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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글로벌 마케팅] 제품 운명 좌우하는 '브랜드 네이밍'

콩글리시 썼다간 낭패…현지 소비자가 읽고 쓰기 쉽고 기억 남는지 검토해야

2019.05.15(Wed) 09:52:50

[비즈한국] 새로운 제품을 론칭할 때 중요한 작업 중 하나는 제품의 이름을 짓는 것이다. 사람의 이름도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에 큰 몫을 하는 것처럼, 브랜드의 이름 또한 한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작업이라고 해서 끙끙대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웹사이트 도메인 등록이나 제품 패키징 디자인, 광고 등 브랜드 이름이 최종적으로 결정되어야 제품 론칭과 관련된 작업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름이 확정되기까지 거치는 절차에서 거의 막바지에 의례적으로 쓰이는 것이 맞춤형 이름 테스트(Name Test)다. 

 

# 빈츠가 ‘Bitch’를 연상시킨다? 

 

단어에는 사전적 의미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어떤 사람이 외국어에 아무리 능하다 해도, 심지어 모국어라 해도 그 문화와 트렌드에 밝지 않으면 뉘앙스를 놓치기 십상이다. 

 

한국에 올 때마다 곳곳에서 발견하는 콩글리시도 국내에서는 세련되고 고급스럽게 느껴질지 몰라도, 미국 현지에서의 뉘앙스를 고려하면 안 쓰느니만 못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초코 비스켓으로 인기 있는 Binch는 ‘미친 X’ 정도로 번역될 수 있는 속어 ‘Bitch’를 연상케 한다. 미국 회사였으면 과자 이름으로 절대 쓰지 않았을 제품명이다. 또 지나가다 우연히 본 카페 이름 Gem in Brown(갈색 보석)은 로스팅한 커피 원두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겠지만, 정작 미국 사람들에겐 대변으로 연상될 가능성이 더 높다.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초코 비스켓 빈츠(Binch)는 ‘미친 X’ 정도로 번역될 수 있는 속어 ‘Bitch’를 연상케 한다. 미국 회사라면 과자 이름으로 절대 쓰지 않을 것이다. 사진=롯데제과 페이스북

 

민망한 예를 들자면 끝이 없다. 한국 강남에서 봤던 Booti Pang, 분명 미용실(Beauty Room)을 영어로 표현한 것 같은데, Booti는 영어 속어로 엉덩이를 지칭한다. Brest라는 빵집은, 아마도 Bread와 Best을 합성한 이름 같지만 영어 발음으로는 여자 가슴을 지칭하는 Breast랑 어감이 같다. ‘오가닉맘’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아기용품 브랜드지만, 채소를 설명할 때 쓰는 형용사 오가닉(organic)이 엄마(mom)라는 명사와 결합되면서 ‘화학 퇴비와 구충약이 들어가지 않은(pesticide-free, additive-free)’ 엄마라는 뜻이 되어 어색하다. 

 

제품 이름은 시장에 나오자마자 살벌한 경쟁에 부닥치며 도태냐 생존이냐가 1차 걸러진다. 미국에서 2012년 첫 분기(1월~3월)에 새로 등록된 제품 이름만 175만 개였다. 무턱대고 만든 개성 없고, 읽고 쓰기 어렵고, 듣는 이에게 혼란만 가져오는 이름은 전략, 마케팅 등 다음 차원을 논하기도 전에 사장될 운명이다. 

 

# 나이키, 아마존, 페이스북…좋은 이름은 ‘이름값’을 한다

 

Nike, Amazon, Facebook. 미국에서 잘 만든 브랜드 이름을 논할 때 자주 거론되는 예들이다. 이미 커질 대로 커진 기업을 놓고 이름을 잘 지었다고 칭찬하는 것은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로 왈가왈부하는 꼴이 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잘 지은 이름은 이들 브랜드 성공의 첫걸음이었을 것이다. 

 

나이키와 아마존은 잘 만든 브랜드 이름을 논할 때 자주 거론된다. 사진=각사

 

나이키는 그리스 신화 속 ‘승리의 여신’ 니케에서 따왔다. 스포츠 브랜드가 지향하는 이미지를 쉽게 전달하고 단어 자체가 짧고 쉽게 발음된다. 

 

아마존도 세계에서 가장 긴 ‘아마존 강’이라는 메타포를 활용하여 회사 창업 초기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책가게’이라는 의미로 쓰였다. 회사가 성장한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큰 가게’라는 의미로 확장이 된 것이다. 아마존 로고 아래쪽엔 노란 화살표가 있는데, 잘 보면 미국에서 ‘모든 것’을 의미하는 표현인 A to Z를 강조한 디자인이다. 

 

페이스북(Facebook)은 우리나라로 치면 졸업앨범을 뜻하는 단어다. 마크 저커버그가 처음 하버드에서 페이스북 데모를 만들 때 의도가 학생들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었으니, 직설적이고 단순하지만 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소개하는 데 더없이 적절하다. 

 

페이스북(Facebook)은 우리나라로 치면 졸업앨범을 뜻하는 단어다. 사진=저커버그 페이스북

 

영화 ‘소셜 네트워크’에서 저커버그가 창업 초기의 이름인 The Facebook을 피칭하고 다닐 때, The를 빼고 깔끔하게 Facebook으로 가라는 조언을 듣는 장면이 나온다. 회사의 이름을 확정 짓기에 앞서 주변 사람들의 피드백을 듣고, 철저한 소비자 연구 작업을 하는 것은 창업에서 아주 중요한 과정이다. 

 

# 읽고 쓰기 쉽고, 기억에 남고, 개성 있고, 고급스러운 이름을 찾아라

 

4년 전 미국의 한 패션 브랜드가 이름을 바꾸기 위해 소비자 연구를 의뢰했다. 회사를 공동 소유했던 부부가 이혼을 하게 되면서 회사 지분이 부인에게 넘어가게 되었다. 회사 지분을 갖는 것은 좋았으나 남편의 이름을 딴 브랜드명이 걸렸다. 이혼한 남편의 이름을 브랜드 이름으로 쓰고 싶지 않았던 새 CEO는 새 출발을 위해 전 남편의 흔적을 모조리 지운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바꾸고자 했다. 

 

그런데 막상 이름을 바꾸려니 쉽지 않았다. 취향이란 제각각이고, 한 번 정해진 이름은 회사 내부와 외부에서 여러 브랜딩에 쓰이므로 바꾸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심사숙고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CEO는 이름을 고르고 고르다 본인의 이름을 포함해 12개에 달하는 후보 이름을 들고 내게 소비자 연구를 의뢰했다. 

 

소비자들은 발음하거나 쓰기 쉽고, 기억에 남고, 개성 있고, 고급스러운 느낌의 브랜드 네임을 선호했다.

 

소비자 연구는 여성 타깃 고객층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로 진행되었다. 여러 가지 과정을 거쳐 마침내 하나의 이름으로 결정되었는데, 조사 참여자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이름 선정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첫 번째로 발음하거나 쓰기 쉽고(easy to say, easy to spell), 기억에 남을 만하고(memorable), 개성 있고(unique), 고급스러운 느낌(sophisticated)이 주를 이뤘다. 

 

# 삼성, 현대 아니라 쌤쑹, 현다이?

 

우리 귀에 잘 들어오고 어감이 좋은 영어라고 해서 미국 시장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우리에게 쉽게 다가오는 영어 이름은 우리에게 쉽다는 것 자체를 문제 삼아 자체 검열을 해봐야 할지도 모른다. 특히 일반 소비자층을 공략하는 제품이면 더더욱 그 이름이 내포한 다른 의미가 없는지, 그 이름이 쉽게 발음이 되는지, 기억에 남는지 따져보아야 한다.

 

지금은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 잡은 삼성과 현대도 해외에서는 여전히 “쌤쑹”, “현다이”라고 불린다. 미국 클라이언트와 회의를 하면서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삼성,” “현대”라고 하면 못 알아듣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지금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이 자리에 오기까지 30년이 넘는 시간과 엄청난 자본이 들었다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글로벌 시장 진출 초기의 고전은 제품 질과 더 연관이 크겠지만, 마케팅 측면에서 보면 읽기 어렵고 기억하기 어려운 브랜드 이름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싶다. 귀에 쏙쏙 들어오고, 입에 착착 감기면서 쉽게 기억되는 이름으로 시작했다면 해외 시장에서 성장이 훨씬 빨랐을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 황지영은 카네기멜론대학교에서 엔터테인먼트 경영 석사를 마치고 Fox Television, Warner Bros. Television 리서치 부서에서 일했다. 글로벌 소비자 마케팅 리서치 회사 Hall & Partners, Kelton Global에서 경력을 쌓고 2015년 소비자 마케팅 연구 회사 마인엠알(MineMR)을 설립, 현재 미국 LA에서 글로벌 기업들을 클라이언트로 소비자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황지영 MineMR 대표·마케팅전문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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