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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요기요‧카카오드라이버…근로자일 수 없는 '플랫폼 노동자'

플랫폼 사업자는 고용 아닌 중개, 현행 근로자 기준 일률 적용 무리…"새 기준 필요"

2019.03.21(Thu) 11:10:33

[비즈한국] A 씨는 2013년 배달대행 업체에서 배달 일을 시작했다. 업체가 배급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이 배달 주문 알림을 보내면, 요청 식당으로 가 음식을 받고 이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A 씨는 11월 예기치 않은 사고를 맞닥뜨렸다. 오토바이 배달 중 무단 횡단하던 보행자와 충돌해 척수를 다친 것이다. 하반신은 움직이지 않았다.

 

근로복지공단은 A를 배달대행 업체 근로자로 판단하고 산업재해 보험료를 지급, 업체에겐 보험료 일부를 부과토록 했다. 이에 업체는 A 씨가 근로자가 아니라며 ‘산재보험료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내며 문제를 제기했다. 법원은 1심과 2심에서 업체 측 손을 들어줬다. 사건 발생 5년 후 대법원은 이를 파기 환송했지만, A 씨를 근로자로 인정하진 않긴 마찬가지였다.

 

최근 ‘플랫폼 노동’​이 늘고 있지만 참여 종사자들의 복지, 권리 등은 보장되지 않고 있다.

 

A 씨가 임했던 배달대행은 이른바 ‘​플랫폼 노동’​이다. 최근 이러한 노동형태는 늘고 있지만 참여 종사자들의 복지, 권리 등은 보장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플랫폼 사업자들이 이들을 개인사업자 등으로 분류해서다. 이를 개선할 관련 법제도는 미비하다. 이에 일부 플랫폼 노동자들은 사회안전망 구축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시장 개입이 일정정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앱·SNS 매개한 ‘​플랫폼 노동’​ 급증

 

플랫폼 노동은 앱이나 SNS 등을 매개로 노동력을 사고파는 새로운 근로 형태를 의미한다. 고객이 디지털 플랫폼에 필요 서비스를 요청하면, 노동자는 이 정보를 확인하고 고객에게 적정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한다. 노동자는 일하고 싶을 때 일하며 근무 강도·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카카오 카풀’ 등 새로운 사업모델이 등장하면서 플랫폼 노동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카카오 카풀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 사진=고성준 기자


플랫폼 노동 시장의 규모는 커지고 있다. 길현종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디지털 플랫폼을 만들어 서비스 제공 형태를 바꾸거나, 디지털 플랫폼이 기존 시장을 잠식하는 등 플랫폼 노동 시장이 커지고 있다. 집안일을 돕는 가사 서비스가 대표적이다”​라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과 한국고용정보원은 2020년 미래 이슈 1위로 ‘​플랫폼 노동 확산’​을 꼽기도 했다.

 

초기 숙박·운송 등으로 그쳤던 서비스 종류도 청소·세차·음식배달·대리운전·보육 등으로 다변화 중이다. 국내에선 요기요, 배달의민족, 카카오드라이버, 타다, 청소스토리, 대리주부 등이 대표적이다.​

 

# 개인사업자로 분류…4대 보험 등 미적용 

 

문제는 이러한 시장 변화와 달리 플랫폼 노동 종사자들은 노동자로서의 권리, 복지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플랫폼 사업자는 노동자와 고객을 중개할 뿐,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진 않아서다. 이용 고객이나 플랫폼 가맹점 등이 이들 고용에 나서기도 애매한 구조다. 그러다보니 플랫폼 노동자들은 개인사업자나 프리랜서로 분류, 4대 보험 적용은 물론 기본적인 노동권조차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대리운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드라이버’​ 운영업체인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카카오드라이버의 경우 운전면허만 있으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 우린 앱 ‘​카카오T’​ 이용자들의 대리운전 신청 정보를 이들 기사에게 알려주는 일을 할 뿐 고용하는 건 아니다”​며 “​대신 여타 전화 대리업체들보다 수수료를 적게 받고 프로그램 운영비, 관리·보험비 등을 요구치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타다’​ 운영업체인 VCNC는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고, 업체 소속 기사들을 고객들에게 알선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사진=VCNC 제공


승차공유 서비스 ‘​타다’​의 경우 플랫폼 사업자가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고, 업체 소속 기사들을 고객들에게 알선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타다 관계자는 “​기사들은 프리랜서 형태를 띤다. 용역업체가 고용하기도 애매한 구조다. 우리에게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에 그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반인들이 자차를 이용해 물건을 배송하는 ‘​쿠팡플렉스’​도 비슷하다. 쿠팡플렉스 노동자들은 피고용인이 아닌 사업 위탁자로 해석되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배송 일을 위탁한 새로운 개념의 일자리다. 근로자라 볼 수 없다. 따라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노동자에 대한 보상은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쿠팡플렉스 노동자들은 피고용인이 아닌 사업 위탁자로 해석되고 있다. 사진=쿠팡 플렉스 인터뷰 영상 캡쳐


이에 일부 기업은 노동자 복지 보장을 위해 나름의 자구안을 강구하기도 했다. 배달대행 서비스 ‘​배달의민족’​ 운영업체인 우아한형제들의 경우 정규직, 비상근 등 다양한 고용형태를 제시하고 노동자가 이를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 하지만 업무 특성상 4대 보험을 적용치 않고, 배송 물량에 따라 수익을 거두는 배달기사들이 더 많은 실정이다.   

 

한 배달대행 업체 관계자는 “​자율소득 직업이다 보니 원래는 안 되지만 원한다면 본사에서 근무시간 등을 조정해 급여 형태로 수익을 받을 수 있게끔 서류를 임의로 조정, 기본 보험 등을 보장해줄 수는 있다”​고 귀띔했다.

 

# 따라가지 못하는 현행법

 

이는 현행법이 플랫폼 노동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해서이기도 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노동자 인정 기준은 2006년 대법원 판례를 따르고 있다. ‘​사용자의 지휘·감독’ ‘​사용자가 지정한 근무시간·장소에 구속’​ ‘​기본급·고정급 존재’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전속성’​ 등 12가지 기준이 인정돼야만 노동자 지위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플랫폼 노동은 특성상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플랫폼 노동은 사용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노동자의 급여는 고객들이 지급하는 식이다. 플랫폼 노동자와 사업자가 종속관계라 할 수도 없다. 기존 노동형태와 다르다”​며 “​업무별로도 그 형태가 제각각이라 현행법대로면 노동자가 될 수 없다. 하나하나 사업별로 형태를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플랫폼노동연대’​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플랫폼노동연대 제공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플랫폼 노동자들은 사회안전망 구축 촉구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지난 19일 ‘​플랫폼노동연대’를 출범키시고 처우 개선 활동을 이어가기로 한 것. 이성종 플랫폼노동연대 위원장은 “​4대 보험 등의 기본적 복지를 못 누리는 것은 물론, 수수료와 각종 근로조건 등이 플랫폼 사업자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고 있다”​며 “​노동법, 근로기준법을 적용 받기 위한 제도개선, 기업과 노동자 간 사회적 대화가 행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플랫폼 노동 실태 파악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 “​정부, 시장개입으로 보호제도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길현종 연구위원은 “​시장뿐만 아니라 학계에서도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근로자 인정 여부를 두고 입장이 첨예하고 갈리고 있다”​면서도 “​노동자에 대한 기본적인 보호체계 마련에 대해선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정부가 직접 근로자성을 판단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 보호 범위를 정하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 일정 정도의 시장개입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현 정부 정책은 비정규직, 장기 근로자의 복지 제고 등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시장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플랫폼 노동처럼 초단기 노동 등에 대한 배려, 보호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성진 기자 reveal@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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