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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권은 생명줄' 항공사-여행사 갑을관계의 기원

선점했다가 못 팔면 여행사는 페널티, 항공사는 좌석 회수까지 마음대로

2019.03.24(Sun) 20:17:27

[비즈한국] 몇십 년간 패키지가 산업을 주도해온 한국의 여행시장은 그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갑질’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대형 항공사가 패키지 여행사에 하는 갑질은 항공 좌석 공급에 관한 것이라 직접적으로 여행사 매출에 영향을 미친다. 자유여행 추세에 따라 여행사들의 고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항공권 갑질 논란을 따라가 봤다. 

 

여행사 관계자들은 여행사의 항공권 판매부진에는 원칙대로 페널티를 물리고, 항공사에 사정이 생기면 원칙은 흔하게 무시되는 것이 여행업계의 관행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시간재화인 항공권을 다루는 여행산업은 다른 산업군보다 기간에 따른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더 민감하게 받는다. 12~2월의 겨울방학 시즌이나 7~8월 여름휴가 기간인 성수기에는 항공좌석이 모자라고 나머지 기간인 비수기에는 좌석이 남는다. 여행사는 성수기의 항공권을 최대한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남는 장사를 할 수 있다. 성수기의 판매 성패가 여행사 1년 매출과 이익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대부분의 패키지 여행사들은 항공권만 따로 파는 것이 아니라 패키지상품을 꾸려야 하기 때문에 항공권 선점이 필수다. 아직 판매되지 않은 항공권을 미리 배정받아 사는 방식을 하드블럭이라 하고 이보다 약간 느슨한 방식을 흔히 ADM(Agent Debit Memo) 계약이라 부른다. 항공사로부터 미리 배정받은 좌석을 일정비율 이상 소진하지 못하면 페널티를 무는 방식으로 좌석 운영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행사가 항공사에 좌석 100개를 미리 요청해 선점하고 있을 경우, 항공사가 ADM을 80%로 정하면 여행사는 최소한 80석을 팔아야만 페널티를 물지 않는다. 50석을 팔았을 경우 나머지 50석에 대해 페널티를 물게 된다. 79석을 팔아도 21석에 대한 페널티를 문다. 페널티는 보통 노선에 따라 좌석당 5만~20만 원에 달한다. 이는 항공 세일즈에서는 일종의 관행으로 여겨지며 항공사 측도 판매보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런 계약 방식은 항공사 입맛대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특히 대형 항공사에서, 독점적 운영 노선이 많은 경우 더 그렇다. 여행사의 판매부진에는 원칙대로 페널티를 물리고, 항공사에 사정이 생겼다면 원칙은 흔하게 무시된다. 

 

한 패키지 여행사 관계자는 “항공사가 대형 인센티브 단체에게 직접 높은 가격으로 항공권을 판 경우, 항공사에서 일방적으로 여행사에 선배분한 좌석을 회수해가는 일이 빈번하다. 이는 페널티까지 감수하고 계약을 맺은 여행사의 좌석 운영권을 크게 침해하는 행위지만 항공사가 가져간다고 하면 줘야한다”며 “좌석을 공급하는 항공사, 그것도 독점 노선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대형 항공사가 갑”이라고 말했다.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이미 고객에게 판매한 좌석을 항공사의 필요에 의해 회수해가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 여행사는 여행객에게 상품 가격을 할인해 주는 방식으로 출발 시간이나 날짜를 옮기거나 아예 목적지를 바꾸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여행사가 페널티를 담보하면서까지 항공사로부터 미리 좌석을 받아도 항공사의 사정에 따라 언제든 회수해 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불합리한 경우에도 여행사가 두말하기 힘든 것은 계속 항공권을 공급받아야 하는 여행사의 입장에서 성수기 좌석 배분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지 않기 위해서다.

 

대형 항공사 관계자는 “시간재화인 항공권의 판매에서 이는 영업적 판매보증의 형태”라며 “​특정 여행사가 판매를 위해 좌석을 미리 선점하기 위한 방식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여행사의 판매가 미진해 페널티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원래의 원칙이 적용된다. 여행사는 페널티 금액을 항공사에 직접 지불하거나 페널티 금액만큼 다른 방식으로 항공사의 편리를 봐줘야 한다. 해당 항공사의 신규 노선에 대해 상품 홍보를 해주거나 비인기 노선의 좌석을 끌어안는 방식이다. 

 

앞서의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사에는 직접적 이익이 없어도 항공사가 미는 노선의 홍보를 집행하고 항공사에 비용 증빙을 하는 방식으로 페널티를 면제받는다. 혹은 대형 항공사가 운영하는 LCC(저비용항공사)의 비인기 노선 좌석을 떠안는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솔직히 항공티켓 가격 자체가 때때로 갑질 같이 느껴진다. 외항사나 LCC라는 대안이 있는 노선도 있지만 아직 중장거리 노선에서는 대형 항공사가 독점적 노선을 운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독점 운영하고 있는 노선에서 마음대로 가격을 책정하고 여행사를 입맛대로 상대한다”고 말했다.    

 

사실 대형 항공사의 이 같은 불공정 관행은 하루 이틀의 문제는 아니다. 대형 패키지 여행사 관계자는 “불공정행위가 분명 존재하지만 항공사와 여행사 간 특수관계 때문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솔직히 대형 항공사와 대형 여행사는 공생하는 면이 있다. 어느 하나를 잘 못 건드리면 불똥이 튈까 싶어 말을 아끼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형 여행사들은 비수기나 비인기 노선의 항공권을 떠안더라도 성수기와 인기노선 항공좌석을 보장받으니 이를 만회할 기회가 충분하다”며 “이도저도 아닌 중소 여행사들의 고충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사 세일즈 파트에 누가 장으로 앉는지에 따라 여행사에 대한 정책이 왔다갔다 한다. 그만큼 주먹구구식이고 원칙이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애초에 원칙이 희미하니 갑질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좌석을 받아야 하는 여행사는 항공사의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다”며 “그러다보니 접대도 일어나는 것이고 세일즈 파트의 오래된 관계에 의해 공평하지 않은 거래도 빈번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한 대형 항공사 관계자는 “시간재화인 항공권의 판매에서 이는 영업적 판매보증의 형태”라며 “​특정 여행사가 판매를 위해 좌석을 미리 선점하기 위한 방식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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