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내 항공사들이 잇따른 리튬 배터리 발화 사고에 ‘기내 보조배터리 사용 전면 금지’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충전 설비가 부족한 노후 항공기 승객들이 ‘충전 난민’이 될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충전 양극화’라는 새로운 문제에 봉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오는 26일부터 한진그룹 5개 항공사는 기내에서 보조배터리로 휴대전화·태블릿PC·노트북·카메라 등 전자기기를 충전하는 행위를 모두 금지한다. 이같은 방침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국내선과 국제선 항공편에 적용된다. 이들에 앞서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10~12월 기내 보조배터리 사용 금지 정책을 시범 운영했으며 올해부터 전면 금지로 전환했다. 제주항공도 지난 22일부터 기내 보조배터리 사용을 금지했다.
승객들은 기내에서 보조배터리를 사용할 수는 없지만 기존 반입 규정에 따라 용량·개수 제한에 맞춰 휴대할 수 있다. 비닐백·개별 파우치에 보조배터리를 한 개씩 넣어 보관하는 등의 단락 방지 조치를 반드시 해야 하며 기내 선반이 아닌 좌석 앞주머니 등 승객의 손이 즉시 닿을 수 있는 공간에 둬야 한다.
항공사들이 고강도 규제에 나선 것은 최근 리튬이온 배터리를 매개로 한 기내 화재 사고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액체 전해질을 쓰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구조적으로 충격과 열에 취약하다. 특히 비좁은 기내 좌석 틈새로 배터리가 빠져 압착되거나 충·방전 과정에서 내부 온도가 급격히 상승해 폭발하는 열폭주 현상이 빈번히 발생한다. 비행 중 열폭주 현상이 발생해 화재로 이어지면 대응하기 만만치 않은 만큼 끔찍한 결과에 대한 우려가 크다.
실제로 지난 10일 중국 하이난성 싼야 국제공항을 출발해 청주국제공항으로 향하던 티웨이항공 국제선 여객기에서 승객이 소지한 보조배터리에서 연기가 발생해 이를 진화하던 승무원 3명은 연기를 흡입해 청주국제공항 도착 뒤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2024년 12월 후쿠오카로 향하는 부산 출발 에어부산 국제선 여객기 안에서도 보조배터리에서 연기가 발생해 이륙 준비를 중단하고 활주로에서 탑승 게이트로 방향을 돌리는 소동도 빚어졌다.
하지만 이처럼 규제가 강화되면서 승객의 불편이 커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마트폰이 모바일 신분증과 지갑을 대체하고 비행 중 업무 처리는 물론 OTT 관람까지 책임지는 ‘디지털 생명줄’이 된 상황에서 충전 제한 조치는 승객들에게 단순한 불편을 넘어 ‘디지털 고립’ 공포를 안겨줄 수 있기 때문. 특히 장거리 비행 중 배터리가 방전되면 착륙 직후 입국 수속이나 교통편 결제 등 필수적인 일상 연결마저 끊길 수 있다.
보조배터리의 기내 사용이 금지되면서 승객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기내 좌석에 설치된 USB 포트나 220V 콘센트를 이용하는 것뿐이다. 항공기 탑승 전 충전포트가 있는지 미리 확인하는 과정이 필수가 될 전망이다.
문제는 대형 항공사의 최신 기종은 좌석 전원 인프라가 비교적 잘 갖춰졌지만, 일부 저비용항공사(LCC) 주력 기종은 이코노미 좌석에 충전 설비가 부족한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탑승하는 기종에 따라 누구는 충전이 가능하고 누구는 불가능한 ‘충전 양극화’ 논란이 새롭게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전고체 배터리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화재의 주원인인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한 차세대 기술이다. 기존 액체 전해질은 온도 변화에 민감하고 분리막이 손상되면 양극과 음극이 만나 즉시 폭발하지만, 고체 전해질은 구조적으로 단단해 분리막 역할을 겸하며 훼손되더라도 액체가 흐르거나 불이 붙지 않아 구멍이 뚫리고 찢어져도 터지지 않는 ‘꿈의 배터리’로 평가받는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핫클릭]
·
태양광·2차전지 좋아질수록 재활용 어려워지는 '기술의 역설'
·
세계 1위 시노펙-CNAF 합병, '지속가능 항공유' 패권 가져가나
·
대한항공 LCC 통합 후폭풍, '에어부산 소멸'에 흔들리는 부산 하늘길
·
지방에 두바이 직항길 열린다, UAE와 항공 운수권 신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