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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2차전지 좋아질수록 재활용 어려워지는 '기술의 역설'

은·리튬 등 유가금속 함량 줄어 수익성 급감…자원 안보·환경 관점에서 재활용 지원 요구

2026.01.23(Fri) 17:23:02

[비즈한국] 전 지구적 탄소 중립 흐름 속에 태양광 패널과 2차전지 생산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자연스럽게 수명을 다한 제품을 처리하는 재활용 산업 역시 미래의 노다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제조 기술이 발전하고 제품 완성도가 높아질수록 재활용 경제성은 오히려 떨어지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환경을 지키기 위한 기술 혁신이 역설적으로 자원 순환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이제 재활용을 단순히 민간 수익 사업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국가 차원의 전략적 자원 안보와 환경 정책 관점에서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 함량 80% 급감, 태양광 재활용 ‘캐시카우’가 줄어든다

 

태양광 폐패널에서 회수한 태양전지와 리본전극. 이것을 파쇄해 실리콘, 은, 구리 등을 회수할 수 있다. 사진=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Below 1.5°C’ 제3호


태양광 패널 재활용 업계의 가장 큰 고민은 패널 내 은 함량의 급격한 감소다. 과거 태양광 패널은 전도성을 높이기 위해 은을 핵심 소재로 대거 사용했다. 재활용 업체들은 폐패널을 수거해 알루미늄 프레임과 유리를 분리한 뒤, 셀에서 은을 추출해 수익을 창출했다. 실제로 은은 패널 전체 중량의 0.1% 미만이지만, 재활용 수익에서 40~5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하지만 제조사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탈은화’ 기술을 고도화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태양광 패널 제조 업체는 비용 절감을 위해 구리와 같은 저가 금속으로 은을 대체하려고 노력해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태양광 패널의 수명 종료 관리: 태양광 모듈 재활용 기술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생산되는 패널의 은 사용량은 2010년 대비 80% 이상 줄어들었다. 은 함량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재활용으로 얻는 수익보다 공정에 들어가는 비용(수거, 운반, 정밀 분리)이 더 커지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한다. 재활용 업체 입장에서는 가장 비싼 ‘돈줄’이 사라지는 셈이다.

 

현재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 주류는 알루미늄 프레임을 떼어낸 패널에서 유리와 백시트를 분리하지 않은 채 갈아버리는 ‘파쇄법’에서 유리를 분리해 고순도로 자원을 회수하는 ‘분리법’으로 전환되고 있다. 은과 같은 유가 금속을 고순도로 회수해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 방식은 재활용 비용이 크기에 은 함량이 줄어들 경우 수익성이 악화된다.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 업계 관계자는 “은은 현재 재활용 수익​에서 알루미늄 다음으로 비중이 크다”며 “은 함량이 줄어든 패널이 오면 처리량을 늘려 경제성을 보전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NCM 지고 LFP 뜨는 배터리 시장, 재활용 업계는 ‘골머리’

 

LFP 배터리 재활용 파일럿 라인을 가동할 예정인 성일하이텍의 R&D센터. 사진=성일하이텍 웹사이트


2차전지 재활용 시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동안 재활용 업계의 주력 타깃은 니켈, 코발트, 망간을 함유한 NCM 배터리였다. 코발트와 니켈은 희귀하고 가격이 비싸 재활용 시 경제성이 충분했다. 그러나 최근 전기차 시장의 대중화와 가격 경쟁 심화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시장 주류로 부상하며 판도가 바뀌었다.

 

LFP 배터리는 NCM 배터리에 비해 화재 안전성이 높고 가격이 저렴하지만, 재활용 관점에서는 최악이다. 주재료인 철과 인산은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흔한 재료로 재판매 가치가 거의 없다. 사실상 추출할 가치가 있는 자원은 리튬뿐인데 그마저 양극재 전체에 4~5% 정도로 양이 많지 않다. 더욱이 LFP 배터리는 ‘올리빈’ 구조로 화학 결합이 ​매우 안정적이어서 이를 분해해 리튬을 뽑아내는 기술적 난이도가 NCM보다 높다.

 

아직 LFP 배터리 재활용 상용화에 성공한 국내 기업은 없으나, LFP 배터리가 전기차 시장 주류를 차지하는 만큼 기업들도 재활용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성일하이텍은 올해 500t 규모의 파일럿 라인을 군산에 지을 예정이다. 전 세계적으로 배터리 재활용 규제가 도입되는 만큼 LFP 배터리를 위탁받아 처리하는 사업 모델을 계획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물, 이산화탄소, 과산화수소만으로 리튬을 회수하는 배터리 재활용 기술을 국제 학술지에 게재했다.

 

성일하이텍 관계자는 “LFP 배터리 재활용 필요성에 공감하기에 기술 개발과 상업화 준비를 하고 있다”며 “환경을 위해서라도 기업이 기술 개발에 뛰어들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폐기물 대란 막으려면 정부 지원 절실

 

기술 발전에 따른 재활용 경제성 저하는 민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섰다. 그러나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폐패널과 폐배터리가 방치될 경우, 이는 단순한 환경오염을 넘어 미래 에너지 산업 원료 공급망을 스스로 끊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정부는 우선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통해 태양광 패널과 2차전지의 재활용을 유도하고 있다. EPR 제도는 제품 생산자 등에게 일정량의 재활용 의무를 부여해 제품의 재활용을 유도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재활용에 드는 비용 이상을 생산자에 부과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환경 비용이 재활용 경제성으로 작용하도록 만든다. 태양광 폐패널의 경우 2023년부터 EPR이 시행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전기차 배터리에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는 규제를 넘어 경제성이 낮은 LFP 배터리나 저은 함량 패널을 재활용하는 기업에는 정부가 세제 혜택이나 직접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최소 수익성’을 보전해줄 것을 제안한다.

 

엄남일 국립환경과학원 연구관은 “2021년부터 LFP 배터리가 국내에 본격 도입됐기 때문에 2030년대에는 본격적으로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며 “재활용 시장 가치가 낮아 기업이 접근을 못 하는 경우라면 보조금 같은 정부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

goldmin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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