카페거리는 거리 자체는 다소 썰렁할지라도 일단 어느 곳이든 카페안으로 들어가면 새로운 세상과 만나는 기분이 된다. 독특한 아이디어와 이색적인 소품이 곳곳에 묻어 있다. 카페들의 콘셉트와 인테리어만 구경하며 다녀도 영감이 솟는다. 꼭 카페에 앉아 메뉴를 시키지 않아도 거대한 창고형 공간이 많아 들고나는 데도 비교적 자유롭다. 괜히 머리가 복잡한 어느 저녁, 성수역으로 무작정 떠나도 좋겠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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