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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카드 꺼냈지만 회생은 여전히 불투명

5월 4일 회생계획안 가결 시한 앞두고 책임론 확산…정부 개입 요구도 커져

2026.04.07(Tue) 13:54:58

[비즈한국]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가결 시한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홈플러스는 알짜 사업부인 익스프레스 매각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지만, 회생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매각만으로는 근본적인 재무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의 판단이 향후 회생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다.

 

홈플러스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의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익스프레스 매각 ‘시간벌기’, 메리츠 책임론 확산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알짜 사업부로 꼽히는 익스프레스 매각에 나섰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익스프레스 사업부는 사실상 홈플러스가 보유한 마지막 유동화 자산으로 평가된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익스프레스 매각가는 약 3000억 원 안팎이다. 거래가 성사될 경우 수천억 원 규모의 현금 유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익스프레스 매각만으로는 회생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매각을 통해 단기적인 유동성 확보가 가능해도 근본적인 재무 구조 개선까지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익스프레스 매각은 부분적인 자산 매각에 해당하는 만큼 전체 회생과는 별개로 볼 필요가 있다”며 “대형마트 사업은 또 다른 영역인데, 현재 시장에서는 인수 매력이 높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매각으로 시간을 벌 수는 있지만, 결국 회생의 향방은 채권단 판단에 달린 셈이다. 이에 따라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의 판단과 시각이 회생 전망을 가늠할 주요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메리츠금융이 관망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는 탓에 회생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운영자금이 급격히 고갈되면서 매대 공백과 임금 체불 등의 문제가 반복됐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메리츠금융에 DIP(운영자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메리츠금융은 별다른 응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결정이 홈플러스 사태를 악화시킨 주요 분기점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후 MBK가 단독으로 1000억 원을 수혈했지만 자금난 해소에는 역부족이었고, 영업 차질은 오히려 심화됐다.

 

메리츠금융의 판단에는 채권 구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메리츠금융은 홈플러스의 62개 점포를 부동산 담보로 확보한 선순위 채권자로, 회생과 청산 모두에서 비교적 유리한 위치에 있다. 특히 청산 시에도 담보를 통해 자금 회수가 가능하다 보니 일각에서는 회생보다는 자산 정리를 염두에 두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메리츠금융은 부동산 담보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청산을 해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계산이 있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비교적 냉정하게 상황을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언급했다.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은 지난 3월 4일까지였지만, 법원은 5월 4일로 두 달 연장했다. 사진=최준필 기자


단기간 고금리 수익을 확보하고도 회생 지원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점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메리츠금융은 2024년 5월 홈플러스에 1조 3000억 원 규모의 대출을 집행한 이후, 1년 만에 이자와 수수료, 원금 상환 등을 통해 약 25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 금리는 연 8% 수준이었지만, 각종 수수료와 금융비용을 포함하면 사실상 연 11~13%에 달하는 고금리 구조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뿐만 아니라 메리츠금융은 회생 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를 대상으로 약 861억 원 규모의 가상 이자를 반영한 금액을 회생채권으로 신고했다. 이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이자까지 채권으로 반영한 것으로, 회생 절차상 채권 규모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메리츠금융의 책임론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홈플러스 사태 해결 공동대책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진보당, 사회민주당은 메리츠금융에 책임 있는 참여를 촉구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는 “최대 채권자 메리츠금융은 회생 절차 돌입 이후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며 “리스크가 전무한데도 긴급운영자금 대출을 거부하는 것은 홈플러스를 살릴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메리츠금융은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시장 구조조정 한계…정부 개입 요구 커져

 

시장 주도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정부 개입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마트산업노조와 홈플러스지부는 정부와 여당을 향해 홈플러스 정상화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4월 한 달간 총력투쟁에 돌입하는 한편 5월 1일 청와대 앞에서 투쟁대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정부와 여당은 약속만 하고 책임은 다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과 대통령실은 홈플러스 정상화를 약속했고, 유암코의 제3자 관리인 선임과 정상화 방안 추진도 제시했다”며 “하지만 돌아온 것은 또다시 지연과 방치였다. 5월 4일 회생 기한 만료 전, 정부와 여당은 유암코 제3자 관리인 선임 또는 유암코 인수 추진에 대해 분명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트산업노조와 홈플러스지부는 5월 1일 청와대 앞에서 투쟁대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사진=마트산업노조 제공

 

다만 일각에서는 특정 기업 지원에 따른 형평성 문제 등을 의식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종우 교수는 “이해관계자 간 괴리가 크다 보니 정부가 개입하기 쉽지 않은 사안”이라며 “홈플러스 사태는 초기 대응 과정에서 구조조정이나 매각 조건을 유연하게 가져가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청산 절차를 밟을 경우 사회적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국 120여 개 매장에서 근무하는 약 10만 명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고, 4000여 개 협력업체의 연쇄 도산 가능성도 제기된다. 단순한 기업 파산을 넘어 대규모 실직과 지역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노조 관계자는 “익스프레스 매각으로 약 3000억 원의 자금이 유입되더라도 이미 밀려 있는 물품 대금 규모를 감안하면 정상화까지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단순한 자금 수혈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MBK가 아닌 정부나 공적 기관이 나서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시장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래야만 협력업체와 채권자들도 거래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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