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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국무총리 '하이브 방문' 두고 말 나오는 까닭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아직 수사 중인데…알맹이 없는 'K컬처 300조' 공약, BTS 후광 기대하나

2026.01.23(Fri) 15:54:50

[비즈한국]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21일 엔터테인먼트사 하이브를 방문해 K팝의 도약을 강조했다. 문화콘텐츠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의 일환이라는 설명이지만, 일각에선 방문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시혁 의장이 수사받는 등 아직 하이브의 ‘사법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구체적인 문화 산업 육성책 없이 방탄소년단(BTS) 후광에만 기대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 1월 21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해 하이브 직원들과 타운홀 미팅을 하고 있다. 사진=국무총리실 제공

 

#사법리스크 해소 안 됐는데 “응원하겠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월 21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하이브 사옥을 방문했다. 지난 15일 넥슨, 16일 CJ ENM 방문에 이어진 일정으로 K콘텐츠 산업의 글로벌 위상을 현장에서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이날 김민석 총리는 하이브 직원들과 타운홀 미팅을 하며 자신을 ‘민석님’으로 부르게 하는 등 파격적인 소통을 선보였다. 김 총리는 “한류의 뿌리는 자유민주주의”라며 “응원봉으로 지켜냈던 광화문 광장에서 BTS가 컴백 무대를 한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라고 치켜세웠다.

 

문제는 시점과 장소다. 현재 방시혁 의장은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하이브 상장 당시 비공개 주주간계약을 통해 부당이득금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는다. 최근에는 하이브 자회사인 5000만 팬덤 플랫폼 ‘위버스’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도 발생했다.

 

국정 2인자인 국무총리가 사법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기업을 공식 방문해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연출된 셈이다. 이날 김민석 총리는 “하이브가 세계적인 문화기업이 될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는 그간 정부 기조와도 상반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코스피 5000시대를 위해 자본시장 선진화를 강조했다. 지난해 6월에는 한국거래소에 방문해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는 첫날로 삼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일어난 쿠팡에는 ‘영업 정지’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김민석 국무총리의 하이브 방문 관련 보도자료 일부. 자료=국무조정실

 

국무조정실이 배포한 보도자료의 내용에도 의문이 나온다. 정부 정책 홍보보다 하이브의 영향력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들을 일일이 나열하고 ‘최첨단 제작시설’, ‘하이브만이 보유한 글로벌 스타 육성 시스템’ 등을 강조한 것.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BTS가 광화문에서 기념행사를 하는 등 복귀가 예정됐고, 한류의 중심 기업이기 때문에 K팝 산업 현황을 확인하기 위해 방문했다. 사법리스크를 우려하기는 했지만, 한류의 대표가 되는 기업을 방문하는 차원이었다. 방시혁 의장과 교류는 없었다”고 밝혔다. ‘하이브만이 보유한 글로벌 스타 육성 시스템’이 무엇을 뜻하냐는 질의에는 “하이브를 방문했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한 것으로 하이브가 차별화돼 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숟가락 얹기 해서야 되겠나”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 ‘문화 강국’ 실현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며 △K-컬처 시장 300조 원 시대 개막 △문화수출 50조 원 달성 등을 약속했다. 공약서에 따르면 이를 위해 국가 문화예산 비중을 확대하고 K-콘텐츠 창작 전 과정에 대한 국가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명시했다. 10대 공약에도 정책 1순위에 ‘K-콘텐츠 지원 강화로 글로벌 빅5 문화강국 실현’이 포함됐다. 

 

이는 국정과제에도 반영됐다. 국정과제 103번에는 ‘K-컬처 시대를 위한 콘텐츠 국가전략산업화 추진’이 포함됐다. 김민석 총리의 하이브 방문 보도자료에 이 과제가 명시됐다. 

 

정부는 관련 예산안을 대폭 늘렸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지난해 대비 10.3%가량 증가한 7조 7000억 원 규모로 편성했다. ‘300조 원’ 달성 목표로는 콘텐츠 산업을 키우겠다며 관련 예산은 지난해 대비 26.5%가량 늘린 1조 6000억 원을 편성했다. 

 

다만 ‘300조 원’ 공약을 두고 구체적인 이행방안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학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300조 원 공약이 나왔을 때부터 누구도 이 숫자가 어디서 왔는지 모르더라. 300조 원이 지원 규모를 이야기하는 것인지, 수출 규모를 이야기하는 것인지 세부적인 공약도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큰 방향성만 제시했을 뿐 실질적인 내용은 없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 국무회의에 참석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사진=임준선 기자

 

정치권에서도 300조 원의 실행계획이 부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게다가 K팝을 비롯해 K드라마, K웹툰, K게임, K푸드, K뷰티 등 연관 산업을 모두 합치면 이미 매출 300조 원을 넘어선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정연욱 의원(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K컬처 300조, 외래 관광객 3000만 명 시대’는 실질적 내용이 없는 구호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구체적인 내용이 없고, 윤석열 정부 정책에서 변화가 없다는 지적이다. 당시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정책추진 과정에서 점검하고 수정작업을 병행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김민석 국무총리가 논란을 감수하고 하이브를 찾은 건, 결국 BTS의 후광을 정책 홍보에 이용하기 위해서라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2026년 BTS 월드투어만으로 티켓 매출 1조 3000억 원, MD 매출 4500억 원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지난해 10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하이브와 굿즈 관련 관련업무협약(MOU)을 체결했는데, 약 두 달 후인 12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국립중앙박물관은 더 편안한 관람이 가능하도록 증설 계획을 세워서 장차 세계 3대 박물관으로 키우겠다”고 보고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사법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기업을 총리가 방문한 것은 섣부르다. BTS의 성과와 활동을 응원하되, 정부가 ‘숟가락 얹기’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 역할은 중소기업 아이돌과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있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상공인의 영역인 굿즈를 하이브와 사업하는 것도 부적절하다. 중소기업 아이돌이 줄고, 대면 공연 문화가 희소해지는 현재 K팝의 문제를 정부가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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