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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꼭 SK베네피아에서만?' 근로자 휴가지원사업의 이상한 독점 구조

온라인, 그것도 폐쇄몰에서만 가능, 음식점과 주유는 안돼…관광공사 "효과적이며 공정하게 선정"

2019.06.03(Mon) 21:53:52

[비즈한국] 2018년부터 중소기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는 정부의 휴가지원사업이 특정 기업이나 시스템의 독점적인 구조로 돼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근로자 휴가지원사업은 중소기업 근로자가 정부와 기업에서 각각 10만 원씩 총 20만 원의 휴가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근로자가 20만 원을 내면, 기업이 10만 원, 정부가 10만 원을 부담해 국내 여행 시 쓸 수 있는 40만 원의 여행적립금이 근로자에게 포인트로 지급된다. 국내 여행을 활성화하고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준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각광받고 있다.

 

이 포인트는 국내 여행 시 숙박과 교통, 각종 입장권과 체험상품 등을 구매할 때 쓸 수 있다. 하지만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40만 원의 여행적립금을 전용 온라인 몰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 의문을 제기한다.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은 근로자가 20만 원을 내면 기업이 10만 원, 정부가 10만 원을 부담해 국내 여행 시 쓸 수 있는 40만 원의 여행적립금이 근로자에게 포인트로 지급된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캡처


# 전용 온라인 몰에서만 써! 내 돈과 회사 돈인데?

 

중소기업 근로자로 2019년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에 선정돼 40만 원의 여행적립금을 받은 A 씨는 “특정 온라인 몰에서만 상품을 구매하고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정부지원금이 10만 원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이미 내 돈과 회사 돈도 30만 원이나 들어있는데 왜 현장에서 바로 사용하지 못하고 온라인에 있는 특정 상품을 구매할 때만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근로자 휴가지원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전체 계획을 수립하고 한국관광공사가 사업수행을 한다. 한국관광공사는 2018년 사업이 처음 시행될 때 입찰을 통해 운영 업체를 선정했다. 선정된 업체는 SK엠앤서비스 주식회사에서 운영하는 ‘SK베네피아’. SK엠앤서비스​는 SK플래닛이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K엠앤서비스는 근로자 휴가지원사업 외에도 특정인을 위한 폐쇄몰을 운영하는 회사다. 폐쇄몰이란 특정된 회원들만 구매할 수 있는 회원전용 쇼핑몰로 공무원 공제회 등 전용 복지몰이나 특정 회사의 임직원 전용 쇼핑몰 등을 말하며 복지몰이라고도 한다. 공식적으로는 선택적 복지제도 시스템으로 불린다.

 

한국관광공사는 사업 첫해인 2018년에 선택적 복지제도 시스템 운영사들을 대상으로 근로자 휴가지원사업의 입찰을 진행했다. 입찰공고문에서 입찰자격을 “최근 3년간 단일 계약 건 5000명 이상의 기관의 선택적 복지제도 시스템 운영사업을 수행한 실적이 있는 사업자로 본 사업 및 특성에 맞게 시스템 제공 및 운영이 가능한 업체”로 제한했다. 

 

한국관광공사는 공개입찰을 통해 SK엠앤서비스에서 운영하는 SK베네피아를 선정했고 계약은 올해도 연장됐다. 선정된 업체는 매년 평가를 통해 일정 수준의 요건이 충족되면 2021년 2월까지 총 2회의 계약연장이 가능하다. 정부의 별도 사업비 지원이 없고 초기 투자비용이 발생하므로 입찰업체의 수익성을 위해 한 번 개발한 시스템을 3년 정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한국관광공사는 “교수, 연구원, 중소기업 담당자 등 입찰 평가 위원 5~6명에 의한 통상적인 입찰 규정에 의해서 공정하게 선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행업계 관계자는 “왜 처음부터 폐쇄몰에만 입찰 자격을 주느냐”고 반박한다. 국내에는 SK베네피아를 비롯해 이지웰과 이제너두 등 굵직한 업체를 포함해 소규모 업체를 합치면 폐쇄몰이 5~6개나 된다. 선정된 SK베네피아는 선택적 복지 시스템을 10년 이상 운영해온 회사로 공공기관과 대기업 복지몰 등 600여 개의 폐쇄몰을 운영 중이며 회원수는 70만여 명에 이른다. SK베네피아에 입점해 있는 제휴사는 총 150여 곳, 이 중 여행과 관련된 업체 40여 곳이 근로자 휴가지원사업과 연계돼 전용 온라인 몰에 노출되어 있다. 

 

근로자 휴가지원사업에 선정된 근로자는 적립된 40만 원을 전용 온라인 몰인 SK베네피아에서만 쓸 수 있고 오프라인 사용이나 음식점과 주유비 사용은 불가하다. 사진=SK베네피아 캡처


# 폐쇄몰로 입찰 제한, 여행사나 지자체는 운영 못하나

 

내일배움카드와 같이 카드 형태로 발급해 전국 어디서나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식도 가능하지 않을까. 한국관광공사는 “공급 규모가 작아 협력할 수 있는 카드사를 찾지 못했다”고 답했다. 최소 몇십만 명에서 몇백만 명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다른 정부 지원 사업에 비해 작은 규모인 데다 기한이 있는 한정적 사업이라 카드사에서도 카드발급에 따른 부가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 사업에 참여하려는 곳이 없었다는 것.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사업을 준비하면서 카드발급 등을 포함한 다양한 방식을 검토했으나 현재의 전용 온라인몰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며 “전용 온라인 몰의 운영을 위해서는 선택적 복지제도 시스템사가 가장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근로자 휴가지원사업은 전용 온라인 몰에서 참여 기업과 근로자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여행사 대표 B 씨는 “처음부터 폐쇄몰을 대상으로 입찰 자격을 제한했다는 것부터가 문제”라고 꼬집는다. 그는 특정 온라인상에서만 상품을 예약할 수 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행적립금을 받으면 지자체 페이나 쿠폰 등으로 전환해 오프라인에서도 쓸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관광공사 측은 “적립금을 바우처나 상품권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하면 지원받는 근로자가 아닌 타인에 의한 오용은 물론 온누리상품권과 같은 부정 거래 등을 막을 수 없다”고 항변했다.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유통되거나 부정사용의 위험성이 존재해 통제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다. 

 

그러나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숙박 예약을 누가 했더라도 결국 체크인을 누가 하는지까지는 확인하거나 관여할 수 없다. 결국 부정사용을 하고자 하면 적립금 시스템이라도 이를 막을 수 없다는 것. 게다가 현재 SK베네피아에서 예약할 수 있는 여행상품 4만~5만 개 중 90%가 리조트나 호텔과 같은 숙박 상품이다. 

 

또 적립금은 음식점과 주유비로 쓸 수 없다. 여기에도 “여행을 가서 쓰는 돈이 아닐 수 있다”는 논리가 들어간다. 그렇다면 숙박시설은 꼭 여행을 가서만 쓰게 될까?

 

SK베네피아가 운영하고 있는 근로자 휴가지원사업의 전용 온라인 몰에는 숙박시설이나 체험 업체가 개별로 입점해 있지 않고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들이 입점해 판매하는 구조다. SK베네피아에 여행사 입점 기준을 물으니 “특별한 입점 제한은 없다. 어디든 가능하다. 보통은 여행사가 하지만 개별 시설도 입점할 수 있다. 다만 근로자가 적립금을 쓸 수 있는 온라인결제시스템이 연동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SK베네피아에서 사용하는 온라인결제시스템인 PG사는 KCP다. PG(Payment Gate)사란 이니시스, 다날 등 신용카드사나 은행 같은 결제사와 온라인 상점 사이에서 온라인 결제를 대행하는 전자지불대행사를 말한다. 기존에 이니시스 등 다른 PG사와 연동되어 있었다면 이를 KCP로 바꾸어야 전용 몰에 입점이 가능하다. 

 

SK베네피아와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이에는 최소 수백만 원의 개발비가 들어간다. 작은 규모의 여행사나 개별 업체로서는 시스템 개발비까지 부담하면서 입점할 여력이 없다. 그 이상의 수익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작은 업체들은 대량으로 물량을 공급받는 중대형 여행사들과 가격경쟁에선 승산이 없다.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이 역시 자기들만의 카르텔”이라 못 박았다. ‘보이지 않는 벽’을 치고 있다는 것. 또 다른 여행업 관계자는 “요즘처럼 페이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시대에 PG사 개발비 운운하는 것도 시대에 역행하는 발상”이라며 “결국은 대기업에 대한 정부의 특혜”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전용 몰에 입점을 시도했던 여행사 대표 D 씨 역시 “누구나 입점할 수 있다고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 여행 관련 협회 관계자는 “8만 명 근로자와 참여 기업의 몇백억 원 적립금이 예치되어 있는 하나은행의 이자수익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하나은행이 협력업체로 선정된 배경에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이에 한국관광공사 측은 “하나은행 선정 권한은 SK베네피아에 있으며 우리가 관여한 바 없다”면서 “차후 환불에 대한 조치까지 포함된 관련 처리비용을 은행이 부담한다”고 전했다. 

 

1인당 10만 원의 정부 지원금이 포함된 8만 명의 320억 원, 세금에서 나가는 돈만 계산해도 80억 원이다. 근로자와 참여 기업은 이미 1인당 30만 원의 근로자 분담금과 기업 분담금을 입금한 상태다. 분담금을 모두 입금해야 신청이 완료되기 때문. 근로자 휴가지원사업의 320억 원은 2019년 사업이 끝나는 2020년 2월까지 SK베네피아를 통해 쓰일 예정이며 그 사이 근로자와 참여기업이 낸 예치금은 하나은행에 보관된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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