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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만원짜리 제주 렌터카의 불편한 진실

'자차보험' 명목으로 렌트비 충당 관행…"영세업체 난립, 각종 꼼수 횡행"

2019.08.02(Fri) 18:35:50

[비즈한국] 제주로 휴가 계획을 잡은 A 씨는 인터넷을 검색하다 하루 렌트비 1만 원의 렌터카를 발견했다. ‘왜 이렇게 싸지?’ 의구심이 들었지만 하루 1만~2만 원으로 차량을 빌릴 수 있는 곳이 꽤 많아 바로 예약했다. 하지만 현장에 가보니 배보다 배꼽이 더 컸다. 하루 보험료가 보장 내용에 따라 3만~5만 원으로 이틀 렌트비가 금방 10만 원이 넘어갔다.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공항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외곽의 렌터카 업체까지 들어와 안내를 받기까지 이미 몇 시간을 소요한 터라 그냥 계약했다. 하지만 사기를 당한 듯 찜찜했다.

 

제주에서 렌터카를 빌리다 보면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사실 업체마다 들쭉날쭉한 제주 렌터카의 자차 보험료에는 ‘​비밀’​이 있다. 소비자가 보험료인 줄 알고 내는 돈은 놀랍게도 대개 업체가 꿀꺽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까.

 

제주의 많은 영세 렌터카 업체가 실제로는 자차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보험료 명목으로 ‘자차면책금’을 받아 모자란 렌트비를 충당한다고 한다. 사진=비즈한국DB


# 렌트비는 낮게 보험료는 높게 ‘​조삼모사’​

 

차량 소유주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대인보상, 대물보상, 자기신체손해가 포함된 책임보험에 가입하도록 되어 있다. 흔히 ‘자차’라고 불리는 자기차량손해는 선택사항이다. 그러나 많은 렌터카 업체에서 자차 추가 가입을 권하고 보험료를 받아간다. 그런데 이 자차보험료가 실제로는 보험료가 아니라 업체에서 가져가는 렌트비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제주에서 렌터카 알선업을 하는 B 씨는 “​렌터카 업계에서는 이렇게 고객에게 추가로 들게 하는 자차보험료를 ‘자차면책금’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엄밀히 말하면 보험이 아니라 고객이 사고를 내고 차량에 손해를 입혀도 일정금액을 미리 받고 그에 대해 고객에게 면책권을 주겠다는 의미다”​고 설명했다.

 

B 씨​에 따르면 렌터카 업체는 실제로는 자차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보험료 명목으로 받은 돈으로 모자란 렌트비를 충당한다. 사고 수습은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편법을 쓴다. 사고가 나면 대물, 대인, 자기신체손해는 의무적으로 가입되어 있는 기본 보험으로 처리하고 자기차량손해에 대해서는 직접 운영하거나 제휴된 카센터에서 해결하는 것이다. 직접 운영하는 카센터를 이용할 경우 차량에 들어가는 부품과 인건비를 최대한 낮추고 적당한 선에서 자기차량을 고칠 수 있다고 한다.​

 

애초에 비용을 원가 이하로 책정하고 우회적으로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업체당 100~300대의 렌터카를 운영하고 있는 영세업자들 대부분이 B2C 영업을 할 때 이를 하나의 영업 전략으로 쓰고 있다. 이런 편법을 쓰는 이유는 제주에 영세 렌터카 업체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현재 제주에는 120여 개의 크고 작은 렌터카 업체가 난립해 렌터카 대수가 3만 2000대에 이른다. 이 중 몇 개의 대기업을 제외한 95%가 영세업자다.

 

B 씨는 “자차면책금은 그때그때 시즌이나 상황에 따라 업체 마음대로 정한다. 렌트비 1만 원을 받고 자차면책금 3만 원을 받든, 반대로 하든 관계없다. 고객이 자차보험료로 알고 있는 돈은 결국 모두 렌터카 업체로 들어가는 돈이다. 렌트비 하루 천 원​까지도 가능한 이유다. 한마디로 눈속임이고 꼼수”라고 전했다.​​​

 

게다가 렌터카 업체는 새 차 구입 후 보통 3년이 되면 중고차 시장에 이를 되판다고 한다. 제주 렌터카 업체 관계자 C 씨는 “​연식 3년이 넘지 않은 차량은 비교적 높은 값을 받고 되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량 수리도 ‘적당히’,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만’ 한다”​며 “​​제주도 렌터카 업체의 수입 중 절반 정도가 중고차 매각 수입”이라고 귀띔했다.

 

제주에는 하루 1만~2만 원으로 차량 렌트를 예약할 수 있는 곳이 많지만, 막상 현지에 도착하면 보험료 명목으로 지불해야 하는 추가비용이 렌트비보다 비싼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진=렌터카 가격비교 캡처

 

# 자차보험료 안 냈다가 수리비 바가지

 

렌터카 업체에서는 자차보험을 세분화해 다시 일반자차, 완전자차, 무제한자차 등으로 나누어 차등 요금을 책정하는데, 실은 이 모두가 꼼수인 셈이다. 고객의 불안감을 자극해 자연스럽게 수익을 늘리는 일종의 영업 전략이다.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자차보험은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므로 고객이 원하면 가입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론상으로는 하루 1만 원으로 차량을 빌릴 수 있는 것. 그러나 이런 경우 렌터카를 반납할 때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올 5월 제주에서 자차 없이 렌터카를 빌렸던 ​D 씨가 그런 사례다. D 씨는 ​“​하루에 1만 2000원으로 3일간 차를 ​렌트했다. 물론 업체에서는 자차 가입을 권유했지만 거절했다. 그런데 반납할 때, 있는지도 몰랐던 자동차 문 옆의 작은 긁힌 자국을 업체에서 문제 삼아 수리비로 20만 원을 요구했다. 옥신각신하다가 결국 10만 원에 합의를 봤다”​고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자차보험에 들지 않은 사람은 ​렌터카 업체가 ​온전히 렌트비를 지불하지 않은 고객으로 보기 때문에 수리비 등의 명목으로라도 비용을 충당한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렌터카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 건은 2016년부터 올해 6월까지 945건에 이른다. 이 중 휴가철인 7~8월에 발생한 경우가 전체의 24%로 가장 많았다. 올해 6월까지 접수 건수도 전년 동기간보다 36.2% 늘었다. 전체 신고 건 중 가장 많은 25.1%가 사고 수리비를 과다하게 청구한 경우였다. 사고 경중과 관계없이 동일한 면책금을 청구한 사례도 10.6%였다. 전국 렌터카 시장 매출의 70~80%를 제주 업체들이 차지한다.

 

렌터카 ​업체가 보험회사에 자차보험을 드는 경우에도 1만 원짜리 보험을 부풀려 4만 원에 팔고 2만 원은 보험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는 식이라고 한다. 앞서의 업계 관계자 C 씨는 “업자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미 몇 년간 과당경쟁을 하고 있어서 순수 렌트비는 최대한 낮춰서 광고하고 자차면책금이나 보험사 리베이트로 마진을 챙긴다. 고객의 뒤통수를 쳐서라도 수익을 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이 같은 사실이 알려져도 당장 ‘싼값’​의 유혹에 버틸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제주 현지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E 씨는 “상품가를 원가 이하로 책정하고 쇼핑과 옵션으로 수익을 내는 저가 패키지여행처럼 그 구조와 폐해를 아무리 알려도 여전히 저가 패키지여행을 찾는 수요가 많은 것과 같다”며 “렌터카업이 애초에 허가제가 아니라 신고제였기 때문에 영세업자의 난립을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고 그러다보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종 꼼수들이 등장한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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