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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DMZ 회동, 대선 앞둔 트럼프의 '빅피처'

외교적 성과 없는 상황 반전 카드…협상전략 변화 없어 급물살 미지수

2019.06.30(Sun) 23:22:18

[비즈한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고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53분간 단독 회담을 가졌다.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군사분계선 북측과 남측을 오가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만남 트윗 제안에 김 위원장이 응답하면서 사실상 3차 북미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이뤄진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0일 오후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미 많이 알려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파격적인 행보에는 2020년 대선에서 재선을 겨냥한 전략이 담겨 있다. 미국 대선에서는 전통적으로 경제적인 이슈가 주로 다뤄지고, 외교 문제는 뒤로 밀려난다. 1992년 이라크 전쟁에서 승리한 조지 부시 대통령이 경제를 앞세운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패배한 것이 가장 대표적인 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8일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가진 대선 출정식에서 경제 성과와 국경 문제, 중국과의 무역협상 등 경제와 관련된 문제만 언급했을 뿐 외교 이슈는 다루지 않았다. 

 

하지만 외교 이슈를 다루지 않는 것과 외교적 성과가 없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점이 트럼프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북한과 비핵화 협상,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 후 재협상,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 등을 주요한 외교 정책으로 추진 중이지만 성과를 거둔 것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은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와 항공모함 전대 파견 등 경제적·군사적 압박에도 이란은 미국의 재협상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핵물질 축적에 나섰다.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지지 중이지만 마두로 대통령의 권좌에는 흔들림이 없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외교적 경험이 풍부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유력한 상태에서 외교적 성과가 없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상황을 반전시키고 재선으로 향하는 대선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 김 위원장과의 판문점 만남이라는 빅 이벤트를 추진했고, 트럼프 대통령 제안에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상처 입은 정치적 위상 회복을 노린 김정은 위원장이 화답하면서 성사됐다. 국내 언론과 미국 언론은 물론 세계 주요 언론들이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만나 남북을 오가는 모습은 타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대선 유세에 북한 문제를 활용할 좋은 기회를 갖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대중 집회에서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 ‘케미스트리(궁합)’를 이야기해왔다는 점에서 대선 유세 과정에서 이번 판문점 만남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한 자랑거리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버락 오마바 정부의 대북 정책인 ‘전략적 인내’를 북한의 핵 개발을 방치한 실패한 전략이었다고 비판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판문점 북미 정상 회동은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대한 공격도 가능한 다목적 카드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김 위원장과의 판문점 만남이 대선 전략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정상 간 ‘톱다운 방식’으로 2차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져 있던 북한 비핵화 협상의 물꼬를 다시 텄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자유의 집에서 가진 단독회담 후 기자들에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주도로 2~3주간 실무팀을 구성해 협상하겠다”고 말해 실무 협상 재개를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0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에서 만나 인사한 뒤 남측 지역으로 이동하기 전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와 경제적 보상이라는 ‘빅딜’ 안을 제시했지만, 김 위원장이 영변 핵 시설 폐기와 전면전인 대북 제제 완화를 요구하면서 결렬됐다. 이후 북한과 미국은 상대의 양보를 요구하며 설전을 벌였다. 특히 김 위원장은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연말 시한을 언급하며 미국에 “셈법을 바꾸라”고 요구했다. 

 

이로 인해 북미 간 비핵화 실무 협상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3차례 북한에 실무 협상 재개를 요청했지만 북한은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친서가 오가며 정상 간에 더 이상의 관계 악화를 막으려는 움직임이 진행되다 이번 판문점 만남이 이뤄지면서 비핵화 실무 협상이 재개되게 됐다. 

 

북한이 요구하는 대북 경제 제재 해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언젠가는 해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협상을 진행하다 보면 해제도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의 조치에 따라 일부 제재 완화라는 당근이 주어질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점에서 향후 실무 협상 진행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크다. 비핵화 실무 협상이 재개되면 그동안 북미 대화 교착으로 막혔던 남북 경제협력 문제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전격적인 판문점 회동에도 북미 간 비핵화 실무 협상에서 진전된 성과를 거둘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관측도 여전하다. 북한의 대북 제재 해제 요구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빅딜을 원칙으로 내세운 미국의 협상 전략에 변화가 없음을 내비친 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단독 정상회담 후 “우리(북미)는 각각 대표를 지정해 포괄적인 협상과 합의를 하겠다는 데에 합의했다”고 말해 미국이 주장하는 빅딜 식 협상 방식을 김 위원장이 받아들였음을 시사했지만 북한의 명확한 입장은 향후 북한 매체의 보도가 나와봐야 알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봐야 알겠지만 우리는 속도보다 올바른 협상을 추구할 것”이라며 “서두를 필요는 없다. 서두르면 항상 실패를 하게 된다”며 ‘올바른 협상론’과 ‘속도조절론’을 재확인한 점도 향후 실무 협상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이미 이번 이벤트로 얻을 만큼 얻은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빠른 결과보다는 협상 상태가 유지되는 게 어쩌면 대선에 더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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