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Story↑Up > 덕후

[미국음악일기] '영상은 음악 부속물이 아니다' 새 시대 알앤비 스타 우미

'러브 랭귀지' 앨범서 4곡 모두 뮤직비디오 공개일본인과 흑인 혼혈의 정체성 녹여내

2020.01.28(Tue) 10:39:08

[비즈한국] 한 흑인 여성이 뮤직비디오에서 노래합니다. 방에 들어온 그는 자신의 살갗을 벗습니다. 그 뒤부터는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대체 뭘까요? 이 뮤직비디오는 뭘까요?

 

우미의 ‘러브 어페어(Love Affair)’.

 

우미(UMI)는 시애틀에서 태어난 여성 뮤지션입니다. 현재는 로스앤젤레스(LA)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코린 베일리 래(Corinne Bailey Rae)’를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흑인 알앤비 음악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베드룸 팝(Bedroom Pop)’의 느낌이 들어있는 알앤비(R&B)라 ‘베드룸 알앤비’라는 음악을 한다고 알려져 있기도 하지요.

 

그는 흑인 아버지와 일본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머니는 피아니스트였고, 아버지는 드러머였지요. 우미는 자연스럽게 음악 속에서 자랐습니다. 특히 어머니가 들려준 일본 음악을 자양분으로 삼았지요. 예명 ‘우미(UMI)’는 그의 미들 네임인데요. 일본어로 ‘바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흑인 아버지와 일본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알앤비 스타 우미(UMI). 사진=우미 인스타그램

 

그는 4살 때부터 곡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고등학생 때는 매주 유튜브에 노래 커버 영상을 올렸지요. 그럼에도 수줍음 때문에 자신이 노래를 부른다는 사실을 남에게는 알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가 본격적으로 음악활동을 시작한 계기는 저작권이었습니다. 음원사이트인 ‘사운드클라우드’에서 커버 영상이 저작권에 걸린다고 경고를 넣기 시작한 거지요. 두 번 경고를 당하자 그는 어쩔 수 없이 자기가 쓴 노래를 불러 발표하기 시작했습니다. 저작권 덕분에 커리어가 시작된 셈입니다.

 

그의 음악은 알앤비, 그리고 네오 소울의 영향력이 강하게 드러납니다. 일본 음악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느낌도 있지요. 그가 랩 음악을 좋아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프랭크 오션’의 섬세한 느낌도 가지고 있습니다.

 

우미의 ‘러브 랭귀지(Love Language)’ EP앨범 영상 촬영에 비하인드 영상.

 

그의 음악은 섬세하고 예민합니다. 누군가에게 상처 주거나, 거친 수위를 드러낸다거나 하는 느낌이 적지요. 특유의 잔잔한 감성은 매일 하는 명상 덕분이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그를 많은 청중이 알게 된 계기는 EP(Extended Play, LP(Long Play, 정규 앨범)보다 수록곡이 적은 미니 앨범)앨범 ‘러브 랭귀지(Love Language)’입니다. 4곡으로 이루어진 이 EP에는 모두 뮤직비디오가 있습니다. 4개의 뮤직비디오는 하나의 스토리가 이어집니다. 이 EP는 음악 못지않게 영상이 중요한 ‘비디오 EP’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 EP에서 영상은 단순히 홍보 콘텐츠가 아닙니다. 음악이 뜻했던 맥락을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지요. 영상 속에서 우미는 자신의 몸 속에 일본 애니메이션 여성 모습이 들어있음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일본인으로서의 ‘또 하나의 자아’가 있음을 표현합니다. 일본인이면서 흑인이기도 한 정체성 혼란을 영상에 표현한 셈이지요. EP에 일본어 제목과 가사를 가진 곡을 넣었을 정도로 정체성 혼란은 음악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미의 ‘스키다카라(Sukidakara/好きだから)’. 제목과 가사가 일본어로 쓰였다.

 

현재 그는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경영학과를 중퇴하고, 음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베드룸 팝 아티스트 쿠코(Cuco)와 투어를 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요. 따뜻하고 부드러우면서 묘하게 익숙한 듯 신선한 그의 음악을 찾는 사람이 점차 많아지리라 기대합니다.

 

과거에 영상은 음악을 보여주기 위한 부속품이었습니다. 인터넷 또한 음악을 홍보하기 위한 하나의 통로뿐이었죠. 수줍은 가수, 우미는 인터넷에 몰래 음악을 올리면서 음악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자신이 직접 제작한 영상을 통해 쇼트 필름의 형태로 음악을 발표하죠. 음악을 위해 인터넷을 활용하는 게 아니라, 인터넷이 음악 그 자체가 된 겁니다. 그래서 그의 음악이 그의 출신 성분만큼이나 글로벌한 느낌을 주는 걸지도 모릅니다.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알앤비 스타, 우미였습니다.​

김은우 NHN에듀 콘텐츠 담당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정재계 향한 가습기살균제 수사
· [응급실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관한 28가지 단상
· 애플은 왜 야간 사진 공모전을 열었을까
· 제네시스 GV80의 '인디오더', 중고차 매각 시엔 손해?
· [부동산 인사이트] '안개 속에 기회가' 혼란한 부동산 시장의 성공법칙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