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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통신판매업으로 하면 자본금 없이 여행사 창업 가능?

여행업은 관광진흥법, 통신판매업은 전자상거래법, 법 틈새 악용 소지…업계 "오픈마켓에도 책임 부과해야"

2019.11.21(Thu) 09:48:52

[비즈한국] 여행사 창업을 준비 중인 A 씨는 창업 준비를 위해 시장 조사를 하다가 우연히 생각지도 못한 꼼수를 발견했다. 여행업에 등록하기 위해서는 관광진흥법상 여행업의 종류에 따라 일정액의 자본금과 보증보험, 사무실 등이 필요한데 온라인 판매를 하는 통신판매업이나 통신판매중개업으로 우회해 사업자등록을 하고 사업을 시작하면 자본금이나 보증보험 가입 없이도 여행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과연 가능할까?

 

여행업으로 등록하려면 관광진흥법에 따라 깐깐한 심사를 거쳐야 하지만, 관광진흥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오픈마켓에서는 ​여행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과 가이드의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최준필 기자

 

국내에서 여행업으로 등록하려면 관광진흥법에 따라 관광사업자등록과 영업보증보험이 필수다. 관광사업자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일정액의 자본금이 필요하다. 여행업은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분류되는데, 국내를 여행하는 내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국내여행업은 자본금 1500만 원 이상, 국외를 여행하는 내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국외여행업은 3000만 원 이상, 국내 또는 국외를 여행하는 내국인 및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여행업은 1억 원 이상이다. 게다가 여행업은 신고제가 아닌 허가제이기 때문에 등록 절차가 까다로운 편이다. 

 

여행사 대표 B 씨는 “관광사업자등록을 하려면 사업계획서와 자금흐름계획까지 제출해야 한다. 구청의 허가를 받아 등록하는 형식인데 서류가 미비하면 반려되기도 하고 보완을 거치기도 한다”며 허가제지만 “허가 이상으로 깐깐한 편”이라고 전했다. 현재 행정안전부에 등록되어 있는 여행업체는 전국 기준 국내여행업 6848개, 국외여행업 9396개, 일반여행업 5794개로, 총 2만 2000여 개다. 

 

#통신판매업? 통신판매중개업? 관공서도 헷갈려

 

한편 오픈마켓인 11번가와 G마켓을 비롯해 쿠팡, 티몬, 위메프처럼 통신판매업이나 통신판매중개업으로 여행상품을 취급하는 곳도 많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관광진흥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들 이커머스사에는 일반적으로 전자상거래법이 적용되는데, 통신판매업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이기 때문에 따로 허가 절차를 밟을 필요 없이 신고만 하면 된다. ​

 

통신판매업 신고증은 구청을 방문하면 쉽게 받을 수 있고 혹은 사업자번호와 구매안전서비스 이용확인증, 공인인증서만 있으면 정부24(민원24)를 통해 인터넷으로도 간단히 발급된다. 

 

자본금도 필요 없어서,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온라인몰이나 대형 오픈마켓에 입점하는 개인 판매자가 쉽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기에 전자상거래가 빠르게 활성화된 면이 있다. 그런데 11번가와 G마켓, 쿠팡 등이 내세우는 통신판매중개업은 아예 사업자 업종분류에도 없는 항목이다.

 

종로구청은 “통신판매업에 대한 사업자등록만 가능할 뿐 통신판매중개업이라는 종목은 아예 없다”며 “통신판매중개업은 통신판매업으로 사업자등록을 한 후 중개업을 추가한 형태”라고 말했다. 또 “여행상품을 온라인상에서 판매한다면 관광진흥법에 기반한 여행사업자 등록을 먼저 내고 통신판매업을 추가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어는 비슷해도 통신판매업과 통신판매중개업의 차이는 크다. 통신판매란 보유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신망을 통해 판매하는 행위로 판매책임이 있다. 반면 통신판매중개는 거래 당사자 간의 통신판매를 알선하는 행위이므로 전자상거래법상 거래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을 고지하면 책임을 피해갈 수 있다.

 

실제로 통신판매중개업자인 플랫폼 사업자들은 여행상품을 취급하면서도 관광진흥법상 여행업체가 져야 하는 의무나 책임에서는 멀리 있다. G마켓과 옥션, 티몬 등은 관광사업자등록이 되어 있지 않지만 여행상품을 취급한다. 하지만 자신들은 중개만 할  뿐, 직접 판매자가 아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반박한다. 

 

오픈마켓들은 홈페이지에 “○○○은 거래 당사자가 아니며 따라서 상품에 대해 일체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한결같이 명시하고 있다. 사진=오픈마켓 홈페이지 캡처

 

이들은 자사 홈페이지에도 “○○○은 거래 당사자가 아니며 따라서 상품에 대해 일체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한결같이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명시는 소비자가 이를 인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전자상거래법상의 지침이지만 소비자가 통신판매업과 통신판매중개업의 차이, 또 이들 간 책임소재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관련기사 여기저기 다 파는 온라인 여행상품 '판매책임'은 달라요).   

 

하지만 오픈마켓 거래 관계자는 “통신판매중개업자는 실제로 거래에 상당 부분 관여하는 데다 높은 인지도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한다. 소비자가 개개의 판매업자보다 통신판매중개업자의 신용도를 믿고 거래하는 만큼 의무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의식 때문에 현재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다. 개정안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통신판매중개업자에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를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

 ​

#여행업계 “​오픈마켓이 사실상 여행사 역할”​ 

 

여행사 창업을 준비 중인 ​앞서의​ A 씨는 관광진흥법에 따라 자본금이 필요하고 보증보험을 들어야 하는 데다 허가를 받아야 하는 여행업 창업을 꺼리고 있다. A 씨는 “전자상거래법에 의해 사업자등록을 쉽게 할 수 있는 통신판매업이나 통신판매중개업을 통해 충분히 여행업을 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행업 등록을 제대로 하지 않고 통신판매로 여행상품을 직접 판매하면 관광진흥법상 불법이므로 처벌을 면할 수 없다. 다만 누군가 구청에 신고해 구청에서 조사를 할 경우다. 그래서 실제로는 인터넷 카페나 개인 블로그 등을 통해 여행업 신고 없이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일도 잦다.​

 

A 씨​는 “적법한 여행업체로 등록된 작은 여행사들이 오히려 관광진흥법상으로는 무허가인 중개플랫폼에 수수료를 내면서 판로를 확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더 아이러니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전자상거래법의 기준과 달리 관광진흥법 제7장 벌칙 제82조(벌칙)에는 “제4조 제1항에 따른 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여행업·관광숙박업(제15조 제1항에 따라 사업계획의 승인을 받은 관광숙박업만 해당한다)·국제회의업 및 제3조 제1항 제3호 나목의 관광객 이용시설업을 경영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한국공정여행업협회(KAFT)는 통신판매중개업이라는 업종 자체에 문제가 많다는 입장이다. 사업자등록 자체가 불가능한 업종이라 법망 밖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KAFT는 “오픈마켓이 여행사와 개인의 거래를 중개하는 판매중개업뿐 아니라 여행업 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개인 간의 거래를 알선한다면 이는 오픈마켓 자체가 여행사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그런 상황에서도 오픈마켓이 관광진흥법에 저촉되지 않아도 되는지, 판매책임 없음의 고지로 의무가 끝나는 것인지 의아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유일한 한국공정여행협회장은 “관광진흥법과 전자상거래법이 부딪히는 상황에서 오히려 먼저 생긴 관광진흥법보다 전자상거래법이 더 우선되는 모양새다. 적법한 절차를 밟고 여행사를 운영하는 업체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당하는 상황”이라며 “관광진흥법은 여행사에 의무만 강요하고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거대 오픈마켓이나 소셜커머스와의 경쟁에서 무너져 가는 중소여행사에 대한 보호 조치에는 무관심하다”고 꼬집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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