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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숍업계 '중소기업 적합업종' 재신청, 왜?

대기업·이커머스 진출에 영세상인 타격 심각…이마트·롯데마트·GS리테일에 영향 미칠지 관심

2020.03.31(Tue) 15:59:37

[비즈한국] 반려동물용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펫소매업, 이른바 펫숍 업계가 오는 6~7월경 중소기업 적합업종 재신청을 목표로 자료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되면 3년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의를 통해 대기업의 신규 출점 등이 제한된다. 다만 이마트·롯데마트·GS리테일 등 유통업계 대기업도 성장세가 뚜렷한 펫산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설전이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펫숍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지정되지 않은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앞서 2018년 5월 한국펫산업소매협회는 펫숍의 생존권을 대기업이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동반성장위원회(동반성장위)에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했다. 동반성장위는 대기업 신규 출점 매장 수를 연 1개로 제한하는 상생협약을 제시했으나, 이마트의 반대로 무산됐다. 동반성장위는 펫산업이 성장하는 시점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하기는 무리가 있다며 시장감시 결정을 내렸다.

 

반려동물용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펫소매업, 이른바 펫숍 업계가 오는 6~7월경 중소기업 적합업종 재신청을 목표로 자료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펫숍의 생존권을 대기업이 침해하고 있다는 취지다. 이마트에서 운영하는 ​몰리스펫샵​. 사진=김명선 기자


펫산업소매협회는 지난해 미비했던 ‘소상공인이 입은 피해 정도’를 조사해 통계를 모으고 있다. 협회는 먼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재신청하고 더 나아가 향후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까지 내다보고 있다는 계획을 밝혔다. 생계형 적합업종은 기존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만료되는 업종과 품목에 대해 5년간 대기업의 사업 개시나 확장을 금지하는 제도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에 따른 이행조치는 자율규제사항이지만,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법적 구속력을 지닌다.

 

펫숍 업계가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대기업에 대항하기 힘든 영세 소상공인들이 ​펫소매업계에 ​많기 때문이다. 김경서 펫산업소매협회 사무총장은 “자금력 있는 대기업이 진출하면서 영세 업체들이 더욱 힘들어졌다. 전국에 펫숍이 6900여 개 있다. 우편물을 보내면 3개월마다 648건 정도 반송이 오는데 이 중 90% 이상이 폐업 때문이다”며 “대기업의 진출을 막는 방법밖에 없다. 생존이 달린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30일 오후 기자가 신촌과 홍대 인근 네 곳의 펫숍에서 마주한 상황도 비슷했다. 매출이 줄어드는 추세였는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손님의 발길이 더욱 끊겼다고 했다. 신촌에서 6년 전부터 펫숍을 운영했다는 A 씨는 “원래 근처에 가게가 4~5개 정도 있었는데 다 문을 닫아서 우리밖에 남지 않았다”며 “미용 매출은 꾸준한데 사료나 용품 판매 건수가 많이 줄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유통 대기업은 ​이미 ​펫산업에 진출해 있다. 2010년 첫 점포를 연 이마트 ‘몰리스펫샵’이나 롯데마트가 2012년 론칭한 ‘펫가든’, 2018년 GS리테일이 지분을 사들인 ‘펫츠비’가 대표적이다. 몰리스펫샵과 펫가든은 애완용품 판매를 넘어 미용실부터 동물병원, 애완동물 전용 호텔 서비스 등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기업도 오프라인 사업 실적은 예상만큼 좋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가격이나 품질·서비스 면에서 영세 소상공인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해 고객을 끌 수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반려동물 장례, 교육·훈련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응도가 높다”며 “​원스톱 쇼핑 공간을 구현하는 게 목표”라 ​답했다.

 

​대기업도 오프라인 사업 실적은 예상만큼 좋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가격이나 품질 면에서 영세 소상공인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해 고객을 끌 수 있다. 온라인 진출을 통해 사업을 확장할 여지도 충분하다. 이마트 몰리스펫샵. 사진=김명선 기자


이들 대기업은 온라인 진출을 통해 사업을 확장할 여지도 충분하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펫츠비는 당사가 53.2% 지분을 인수한 이후 매년 매출이 50% 이상 신장하는 추세다. 적자 폭이 커졌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투자한 금액이 자본금이 아니라 부채로 잡혔기 때문에 유동성 문제는 없다”며 “향후 온라인몰의 고도화를 위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은 국내 펫산업 성장에도 일조했다는 입장을 표한다. 국내 펫산업 시장은 2015년 1조 9000억 원에서 2018년 2조 3300억 원 규모로 22.6% 확대된 데 이어 2027년에는 6조 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펫숍 업계는 대기업의 펫산업 진출을 제한함으로써 골목상권을 살려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펫숍 자체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5살 몰티즈를 키우는 B 씨는 “사료나 용품은 ​주로 ​온라인을 이용하고 갑자기 필요할 때는 오프라인 펫숍에서 구매한다”며 “하지만 집 근처에 펫숍이 없는 데다 (학대 같은) 문제가 많아서 펫숍에는 일부러 안 가려고 한다. 대신 의사도 있고 미용도 할 수 있고 사료도 파는 병원 운영 펫숍을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더라도 이커머스 업체들이 존재하는 이상 펫숍 업계가 처한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대기업이 아닌 이커머스 업체들도 많은 데다, 인터넷에서 특정 품목을 살 수 없게 되면 소비자 반발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김경서 사무총장은 “맞는 말이다. 다만 대기업이 기업형 펫숍을 운영하기보다는 기업이 가진 조직력과 자금력으로 물품을 만들어 영세 소상공인이 판매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면 상생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의견을 밝혔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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