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엔씨소프트가 게임 연구개발비에 부과한 세금이 부당하다며 세무 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 취소 소송에서 지난 7월 최종 승소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이 2012~2016 사업연도 외국납부세액의 공제 한도를 초과했다며 법인세를 추가로 부과하자 엔씨소프트는 이를 취소해달라며 소송에 나섰다. 6년에 걸친 법정 공방이 과세처분 취소로 마무리되면서, 게임 연구개발비 과세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에 눈길이 쏠린다.

게임 개발 비용을 둘러싼 엔씨소프트와 삼성세무서 간의 소송전이 6년 만에 엔씨소프트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엔씨소프트는 2019년 8월 삼성세무서에 과다하게 부과된 법인세 56억 원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엔씨소프트가 승소했으나 삼성세무서가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엔씨소프트의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양측 모두 상고했지만 지난 7월 16일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처리하면서 원심 판결이 확정됐다. 심리불속행 기각이란 대법원이 법적으로 다툴 부분이 없다고 판단해 심리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다툼의 쟁점은 세액 산정 과정에서 게임 연구개발비의 분류 방식이었다. 특히 게임 상용화 여부와 해외 서비스 여부가 세액 공제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결과가 주목됐다. 엔씨소프트는 2012~2016 사업연도의 게임 연구개발비로 약 7755억 원을 지출했다. 이 중 개발을 중단했거나 진행 중인 게임의 연구개발비 약 5007억 원은 국외원천소득(해외에서 발생한 소득)에 포함하고, 이를 기반으로 외국납부세액 공제 한도를 계산해 법인세를 신고했다. 외국납부세액 공제란 기업이 외국에서 낸 세금의 일정 부분을 국내 법인세에서 공제하는 제도다. 이중 과세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기업의 법인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서울지방국세청은 2017~2018년 법인 통합 조사 후 다른 판단을 내렸다. 앞선 기간의 전체 게임 연구개발비(약 7755억 원)를 ‘국내외 원천소득의 공통비용’으로 보고 국외원천소득을 다시 산정한 것. 국세청은 엔씨소프트가 외국납부세액의 공제 한도를 초과했다고 봤고, 이에 따라 삼성세무서는 엔씨소프트의 2012·2013·2015 사업연도 법인세에 약 256억 원을 추가로 부과했다. 2016 사업연도에는 엔씨소프트가 낸 세금이 더 많아 약 38억 원을 감액하고 환급 통지했다.
엔씨소프트는 이 같은 결정에 반발했다. 정당 세액보다 약 56억 원이 과다하게 산정됐다고 보고 2018년 6월 조세 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조세심판원은 ‘온라인 게임은 상용화 후 언제든지 국외 출시가 가능하기 때문에 국내외 사업 활동의 공통 경비로 볼 수 있다’며 세무 당국의 계산을 인정했다.

하지만 법정으로 가자 상황이 역전됐다. 1심 법원이 ‘전체 연구개발비를 국내외 원천 수입의 공통비용으로 인정할 근거가 없다’라고 보면서다. 엔씨소프트에서 2012~2016년 연구개발비가 투입된 게임은 20개였는데, 이 중 실제로 출시한 것은 3개에 그쳤다. 재판부는 개발에 실패했거나 개발 중인 게임의 연구개발비로 국외원천소득이 생긴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당시 엔씨소프트의 국외 매출 비중이 15~24%에 그쳤다는 점에서 연구개발비를 투입한 게임이 엔씨소프트의 국내외 수익에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과세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삼성세무서의 항소로 열린 2심에서도 법원은 엔씨소프트의 손을 들었다. 다만 1심과 달리 출시에 성공한 게임은 세무 당국의 판단을 인정했다. 또한 경정 처분 내역 중 2016년 세금을 감액한 부분(38억 원 환급)은 소송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2심 재판부는 세무 당국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연구개발비 전부가 국외원천수입과 연관 있는 공통비용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게임을 국내에만 출시한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국내외 공통비용으로 보면 납세자 부담이 지나치게 커진다는 점도 지적했다. 다만 상용화한 게임 중 해외에서 서비스한 게임은 국내외 수입 비율에 따라 공통비용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외국납부세액 공제 한도를 산정할 때도 해외 서비스를 한 시기에는 국가별로 수입을 반영해 비용을 차감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은 세무 당국의 판단을 일정 부분 인정했지만, 정당한 세액을 계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처분 전체를 취소했다. 2심 재판부는 “제출된 자료에 따라 적법하게 부과할 정당한 세액을 산출할 수 있을 때에는 정당한 세액을 초과한 부분만 취소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과세처분 전부를 취소할 수밖에 없다”라며 “변론 종결 당시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정당 세액을 계산할 수 없어 나머지 처분을 전부 취소한다”라고 판시했다.
엔씨소프트와 삼성세무서는 쌍방 상소했지만 대법원의 기각으로 2심이 확정됐다. 엔씨소프트가 승소했음에도 항소에 나선 건 별도의 환급 관련 소송이 남은 탓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는 2016 사업연도 법인세에서 정당한 환급액은 47억 원이나 38억 원으로 산정됐다며 약 8억 3900만 원을 돌려달라는 소송(경정청구 처분 취소)도 진행하고 있다. 이 사건은 경정청구 기간 90일을 지나 청구했다는 이유로 1심에서 엔씨소프트가 패소했고, 2심이 진행 중이다. 삼성세무서 관계자는 과세처분 취소 처리 여부에 관해 묻자 “확인이 어렵다”라고 전했다.
한편 국내 게임업계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엔씨소프트는 올해 상반기 법인세를 내지 않았다. 2024년 상반기 350억 원의 법인세를 냈던 엔씨소프트는 2025년 상반기에는 36억 원을 환급받았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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