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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일레븐 가맹점 알바 "간호·항공과 20대초 여자만" 논란

논란 일자 삭제,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가능성…코리아세븐 "재발 방지 교육 철저히 할 것"

2020.04.03(Fri) 13:14:49

[비즈한국] “한 편의점이 21살에서 24살 사이 간호학과·항공과 여성을 뽑는다는 공고를 올렸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나이, 성별, 전공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다. 간호학과를 다니는 사람으로서 대놓고 아르바이트생을 성적대상화 하는 공고를 보고 불쾌했다.”

 

세븐일레븐 가맹 편의점 한 곳이 구인 공고에 ‘승무원·​간호과·​항공관광’​이라는 조건을 걸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에 등장하는 매장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다. 사진=고성준 기자

 

4월 2일 인천의 세븐일레븐 점포에서 아르바이트 자격요건을 ‘승무원, 간호과 항공관광’으로 제한한 공고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공분이 샀다. 이 공고는 ‘​카운터·진열·재고 관리’​ 업무와 관련 없는 ‘​승무원, 간호과, 항공관광 여성’​이라는 구인 조건을 내걸었다.

 

게시글 작성자는 “여학생이 많은 간호학과와 항공과는 남자들의 비뚤어진 판타지로 성적 대상화되는 일이 잦다. ‘친절한 아르바이트생을 뽑기 위해서 서비스직인 항공과를 모집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럼 굳이 21살에서 24살이라는 연령 조건이 필요했을까? 그냥 아르바이트생을 대상화해서 장사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다.

 

문제가 된 세븐일레븐 구인 공고. 논란이 일자 해당 점포 주인은 공고를 구인 사이트에서 내렸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본사의 부적절한 대처도 도마에 올랐다. 작성자는 “세븐일레븐 고객센터로 전화하니 ‘본사에서는 가맹점의 아르바이트 공고까지 지적할 수 없다. 원하시면 번호를 알려드리겠다’고만 말했다”고 밝혔다. 

 

4월 3일 오전 10시 기준 이 구인 공고는 삭제된 상태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 홍보팀 관계자는 “가맹점은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알바 채용, 공고는 점주의 고유 권한이다. 신규 점주이다 보니 공고를 처음 올려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문제를 인지한 뒤 바로 공고를 내렸다고 확인했으며, 추후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교육하겠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여성고용정책과 박교영 사무관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우선 여성만을 뽑겠다는 부분이 ‘남녀고용평등 및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제 7조 위반 소지가 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업무가 성별과 무관하기 때문에 해당 채용 공고는 모집 상에 있어서의 고용상 성차별로 인정될 소지가 높아 보인다. 또한 단순히 ‘여성 우대’ 수준이 아니라 어떤 사람을 뽑고 싶은지 뉘앙스에서 드러나는, 성인지 감수성 측면에서 부족함이 보이는 사안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성차별 관련 규정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하거나 여성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 그 직무의 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용모·키·​체중 등 신체적 조건, 미혼 조건 등을 제시 또는 요구해선 안 된다. 하지만 법적 제한에도 불구하고 고용상 성차별 사례는 우리 주위에 만연하다. 

 

지난해 2월 고용노동부는 2018년 9월 10일부터 2019년 1월 9일까지 고용상 성차별 익명신고센터를 운영한 결과 122건의 성차별 행위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익명신고가 가능해지면서 신고 건수가 대폭 늘었다. 당시 적발된 사례들을 살펴보면 카페에서 바리스타를 채용하면서 남자 군필자를 조건으로 걸거나, 신협의 한 지점이 여성 구직자에게 ‘여자는 지원할 수 없다’고 안내한 내용 등이 있다. 여전히 노골적으로, 혹은 은근하게 성차별적 요소를 담은 구인 공고는 온라인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여성민우회 관계자는 “불법임에도 현실에서는 고용상 성차별 사례들이 존재한다. 공고를 통해 노골적으로 드러난 이 사례와 같은 내용도 있지만 면접과정에서 이뤄지는 성차별적 질문이라거나 금융권 점수조작 사건 등 외부에 드러나기 힘든 사례도 많다. ‘채용 성차별 철폐 공동행동’ 이라는 이름으로 여성단체들이 공동 대응을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서 더 적극적으로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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