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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노량진 수산시장 갈등 3년째, 상인들이 끝까지 버티는 이유는?

"좁은 점포 면적에 높은 임대료, 수산시장 기능 못 해"…노량진 수협 "점포 면적 동일하나 불만 고려해 재배치 검토 중"

2019.02.12(Tue) 19:16:18

​[비즈한국] 수협 직원이 옛 노량진 수산시장(옛 시장) 상인과 또 한 번 몸싸움을 벌였다. 수협노량진수산(주)(노량진 수협)은 8일 오전 낙석과 붕괴 등의 위험이 있다며 옛 시장 차량 출입로 네 곳에 콘크리트 장애물 등을 설치했다. 이를 철거하려 시도하던 옛 시장 상인과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조합원 등 300여 명은 오후 7시경 수협 직원들과 대치했다. 물리적 충돌로 이어져 수협 직원 4명과 옛 시장 상인 1명이 다쳤다.

 

8일 수협노량진수산이 콘크리트 장애물을 설치한 차량 출입로. 사진=차형조 기자


노량진 수협과 옛 시장 상인 사이의 갈등은 올해로 3년째다. 앞서 정부는 2004년 수산물 유통체계 개선을 위해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작업에 나섰다. 옛 시장 건물을 철거하고 새 시장을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한다. 2016년 3월 새 건물이 문을 열었지만 상인 중 일부가 입주를 거부하면서 ‘신구’ 시장의 ‘불편한 공존’이 시작됐다. 

 

지난해 8월 대법원은 옛 시장에서의 상업행위는 불법이라며 기존 상인들에게 퇴거명령을 내렸다. 이에 노량진 수협은 4차례 명도 집행을 시도했지만 상인 저항으로 무산됐다. 지난해 11월 5일 옛 시장의 전기와 수도를 끊은 뒤에는 경매차량 진입을 막는 등 옛 시장에서의 영업을 막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노량진 수협 관계자는 “상인 반발로 옛 시장이 존치되면서 연간 100억 원 가까운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시설물 및 식품위생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옛 시장에 대한 폐쇄조치는 지속해서 실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량진 수협에 따르면 현재 옛 시장에는 판매상인 119명이 남아 있다(11일 기준). 현대화시장이 준공될 당시인 2016년 3월 옛 시장의 상인 규모는 651명이었다. 노량진 수협 관계자는 “지금까지 크게 7차례 현대화시장 임대 입주자를 모집했다. (단전·단수 조치가 이뤄진) 지난 11월까지 마지막 입점 신청을 받아 122명이 추가로 현대화시장에 들어왔다”고 전했다. 

 

올해로 준공 48년을 맞는 옛 시장에 상인들이 남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1일 오후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아 상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11일 옛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영업 중인 상인 모습. 사진=차형조 기자

 

“집은 거지 같이 지어놓고 새집 준다고 이사 가라면 좋겠어요?” 

 

옛 시장에서 50년 가까이 선어를 판매해온 A 씨(78)가 칼을 도마에 내리치며 말했다. 도마에는 민어 조기 아홉 미가 올랐다. 제수용 생선을 찾던 손님 것이다. 수년 만에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은 손님은 “몇 바퀴 돌았는데 종종 가던 가게가 없어졌다. 그 사장님처럼 싸게 해달라”며 가격을 깎다 “전기 끊지, 수도 끊지, 언니야 우리가 애로가 많아”라는 A 씨의 말을 듣곤 흥정을 멈췄다. 

 

11일 찾은 옛 노량진 수산시장 모습. 사진=차형조 기자

 

옛 시장 모습은 을씨년스러웠다. 건물 외벽 곳곳에 “철거 대상 건물에 무단출입을 금지한다”는 현수막이 붙었다. 유사시를 대비해 각 시장 출입구엔 소수의 경찰이 배치됐다. 콘크리트 장애물과 트럭 등으로 막은 차량 출입구 세 곳은 상인들에 의해 다시 개방됐다. 얼마 남지 않은 옛 시장 상인들은 현대화 시장으로 떠난 점포 자리에 연탄난로를 피우고 담소를 나눴다. 이들은 발전기를 임대해 실내 전등을 밝혔고, 물탱크를 구비해 장사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고 있었다. 

 

옛 시장 상인은 비싼 임대료를 내고 작은 점포에서 영업하는 것을 우려했다. 노량진 수협이 옛 시장과 현대화시장에서 임대 낸 점포의 면적은 4.95㎡(1.5평)로 같다. 다만 옛 시장 상인들은 넓은 대지면적을 활용해 통로나 경매장 일부까지 점포 공간으로 활용해왔다. 

 

현대화시장 건물은 4만 450㎡(1만 2236평) 대지에 연면적 11만 8346㎡(3만 5800평) 규모로 지어졌다. 지하 2층, 지상 6층으로 확장하면서 연면적이 옛 시장 대비 약 1.7배 증가했지만, 판매상인이 선호하는 1층 면적(대지면적)은 옛 시장(6만 6636㎡)보다 30%가량 감소했다. 현대화 시장의 평균 임대료(4.95㎡, 1.5평 기준)는 30만 원 수준(최저 25만 원~최대 71만 원)으로 옛 시장에 비해 10만 원(최저 12만 원~49만 원)가량 비싸다. 

 

11일 노량진 수산시장(현대화 시장) 1층 활어 판매장 모습. 사진=차형조 기자

 

옛 시장에서 28년째 선어를 판매하는 B 씨(50)는 “같은 1.5평이어도 지금은 통로를 활용해 넓게 쓰고 있다. 현대화 시장은 땅 면적이 줄어 그게 불가능하다”며 “애초 옛 시장을 ‘수평이동’ 시키겠다는 수협은 층수를 늘려 연면적을 높이는 꼼수를 부렸다. 1층에 점포를 열면 지금보다 좁은 점포에서 비싼 돈을 주고 영업을 해야 하고, 2층에 점포를 열면 장사가 안 될 게 뻔하다. 누가 가고 싶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른 상인 C 씨(50)는 “목 좋은 자리를 내놓으라는 것이 아니다. 현대화 시장과 마찬가지로 여기(옛 시장)서도 3년에 한 번 자리를 옮겨왔다”며 “지금 최대 3평까지 점포를 쓰고 있는데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건물을 증축하던지 옛 시장 자리에 새 건물을 지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6년 현대화시장으로 이전해 활어를 판매하는 D 씨(61)는 “주말에 손님이 몰리면 통로에 사람이 지나갈 수 없을 정도다. 옛 시장에선 앉아서 식사할 장소도 있었는데 바쁠 땐 밥도 서서 먹는다”고 전했다. 그는 “1.5평이면 수족관 놓기도 마땅치 않다. 방어가 산지에서 살아서 운송되는데 수족관이 작아 살아온 생선을 죽여 판다”고 전했다. 

 

옛 시장과 현대화시장 자리 비교. 수협 측은 "현대화 시장 판매 매장의 가로 비율이 커진 이유는 수산물의 진열 효율을 높이고, 고객을 대면하는 부분을 넓혀 판매를 증진하기 위함이다"고 설명한다. 사진=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 블로그

 

현대화시장이 수산시장으로서의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윤헌주 노량진수산시장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 공동위원장은 “현대화시장 경매장의 경우 차량 출입구가 두 개밖에 없어(옛 시장은 4개) 상하역이 원활하지 못하다. 뿐만 아니라 판매장은 사방이 막혀 자연통풍이 되지 않아 냄새가 심하고 결로 현상이 일어나 천장엔 곰팡이가 핀다”고 지적했다. 

 

옛 시장에서 17년간 영업하다 지난해 11월 현대화시장으로 이전한 상인 E 씨도 “3개월 살아본 결과 좁은 것은 두말할 것 없고 실내 공기가 너무 좋지 않다. 냉장고, 수족관 실외기가 모두 실내에 있다. 추워서 문을 열지 않으니 여기서 뿜어내는 매연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점포 면적 지적에 대해 노량진 수협 관계자는 “점포 면적은 옛 시장과 현대화시장이 동일하다. 옛 시장 점포가 통로 등을 이용해 더 넓은 면적을 이용했던 것을 고려하면 점포 면적을 2평 이상 규모로 재배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점포 평균 임대료가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판매상인의 연평균 소득 2억 9000만 원을 감안했을 때 높은 임대료라 생각하지 않는다. 통상 임대료는 매출액 대비 15% 이상으로 추산하는데 현대화시장은 2% 정도다”고 말했다. 

 

수산시장으로서 조건이 갖춰지지 못했다는 의견에 대해 이 관계자는 “옛 시장과 달리 현대화시장에서는 수송차가 경매장 안까지 들어가지 않고 바깥 갑판에서 상하역 작업을 한다. 상하역은 불편할 수 있지만 식품안전상 기름과 매연이 가득한 노후차가 경매장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출입문이나 창문을 열어 환기는 가능한 문제다. 현대화시장은 여름철 냉방이 가능하고 외부 유해 먼지로부터 수산물을 보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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