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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 강제 소진?' 코로나19 대응 기업들 근무방침 논란

연차 사용 강제는 불법, 휴업 시 수당 지급해야…인터파크·롯데백화점 "자율 진행 가능, 추후 변경"

2020.02.27(Thu) 11:45:28

[비즈한국]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의 근무 방침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기간을 정해 강제로 개인 연차를 소진하게 하거나 확진자가 나왔을 때를 대비해 무조건 반차를 쓰도록 하는 등 직원들이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식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재택근무는 안 되지만 증상이 의심되면 연차를 사용하라는 회사 방침에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높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이 내놓은 근무방침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GS홈쇼핑 본사에 확진자가 나오자 직장 폐쇄에 돌입한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고성준 기자


#연차휴가 사용, 겉으로는 ‘권고’ 실상은 ‘강제’?

 

강제 연차 소진과 관련해 내부 논란이 거센 대표적인 기업은 인터파크다. 직원 A 씨에 따르면 인터파크는 26일 오후 3시경, “2월 28일부터 3월 6일까지 근무 밀집도를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매일 팀별로 50%의 인력만 근무하도록 해주기 바란다. 6일 중 3일은 근무하고 3일은 연차를 사용해주면 좋겠다”는 내용의 공지사항을 전 직원에 보냈다. 유연근무제를 활용하는 대신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지원하는 식으로 코로나 사태에 대응해온 인터파크가 내놓은 새로운 근무 방침이다.

 

같은 날 직원들은 인사팀에 제출하기 위해 연차 사용 날짜를 윗선에 보고해야 했다. 연차 사용을 독려하는 수준인 줄 알았던 직원들은 사실상 연차 사용을 강요당했다고 주장한다. A 씨는 “공지사항은 권고하는 것처럼 적어놓고 실제론 날짜를 지정하게 하는 등 팀장들이 직원들의 연차를 강제로 소진하게끔 하자 불만이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 B 씨는 3일 연차를 쓰지 못하겠다고 항의하자 팀장으로부터 날짜를 지정해주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토로했다.

 

다른 기업에서도 연차 사용과 관련해 잡음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한 제조업체의 경우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올 경우를 대비해 지난주부터 부서마다 두 개 조로 나뉘어 오전이나 오후만 근무하도록 하고 있다. 이 업체 직원 C 씨는 “선택사항 없이 강제로 반차를 일괄 차감한다고 전달받았다. 회사에서는 확진 시 나머지 조가 업무 백업을 하기 위한 방안이라고만 했다”며 “근로자 입장에서 강제 연차 소진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은 3월부터 직원들에게 연차를 사용하도록 권고하는 동시에 근무시간을 한 시간 단축하는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른 수당 감소도 불가피할 전망이다.사진=고성준 기자


롯데백화점은 3월부터 직원들에게 연차를 사용하도록 권고하는 동시에 근무시간을 한 시간 단축하는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른 수당 감소도 불가피하다. 무급 휴가를 둘러싸고 불만이 새어 나오기도 한다. 한 전시업종 근로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전시가 줄줄이 취소돼 일이 없어졌다. 회사에서 2주 무급휴가를 이야기하고 그렇지 않으면 폐업하겠다고 어깃장을 놓는데 작은 기업인 점은 이해하지만 어이가 없다”고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오해가 있다는 입장을 표했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미흡한 점이 있었지만 강요를 하진 않았고 관련 법을 어겨가며 강제할 생각도 없다. 연차 계획을 수집했다는 점에서 오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팀이 10명인데 9명이 같은 날 쉬면 업무가 아예 안 되기 때문에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인터파크는 여행업과 공연업이 전체 사업 비중의 80%를 차지해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상당히 크다. 다른 기업들처럼 재택근무를 통해 사무실을 비우는 방침도 폐업하자는 얘기밖에 안 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연차라도 사용해 사무실 인원을 조정하자고 호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도 “강제 연차 사용이 아닌 자율 의사에 따라 진행 가능한 부분이다. 단축 근무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지켜본 후 변경할 예정이다. 시간 외 수당 역시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연차 사용 시기 통보해서는 안 돼, 매출 부진으로 휴업하면 휴업수당 지급해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이달 전체 산업군의 업황 지수는 1월보다 10포인트 내린 65를 기록했다. 조사가 시작된 2003년 1월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BSI는 100보다 낮으면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기업의 상황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강제 연차 소진은 근로자 입장에서는 난감한 대목이다. 과연 이 같은 기업들의 방침이 현행 법에 저촉하지는 않을까.

 

우선 격리해야 하는 경우가 아닌데도 회사가 일방적으로 연차휴가를 쓰게 하면 엄연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연차 사용을 강제해서도 또 그 시기를 직원에게 통보해서도 안 된다. 근로기준법 제60조는 사용자는 1년간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고 명시한다. 이를 근로자가 다 사용하지 못했다면 취업규칙에서 정하는 통상임금이나 평균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다만 근로자의 연차 유급휴가 사용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 사용을 촉진했으나 기간이 지남에 따라 자동 소멸한 경우는 사용자의 보상 의무가 없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이달 전체 산업군의 업황 지수는 1월보다 10포인트 내린 65를 기록했다. 조사가 시작된 2003년 1월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지난 2월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몇몇 사업장은 코로나19에 따른 매출 부진 등 경영상 이유로 휴업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근로자들의 고충도 크다. 가령 부목사 등 확진자 2명이 발생한 명성교회 인근에서 학원 조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D 씨는 “이 일대 사업장들이 거의 불가피하게 휴업에 들어간 상태로 안다. 현재 주말알바를 풀타임으로 하고 있는데 이번 주 알바가 다 취소됐다. 휴업수당 관련해 학원으로부터 공지가 없었고 휴업수당을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집안 형편이 넉넉한 편이 아니라 생활비를 벌어서 쓰고 있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이야기했다.

 

D 씨와 같은 경우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7일 발간한 ‘코로나19 예방 및 확산방지를 위한 사업장 대응 지침’에 따르면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입​원·격리되는 경우가 아니라도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 사업주는 자체 판단 하에 휴업할 수 있고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확진자나 의심 환자가 발생하는 등 정부의 격리조치로 불가항력적으로 휴업하면 휴업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

 

한편 정부는 코로나19로 입원하거나 격리된 사람에 대해 생활지원비와 유급휴가비 신청을 받고 있다. 유급휴가비는 입원하거나 격리된 근로자에 대해 유급휴가를 제공한 사업주에게 지급된다. 근로자의 임금 일급을 기준으로 지급된다. 유급휴가비 상한액은 1일 13만 원이다. 생활지원비 지원 대상은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보건소에서 발부한 격리 통지서를 받아 입원하거나 격리된 사람 중 격리 수칙을 충실히 지킨 사람이다. 14일 이상 격리된 경우 1인 가구는 월 45만 4900원, 4인 가구는 123만 원이 지급된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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