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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광명소 등극 '야생동물카페' 규제 사각지대 놓인 까닭

라쿤 미어캣 사육환경 등 문제에도 동물원법 동물보호법 적용 대상서 제외

2019.01.03(Thu) 17:24:47

[비즈한국] 서울에 여행을 온 중국인 이베트 씨는 지난 2일 서울의 한 야생동물카페를 방문했다. 여행후기를 공유하는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 카페를 알게 됐고 호기심에 방문한 그가 라쿤을 처음 본 순간 호기심보다는 라쿤이 스트레스를 받을까 걱정이 앞섰다. 

 

이베트 씨는 ‘비즈한국’과 만나 “라쿤들은 굉장히 귀엽다. 모든 것에는 부작용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그들을 만지면 스트레스를 받을까 봐 미안하다​(They're so cute. Everything has side effect but I’m sorry they can be stressed cause we touch them)”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동물원에 온 것 같다​(For me it’s like visiting a zoo)”면서도 “직원들이 카페 영업시간 이후에 동물을 어떻게 돌보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I think it’s important how they’re being taking care of after hours​)”며 동물 관리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국내 야생동물카페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한국의 명소로 자리 잡았지만 동물 복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줄을 잇는다. 사진=김명선 기자


최근 라쿤, 미어캣 등 야생동물 전시와 체험을 제공하고 커피 등 음료를 판매하는 ​야생동물카페가 인기를 끌고 있다. ​2016년부터 생기기 시작해 일부 연예인이 방문하면서 입소문이 났고, 이후 외국인들 사이에서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했다. 날로 성장 가도를 달리는 동물 관련 시장에서 수익성 좋은 창업 아이템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전문 사육사가 아닌 일반인들이 동물을 사육 전시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적잖다. 공개적으로 우리나라의 야생동물카페에 문제를 제기하는 외국인마저 생겼다. 외국 여행 사이트에서는 외국인이 우리나라의 야생동물 카페에 일부러 ‘낮은 별점’을 주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지난 12월 28일, 한 관광객은 후기를 통해 “동물을 잡고, 찌르고 괴롭히는 사람이 꽤 있었다​(There were a few people grabbing, poking, and harassing the animals)”며 동물들을 위한 공간인지 모르겠다는 의문을 표했다. 일주일 전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왔다는 다른 관광객도 ‘라쿤들이 행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왔는데, 내가 틀렸다’며 ‘페이스북에 올릴 사진을 위해 동물들이 희생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 10분 내내 같은 벽만 왕복…직원 “에너지 넘쳐서 그렇다”

 

야생동물카페에 있는 동물들은 몸을 숨기거나 제자리를 왔다 갔다 하는 등 이상행동을 보였다. 사진=김명선 기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동물들이 ‘이상행동’을 보이기 때문이다. 2일 ‘비즈한국’이 방문한 야생동물카페에서는 10분 내내 벽을 왔다 갔다 하는 라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벽 한구석의 구멍에 몸을 집어넣고 30분 동안 나오지 않는 라쿤도 있었다. 250m 떨어진 곳에 있는 미어캣 카페도 상황은 비슷했다. 철장 안에 갇힌 긴코너구리(코아티)는 철장에서 20분째 제자리를 맴돌더니 급기야 의자 철을 물고 늘어지기도 했다.

 

야생동물들이 정형행동을 보이는 원인으로 사람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점이 지목된다. 라쿤은 사람보다 10배 예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야생동물 카페에서는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동물을 만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어캣 카페에 있는 왈라비(소형 캥거루)의 경우, 임신해서 예민하니 만지지 말라는 경고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카페 이용자들은 주의사항을 무시한 채 계속 만졌다.

 

관리자(직원)들이 동물복지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긴코너구리가 철장 안에서 반복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본 한 이용자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이러는 것 아니냐”고 묻자, 직원은 “에너지가 넘쳐서 그런다”고 답했다. 직원이 동물을 때리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현재 야생동물 카페 운영자격 규정은 아예 없다. 반려동물 자격증을 취득했다며 홍보하는 카페도 있으나, 애당초 라쿤과 미어캣 등은 반려동물이 아니다.

 

외국인 관광객들 또한 직원이 동물복지 의식이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지난 1월 방문한 한 외국인은 “직원들이 너구리를 잡고 화난 표정으로 가버린다(The staff walk over and grab the raccoon and walk away with his angry look)”며 “전혀 좋은 경험이 아니었다(Not a good experience at all)”이라고 여행 정보 사이트에 후기를 남겼다.

 

미어캣 카페의 긴코너구리는 철장 안에서 몇 분간 제자리를 맴돌다 급기야 의자 철을 물고 늘어졌다. 직원은 “에너지가 넘쳐서 그렇다”고 말했다. 사진=김명선 기자


애초부터 카페 창업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동물들의 생태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설계됐다는 것. 야행성 동물인 라쿤은 원래 숲, 연못, 습지 등에 서식한다. 라쿤은 단체생활을 하면 공격적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곤충이나 거미, 도마뱀 등이 주식인 미어캣은 사막 등 건조한 땅에서 서식해야 한다. 그러나 야생동물 카페는 동물들을 시멘트 바닥이나 인공 매트 위에서 생활하도록 해 동물이 생태적 습성을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

 

동물의 종을 막론하고 한 공간에서 생활하게 하는 것도 문제다. 2017년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는 “생태적, 행동학적으로 합사가 적절하지 않은 동물 종을 한 공간에 사육하는 것은, 지속적인 정신적 스트레스를 일으킬 수 있으며 사고와 부상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7년 12월, 야생동물카페에서 길러지던 코아티가 함께 사육되던 여우에 물려 사망했다. 현재 대부분의 야생동물카페가 다양한 종의 동물을 보유하며 함께 키우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라쿤카페도 대형견과 라쿤을 한 공간에 넣어 사육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인명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성을 더한다. 스트레스를 받은 동물들이 공격적 성향을 보이기 때문. 2018년 8월에는 한 여성이 라쿤에게 두 다리를 긁히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 2년째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방치

 

야생동물카페가 생겨난 지 2년이 됐지만,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야생동물카페를 규제하고 동물을 관리 감독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것.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법)’에 해당하는 대상은 10종 50개체의 동물을 보유한 시설이다. 해당 시설은 환경부에 등록 절차를 거친 후 사육동물에 적정서식환경을 제공했는지 등의 검사를 받을 의무가 있다. 하지만 야생동물카페는 예외다. 대부분 10종 50개체에 미달한 채 소규모라서 그렇다.

 

야생동물카페는 동물보호법의 적용도 받지 않는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동물’을 이용해 동물전시업을 하려면 영업기준을 갖춘 후 시장과 군수, 구청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동물에 해당하는 동물은 개, 고양이, 토끼, 페럿, 기니피그, 햄스터 등 6종이다. 반려동물이 아닌 라쿤이나 미어캣은 동물전시업에 포함되지 않는다.

 

대다수 야생동물카페는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동물을 만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야생동물카페가 생겨난 지 2년이 흘렀지만, 관련 규정이나 법안은 없다. 사진=김명선 기자


현재 대다수의 야생동물카페는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21조의 영업 구분에 따라 휴게음식점이나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를 받아 영업하고 있다. 그러나 영업장의 출입구에 손을 소독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조항을 빼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동물이 예방접종을 받았는지 또 건강은 어떠한지를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편의점과 같은 ‘자유업’으로 허가받는 경우도 있다. 카페에서 음료를 제조하지 않고 포장된 음료만 팔며 동물카페를 운영하는 것. 동물원의 경우 폐원을 하면 시·도지사가 남은 동물을 어떻게 돌볼 것인지에 대한 규정이 있지만, 현재 음식점이나 자유업으로 허가된 야생동물 카페는 동물에 대한 아무런 규정이 없다. 

 

이처럼 규제 사각지대에 놓은 야생동물카페를 두고 입법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8월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동물원법을 적용받지 않는 시설에서 야생동물을 영리 목적으로 전시하는 사업을 금지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소관위원회인 환경노동위원회는 ‘영리 목적으로 전시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전시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면 선의로 운영되는 비영리시설 등에 불필요한 제재가 가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법안은 11월 22일 상정된 후 해를 넘겼으나 아직도 진전이 없다.

 

전문가들은 법안 제정과 더불어 인식의 변화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동물 관련 법안은 계속해서 우선순위에서 밀리는데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 더 늘어나면 처치 불가”라며 “법도 법이지만 가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수요가 있으면 법망을 뚫고 어떤 식으로든지 비정상적인 시설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동물복지 선진국에는 아예 이러한 형태의 상업시설이 없다. 동물에 대한 관심만 커졌지, 동물과 사람의 올바른 관계에 대해서는 사람의 인식이 뒷받침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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