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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새 행장에 내부 출신 장민영…첫날부터 '노사 정면대치'

노조 "빈손 행장" 반발…수당·초과이익 배분 갈등 속 총파업 경고

2026.01.23(Fri) 15:27:00

[비즈한국] IBK기업은행의 차기 행장으로 장민영 IBK자산운용 대표가 임명됐다. 기업은행장 자리는 김성태 전 행장이 퇴임한 이후 후임을 정하지 못해 한 달 가까이 비어 있었다. 김 전 행장의 뒤를 이어 임명된 장민영 행장은 노사 갈등 봉합, 생산적 금융 전환 추진 등 여러 과제를 마주하게 됐다. 장 행장은 노동조합의 출근 저지 시위로 인해 23일 출근길에도 발길을 돌려야 했다.

 

금융위원회는 1월 22일 IBK기업은행 신임 행장으로 장민영 IBK자산운용 대표를 임명 제청했다. 사진=IBK기업은행 제공

 

금융위원회가 1월 22일 신임 기업은행장으로 장민영 IBK자산운용 대표를 임명 제청했다고 밝혔다. 다음 날인 23일 장민영 대표는 기업은행 신임 행장으로 취임했다. 기업은행장은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금융위 위원장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선임된다. 김성태 전 행장이 1월 2일 자로 퇴임했지만 차기 행장이 정해지지 않아 한동안 김형일 전무이사의 행장 직무 대행 체제로 운영됐다. 김 전무가 유력한 차기 행장 후보로 꼽혔는데, 금융위가 장 대표를 제청하자 뜻밖의 인사라는 평도 나왔다.

 

신임 행장으로 취임한 장민영 대표는 기업은행에서만 30년 이상 근무한 내부 출신 인사다. 1989년 기업은행에 입행해 2015년 자금운용부장, 2018년 IBK경제연구소장, 2020년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을 거쳤다. 부행장 퇴임 후 2023년 5월 IBK자산운용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2024년 6월 IBK자산운용 대표로 취임했다. IBK자산운용 대표의 임기는 2년으로 장 대표는 임기를 다 채우기도 전에 기업은행으로 돌아오게 됐다.

 

금융위는 장 행장에 대해 “기업은행에서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며 금융시장 이해도와 리스크 관리 전문성을 쌓은 금융 전문가”라며 “전문성을 바탕으로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 지원을 강화하고 정책금융을 통한 생산적 금융 대전환을 이끌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기업은행 차기 행장 선임이 한 달 가까이 늦어지자 시장에서는 우려의 시선이 나왔다. 새해를 맞았으나 직무 대행 체제로 불안정한 상태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일부 임원이 임기 만료를 앞둔 가운데 연초에 하는 조직 개편이나 정기 인사도 지연됐다. 직무대행 체제에서 영업 전략을 세우기 어려워 현장의 불확실성도 커졌다.

 

수장 공석이 길어지면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이 지연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기업은행은 13일 금융위 산하 금융공공기관 업무보고에서 2030년까지 향후 5년간 300조 원의 생산적 금융 공급을 추진하는 ‘IBK형 생산적 금융 30-300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중·소상공인에 250조 원, 벤처·투자·인프라에 20조 원, 취약계층 지원 및 자회사에 37조 8000억 원을 투입한다는 목표다. 

 

이날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기업은행 등에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첨단산업, 지역경제, 창업·벤처·중소기업으로 시중 자금의 물꼬를 돌리는 마중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지 살펴볼 것”이라고 언급했다. 업무보고에 참석한 김형일 직무대행은 “생산적 금융은 정책금융기관인 기업은행의 책무이자 가장 잘하는 일”이라며 “정부의 생산적 분야로의 금융 대전환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장민영 신임 IBK기업은행장(오른쪽)은 1월 23일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사로 출근했다가 노조의 출근 저지 시위를 맞닥뜨리고 발걸음을 돌렸다. 사진=기업은행 노동조합 제공

 

신임 행장은 노사 갈등도 해결해야 한다. 기업은행은 시간외 근무수당 지급과 초과이익 배분 문제를 두고 노동조합과 대립하고 있다. 기업은행 노동조합(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 지부)은 2025년 12월 29일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총액인건비 제도 폐지 등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신임 행장이 부임한 이후 총파업을 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노조는 금융위의 임명 제청 직후 “빈손 행장 임명”이라며 반발했다. 노조는 22일 성명서를 통해 “장민영 내정자는 경력 대부분이 기업은행에 한정된 관리형 행장 후보로, 지도자가 아닌 관료에 가깝다. 대통령을 설득하고 금융위와 맞서며 국회를 설득할 역량이 보이지 않는다”며 “직원을 정책 금융의 전면에 세우면서 노동을 보상하지 않는 국책은행에는 내일이 없다. 직원 모두가 직전 내부 출신 행장의 보신주의와 패배주의에 환멸을 느낀다. 조직을 위해 이번 임명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안팎으로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장 행장은 첫 출근부터 막히며 곤욕을 치렀다. 기업은행 노동조합은 1월 23일 행장 출근 저지 시위를 시작했다. 이날 오전 8시 50분 서울 을지로의 기업은행 본사로 출근한 장 행장은 노조의 시위 대열에 막혀 건물로 들어가지 못하고 결국 발길을 돌렸다.

 

노조는 2020년에도 문재인 정권에서 윤종원 청와대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이 차기 행장으로 내정됐을 때 27일 동안 출근 저지 시위를 연 적이 있다. 당시 노조는 윤 전 행장이 금융기관 근무 경험이 없는 외부 인사라는 점에서 취임을 반대했다.

 

류장희 노조 위원장은 출근 저지 시위에서 “문제 해결에 대한 대안 없이 노력하자는 말로는 기업은행에 들어올 수 없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 지시한 ‘기업은행 예산 및 정원 자율성 확보’에 대한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노조는 23일로 예정됐던 정기 인사를 ​장 행장이 ​중단함에 따라 승진 지연으로 인한 임금 손해, 휴·복직자의 육아 및 주거 문제 등의 피해가 생겼다고도 주장했다.

 

장민영 행장은 현장에서 “기업은행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의 지시 사항이 있었고, 정부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안다”며 “지시가 나오기까지 노조가 한 역할도 잘 알고 있다. 앞으로 노사가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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