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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 지고 호텔 뜨고…숙박앱은 어떻게 '잠자리'를 뒤집었나

숙박앱과 호텔이 나홀로여행족 니즈와 맞은 반면 펜션은 대개 디지털에 약해 '희비'

2019.01.03(Thu) 19:09:10

[비즈한국] 며칠만 연휴가 생겨도 호시탐탐 여행의 기회를 노린다. 요즘은 준비하지 않고 바로 떠나는 ‘즉행’을 비롯해 혼자 떠나는 ‘혼행’, 음식을 테마로 여행을 즐기는 ‘먹행’도 꾸준한 인기다. 무엇을 하고 어떻게 놀든 당일 여행이 아니라면 잠자리가 필요할 터. 지난 한 해 국내 여행객이 어떤 숙박시설을 많이 이용했는지 살펴보면 여행 트렌드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2018년 하반기 여행객의 숙박객 이용률 조사에서 호텔 22%, 펜션 25%를 나타내 호텔 이용률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왼쪽은 휴토피아 펜션, 오른쪽은 힐튼 부산. 사진=야놀자 제공


지난 연말 세종대학교 관광산업연구소와 여행전문 리서치 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국내 여행객의 숙박종류별 이용률 동향을 공동 조사했다(표본 4만 7000여 명). 2018년 하반기(11월까지) 결과를 보면, 펜션 25%, 호텔 22%, 콘도와 리조트 12%, 모텔과 여관 12%, 민박과 게스트하우스 8%, 캠핑과 야영 3%의 이용률을 기록했다.

 

전통적으로 인기 숙박 업태인 펜션의 이용도가 여전히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언뜻 보면 수치상으로도 나쁘지 않아 보이지만 사실 연도별 변화 수치를 보면 펜션 이용률의 저하는 눈에 띄는 수준이다. 

 

2016년 상반기만 해도 여행객의 호텔 이용률이 15%였던 반면 펜션 이용률은 2배 가까운 29%였다. 그러던 것이 약 1년 6개월 뒤인 2017년 하반기에는 호텔 19%, 펜션 25%로, 호텔 이용률이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 2018년 하반기에는 호텔 22%, 펜션 25%를 기록한 것이다.

 

그 사이 콘도와 리조트, 모텔, 캠핑 등의 이용률은 대동소이 했다. 민박과 게스트하우스의 이용률은 2016년 상반기에 13%였던 것이 지속적으로 떨어져 2018년 하반기에는 8%에 머물렀다. 민박과 게스트하우스 이용객 중 일부가 호텔 이용객으로 편입된 것으로 보인다. 

 

# 복합문화공간 된 호텔에서 ‘스테이케이션​

 

이러한 변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숙박 구매 방식의 변화가 꼽힌다. 숙박앱(애플리케이션)과 OTA(Online Travel Agency)의 등장으로 인한 예약 시장의 다변화가 호텔 수요를 늘렸다. 숙박 구매가 오프라인이나 웹사이트 중심에서 OTA와 숙박앱 중심으로 이동한 것. 앱 내 호텔 간 경쟁이 가격인하와 상품 다변화,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졌다. 

 

컨슈머인사이트 관계자는 “숙박앱은 숙박시설에 머물렀던 호텔과 모텔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시켰다. 호텔을 잠자고 쉬는 곳뿐 아니라 먹고 놀며 즐기는 파티의 장소로 인식하게 만들었다”며 “국내 여행 트렌드가 자연감상과 체험에서 음식여행과 휴식으로 옮겨가며 취사보다는 식당여행을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한편 스테이케이션(Stay+Vacation의 합성어, 머무는 휴가)의 인기에 따라 호텔 내 다양한 부대시설과 체험서비스 강화도 호텔 예약률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2030 나홀로 여행족이 늘면서 미리 준비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떠나는 여행이 인기를 끌었고 이들의 모바일 숙박앱 활용도에서도 뛰어나 니즈와 공급이 맞아떨어졌다.     

 

2030 나홀로 여행족이 늘면서 미리 준비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떠나는 여행이 인기를 끌었고 이들은 숙박앱 활용도에서도 뛰어나 니즈와 공급이 맞아떨어졌다. 사진=인스타그램 id nari_ 제공


모텔예약앱으로 시작한 국내 1위 숙박예약앱 야놀자도 2016년 호텔 당일 예약 서비스인 ‘호텔나우’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호텔 예약 시장에 뛰어들었다. 야놀자 관계자는 “호캉스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인기였는데 2018년에는 주 52시간 근무제, 워라밸 트렌드 등과 맞물려 수치적으로도 눈에 띌 만큼 예약률이 크게 증가했다”며 “특히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선호하는 수영장 호텔들의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당일호텔예약 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한 국내 숙박앱 데일리호텔은 2016년 누적 다운로드수 500만에서 2년 후인 2018년엔 누적 다운로드수가 그 2배인 1000만을 넘어섰다. 거래액도 2014년 57억 원이었던 것이 2018년엔 1700억 원을 넘겼다. 데일리호텔에는 국내 3만여 숙박시설이 등록되어 있다. VR(가상현실) 서비스를 통해 호텔에 가지 않고도 호텔의 객실 컨디션을 미리 확인할 수도 있다.  

 

# 숙박앱 활용, 가격경쟁으로 호텔 이용자 늘어나 

 

모바일 예약이 활성화 되며 호텔은 스스로 문턱을 낮췄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모바일 호텔예약앱이 나오기 전까지 호텔의 가격은 어느 정도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호텔이 여행사에게 주는 공급가는 여행사마다 달랐고 날짜나 규모에 따라서도 달라 여행사가 중간 유통마진을 남길 수 있었다. 하지만 숙박앱이 활성화 된 후로는 호텔이 가격을 전면 노출하면서 소비자도 날짜에 달라지는 호텔의 가격을 바로 알게 됐다”고 말했다. 숙박앱이 모든 호텔의 가격을 실시간으로 노출하며 호텔들은 가격경쟁을 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호텔의 가격이 다운 됐다는 뜻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신축 호텔의 증가로 인한 호텔 가격 다운도 호텔 이용률을 증가시켰다. 유커(중국 여행객)의 방한이 최대치를 기록했던 2014~2016년 사이 서울과 제주를 중심으로 한 중저가 호텔의 건설이 국내 호텔 가격 다운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펜션업계도 이러한 트렌드를 알고 있지만 대처가 쉽지 않다. 한국펜션업협회 관계자는 “펜션 예약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올해도 작년에 비해 20~30% 예약률이 줄어든 것 같다”며 “펜션을 운영하는 연령대가 50~60대가 많다. 요즘도 은퇴 후 펜션 창업에 대한 문의가 종종 들어온다. 호텔스닷컴, 야놀자 등 숙박앱은 많이 생겼지만 펜션 운영자들이 디지털에 약하다. PC나 모바일을 통한 공실관리를 힘들어 하는 게 사실이다”고 전했다. 

 

펜션의 시설이나 서비스, 가격 등이 호텔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것도 일부 사실이지만 숙박앱에 대한 이해도와 활용도 부족이 펜션 예약률을 전체적으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셈이다. 시설과 서비스가 좋은 펜션이라도 판매채널이 적다면 예약률이 줄어드는 건 당연한 이치다. 

 

컨슈머인사이트 관계자는 “숙박앱이 활성화 되고 호텔의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호텔은 비싸고 거북한 이미지를 벗고 편안하고 다양한 편의시설을 즐길 수 있는 놀이의 장소로 변모했다”며 “소비자가 먼저 변했는지, 아니면 새로운 기술과 접근이 소비자를 변화시켰는지, 무엇이 먼저라고 말하기 어렵다. 이런 추세라면 호텔의 영향력은 더 커지고, 다른 업태는 더 깊은 부진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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