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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 시대의 N잡러' 이상미 "인생은 계획대로 흐르지 않아"

6월부터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진행 "시간표 만드는 것 자체가 강박, 계획 안 세우고 살아"

2019.08.16(Fri) 18:38:33

[비즈한국] 한 시대를 풍미한 MBC 대학가요제 끝물 스타, 밴드 ‘익스’의 리드보컬 이상미 씨(36)가 방송 MC로 나섰다. 그는 6월 말부터 매주 월~목요일 밤 9시 30분 TV에서 두 시간 동안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여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15일 광복절 오후, ‘비즈한국’은 서울 마포구 성산동 인근 카페에서 이상미 씨를 만났다. 노래 ‘잘 부탁드립니다’로 2005년 대학가요제 대상을 받은 그는 가수, 교양방송·TV MC, 요가강사, 뮤지컬 강사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오늘 인터뷰의 키워드는 N잡러”라는 기자의 말에 이 씨는 “N잡러가 뭐예요?”하고 되물었다. 

 

‘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이란 뜻의 신조어’라고 설명하자 그는 “요즘은 말이 참 예쁘다”며 “어른들은 내게 ‘하나도 제대로 못 하면서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닌다’고 잔소리하신다”며 웃었다.  ​

 

노래 ‘잘 부탁드립니다’로 2005년 대학가요제 대상을 받은 이상미 씨는 가수, 교양방송·TV MC, 요가강사, 뮤지컬 강사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사진=이종현 기자

 

# 시사프로그램 MC, 새로운 도전

 

최근 이상미가 가장 신경 쓰는 건 tbs ‘뉴스공장 외전, 더룸’이다. 공동 MC인 노영희·박지훈 두 변호사와 시청자 사이에서 실시간으로 댓글을 읽고,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 대중의 눈높이에서 궁금한 부분을 질문하며 방송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시사 이슈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어요. 대학교 1학년 때 효순이 미선이 사건이 터졌고, 젊은 혈기에 미국제품 불매운동을 하기도 했죠. 나이를 먹고 정권이 바뀌는 순간들을 보면서 더욱 뉴스를 찾아보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TV 시사프로그램 MC로 나서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어요. 방송을 시작하고 첫 3주는 저녁 9시 30분 생방송 준비하느라 집에서 나갈 수 없었어요. 종일 신문과 방송 뉴스를 진보·보수 가리지 않고 봤습니다. 지금도 아이템이 그날그날 정해지니 현안을 따라가기 바빠요.”

 

# ‘N잡러’가 되기까지 순탄치 않았던 시간


이상미 씨는 “​​현실성이 없어도 늘 꿈을 꿨다​”​고 전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스무 살의 이상미는 직업가수가 아닌 취미가수로 남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운을 뗐다.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자라 서울은 멀게만 느껴졌다. 이 씨는 “현실성이 없어도 늘 꿈을 꿨다”며 “영어, 요가, 노래… 전부 꾸준히 했기에 지금 다방면으로 써먹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가요제 이후 서울에 올라오면서도 순탄치만은 않았어요. 바랐던 길이지만 예상치 못한 일들이 갑자기 닥쳐왔죠. 당시에는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것 같아요. 여러 힘든 일을 겪고 다시 대구로 내려갔습니다. 서울에서는 ‘시간이 없다’는 말을 습관처럼 달고 살았는데 일을 다 접고 내려가니 남아도는 시간이 문제였어요.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나씩 해나가기 시작했어요. 요가, 서핑, 유화 등을 본격적으로 하며 스스로 꽉 찬 느낌을 받게 됐습니다.”

 

“이젠 하나의 일이 된 요가는 스무 살 때부터 배웠어요. 우연히 시작했는데 마음이 편해지는 걸 느꼈죠. 몸의 관절을 의식하고 움직이는 게 좋았어요. 꾸준히 하다 보니 자격증을 따고, 수업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최근에는 주로 ‘UN 세계 요가의 날’이나 ‘코리아요가 컨퍼런스’같은 행사에서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각각의 경험이 하나로 통하기까지

 

별개의 것처럼 보이는 각각의 경험은 결국 하나로 통했다. 이상미 씨는 “대학 시절 들은 영문학, 심리학 수업 덕분에 ‘EBS 딩동댕 유치원’ MC와 어린이 영어뮤지컬단 교사로 일할 수 있었다”며 “또한 데뷔 당시 발음 연습을 위해 종이신문의 정치·사회면을 소리 내서 읽었던 경험이 지금의 시사 방송 진행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보는 사람에 따라 내 활동을 일관성 없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한 우물만 파라’ ‘반석 위에 집을 지어라’ 같은 옛말도 있으니까. 하지만 나 스스로도 불안하던 시절 친구가 ‘젊을 때 새로운 걸 해보지 않아서 후회하는 사람’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그 이야기를 들은 뒤 내가 일을 하며 즐겁고, 또 그걸로 생활할 수 있으면 된다고 마음가짐을 바꾸게 됐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시간표를 세우느라 너무 많은 강박에 빠져 있다’는 걸 깨닫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게 됐다”​고 답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 무계획이 계획, “N잡러로 남을 것”

 

인터뷰를 진행한 날, MBC 대학가요제가 7년 만에 부활한다는 뉴스가 떴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범람하고 밴드보다는 아이돌 가수 중심으로 무대가 바뀌는 등 시대가 변했지만 그래도 기분 좋은 소식이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이상미 씨는 “어느 순간 ‘내가 세운 시간표대로 인생이 흐르지 않는데, 시간표를 세우느라 너무 많은 강박에 빠져 있다’는 걸 깨닫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게 됐다”며 “내가 바라는 가치와 목표가 맞는지 확인하면서 ‘N잡러’로 꾸준히 걸어가는 게 지금의 유일한 계획”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들려준 에피소드가 딱 N잡러다웠다.

 

“최근 방송 시작 전에 작가들이 ‘언니, 허리가 너무 아파요. 좋은 요가 자세 없나요?’ 하고 묻길래 방송 전에 다 같이 요가시간을 가졌어요. 내가 가진 것을 나눴으니 이 또한 반석이 아닐까요?”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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