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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야행] '맛, 멋, 재미 찾아' 골목탐험의 진수, 익선동

요즘 가장 핫 플레이스…북촌, 서촌과 다른 익선동 한옥의 정취

2018.08.29(Wed) 09:08:08

[비즈한국]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이 화두가 된 시대. 지난 7월 1일부터 주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많은 직장인이 저녁이 있는 삶을 맞았다. 그들을 위해 퇴근 후 가까이서 즐길 수 있는 먹거리, 놀거리, 즐길거리를 소개한다.

 

종로3가역, 지하철 1, 3, 5호선이 교차하는 곳. 종로3가역의 또 다른 이름은 ‘탑골공원’이지만 그 거리를 온통 할아버지들이 차지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 복잡한 거리를 조금만 뚫고 안으로 들어가면 그야말로 신세계가 펼쳐진다. 20세기의 오래된 서울과 21세기의 힙한 서울이 동시에 그려지고 있는 곳, 익선동이다.

 

익선동의 대표 수제 맥줏집 에일당. 아늑한 한옥마당이 맥주 맛을 배가한다. 사진=이송이 기자


익선동은 인사동과 북촌, 낙원상가, 종묘에 둘러싸여 있다. 그러니 창경궁삼거리나 인사동, 종로통에서 걸어와도 좋다. 종로통을 통과하면 복잡다단함 속에 한껏 복고를 느끼며 걷게 될 것이고, 창경궁이나 종묘 쪽에서라면 한가롭게 어슬렁 기웃거리며 걸을 수 있다. 주차할 곳은 마땅치 않지만 어디든 차 없이 걷기 좋은 길이다. 

 

시간이 없다면 종로3가역 5호선 쪽 4번 출구나 6번 출구가 익선동 골목으로 흡수되는 가장 빠른 길이다. 흘깃 골목을 들여다보기라도 할 참이면 어느새 골목 안으로 홀리듯이 빨려 들어가게 되니 흡수된다는 표현이 썩 마뜩하다. 4번 출구에서는 작은 길 하나 건너 골목으로 바로 들어가면 되고, 6번 출구에서는 갈매기살로 유명한 고기골목을 통과하면 된다. 

 

너나 할 것 없이 골목길에 테이블을 내놓은 고깃집들을 사실 그냥 지나치기는 어렵다. 연탄불에 구워지는 고기의 모양이며 냄새도 그렇거니와 넥타이를 반쯤 풀어헤치고 왁자지껄 질펀하게 앉은 직장인들의 표정에서 야릇한 해방감을 느낀다. 그러나저러나 아직 초입에서 걸음을 멈출 수는 없다.

 

종로3가 6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익선동 고기골목이 시작된다. 닭볶음탕과 홍어집을 비롯해 스무 개 넘는 식당이 밀집한 이 골목은 ‘다큐3일’에 나온 후 더 유명해졌다. 사진=이송이 기자

 

익선동에는 골목이라는 단어가 필히 따라붙어야 한다. 그래야 익선동의 정체성이 살아난다. 두 사람이 손을 잡고 걷다가도, 또 어떤 골목은 혼자 걷다가도 마주 오는 사람이 있으면 한쪽으로 비스듬히 몸을 비켜야 통과할 수 있다.   

 

골목 양쪽으로는 카페나 펍, 레스토랑이 된, 리모델링을 마친 말끔한 한옥 상점들이 늘어서 있다. 이미 그럴듯한 모습으로 리모델링을 마친 한옥이야 다소 거창하고 세련됐지만, 살짝 손본 한옥들은 소담하다거나 소박하다는 것 이상으로 생활의 냄새가 진득하게 배어나온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이는지도 모르겠지만, 제일 많이 마주치는 것이 수제 맥주집이다. 그 중에서는 새로워진 익선동의 터줏대감 격인 에일당이 있고, 10종류가 넘는 다양한 수제맥주를 개발해 요즘 한참 잘나간다는 아트몬스터도 있다. 노천과 실내에 한껏 멋을 내 더 이상 가맥(가게맥주)이라 할 수 없는 노가리슈퍼도 독특한 분위기를 즐기며 가볍게 마시기 좋다. 카페처럼 보여도 맥주를 갖춘 곳이 많다.  

 

소소한 간식과 먹을거리도 심심찮다. 망원동티라미수, 경성과자점, 거북이슈퍼 등에서 주전부리를 할 수 있고, 만두가 유명한 창화당으로 말하자면 골목에 늘어선 줄을 보고 지나는 이마다 다시 그 줄에 붙으니, 줄 서지 않고는 먹어보기 어렵다.  

 

그 외에도 인절미 티라미수와 연유라테가 맛있는 서울커피, 옛집의 흔적이 고즈넉한 카페 식물과 지금의 익선동의 시초 격인 카페 뜰안, 마켓과 다이닝을 함께 즐기는 열두달, 밀크티와 마들렌의 조화가 좋은 프루스트, 예술적 분위기가 감도는 아마추어작업실, 넓은 한옥마당의 미담헌, 프랑스인 셰프가 선보이는 프랑스 가정식 빠리가옥, 분위기 깡패 시몽드 방콕, 맛깔 나는 태국음식을 내놓는 동남아 등 간단하게만 설명하기에도 ​숨이 찰 정도로 ​좁은 골목에 카페와 레스토랑이 많다.​ 

 

유난히 바삭한 에일당의 닭튀김과 수제맥주 샘플러. 사진=이송이 기자

 

익선동 최고의 ‘분위기 깡패’ 시몽드방콕의 아보카도베이컨와플과 쏨땀샐러드. 레스토랑 안의 풀과 폭포가 운치를 더한다. 음식은 2인 5만 원선. 사진=이송이 기자

 

그렇다고 먹고 마시기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열린 공간에서 영화 보는 신개념 DVD방 엉클비디오타운과 방바닥에 드러누워 라면 먹고 맥주 마시며 뒹굴뒹굴 만화 보는 재미를 주는 만홧가게도 인기다.  

 

골목골목이 오밀조밀하다. 어딘가를 찾겠다고 지도앱을 켤 필요도 없다. 어차피 더 헛갈릴 뿐이다. 시간 여유를 두고 그냥 골목길 따라 돌아다니다 보면 찾던 곳을 발견하게 되거나 지나는 사람이나 근처 상점에 묻는 편이 더 빠르다. 목적지 없이 구경 삼아 다닌다면 어차피 다시 같은 상점, 같은 골목을 만나게 될 테니 마음 향하는 곳으로 불쑥 들어가도 좋다. 

 

저도 모르게 골목탐험이다. 부러 돌아돌아 골목을 샅샅이 구경하고 싶은, 그 자체로 재미가 되는 길이다. 아늑하고 참신하다. 걷다 보면 훌쩍 여행이라도 온 기분이다. 이비스앰배서더호텔 인사동이나 종로세무서 옥상에서는 익선동 골목을 훤히 내려다볼 수도 있다. 

 

두 사람이 손잡고 걸어가다가도 마주 오는 사람에게 길을 비켜줘야 하는 익선동의 세련된 골목들. 사진=이송이 기자

 

익선동의 한옥들은 100여 년 전인 1920년대 일제강점기에 서민 주거용으로 지어졌다. 전통한옥은 아니고 근대식 양옥이 가미된 개량한옥이다. 익선동의 한옥구조는 대개 ㄷ 자나 ㅁ 자다. 사방으로 벽을 쌓고 방을 들여 중정을 만들거나 옆집의 벽에 기대어 ㅁ 자가 돼버린 한옥도 있다. 리모델링을 했어도 나름의 아담하고 아늑한 맛은 여전하다. ​​

 

같은 한옥촌이라도 북촌이나 서촌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한때 북촌에 살았고 현재는 서촌에 살고 있는 기자가 느끼기에도 익선동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새로운 세계다. 북촌의 고급스러운 한옥도 아니고 서촌의 서민 주택으로서의 한옥도 아닌 익선동만의 눅진한 한옥골목은 아무리 세련되게 리모델링을 했어도 숨길 수 없는 그만의 풍취가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요정과 한복집이 많았고 그것이 이어져 70~80년대에는 정치1번가이기도 했다던 익선동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과 상업시설이 어울려 있었지만 이제 사람 노는 곳이지, 사람 사는 곳은 아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낙후했던 마지막 남은 한옥촌은 지금 문전성시다. 한옥이 좋고 골목이 좋고 분위기가 좋아 저마다의 이야기로 하나둘 들어선 상점들은 어느새 익선동을 가장 뜨는 동네로 만들어 놓았다. 짧은 골목 하나 걷는데도 두리번거리고 사진 찍느라 걸음이 좀체 앞으로 나아가질 않는다. 익선동의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골목을 걷다 보면 귀퉁이 한옥이 상점으로 변신 중인 곳을 ​심심치 않게 ​만난다. 힙한 오늘의 익선동 역시 내일의 익선동과는 또 다른 모습일테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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