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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이 쏘아올린 작은 공, 검찰 불신 신호탄 되나

심의위 10 대 3 불기소 결론…​채널A 전 기자와 이철 대표도 '외부 판단' 요청

2020.06.29(Mon) 16:29:39

[비즈한국] 불기소 의견 10명, 기소 의견 3명.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달라’며 요청한 수사심의위원회 위원 13명이 내린 결정이다. 기소 여부에 대한 ‘의견’만 제시하는, 강제권 없는 수사심의위원회는 이재용 부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첫 케이스에서 수사 대상인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결정이 나오면서 앞으로 검찰이 하는 수사에 ‘수사심의위’처럼, 수사 대상자가 제동 거는 게 당연한 과정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받고 있는 이 아무개 채널A 기자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 모두 이미 전문수사자문단과 수사심의위를 요청한 상황. 정치권이 ‘검찰 개혁’을 추진하는 가운데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판단마저 비판과 불신의 대상이 되었다는 게 검찰 내부의 자조 섞인 반응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달라’며 요청한 수사심의위원회에서 10 대 3으로 불기소 판단이 나왔다. 지난 8일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이 부회장. 사진=임준선 기자

 

#외부 전문가 모인 심의위 10 대 3 ‘불기소’ 결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앞서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범죄 혐의는 어느 정도 입증됐지만, 구속할 사유는 아니다’라는 내용으로 기각을 받아냈다. 그리고 지난 26일, 이 부회장 측 변호인들이 “기소 여부 등을 판단해달라”며 요청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열렸다. 위원은 모두 13명. 양측의 프레젠테이션(PT)을 듣고 찬반토론 등을 벌인 뒤 무기명 투표를 하는 방식이었다.

 

치열하게 맞서거나 ‘기소 의견’이 다수일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분위기는 쏠렸다. 사전에 무작위로 심사위원을 뽑았는데, 교수 등 학계 인사 4명, 변호사 4명, 회계사 등이 포함됐다. 비법조인이 대부분이지만 나름 ‘전문가’들로 구성된 이들은 검찰 수사에 제동을 걸었다. 이 부회장에게 혐의를 적용할 ‘증거’를 달라고 검찰 측에 요구했다. 심지어 한 회계사는 “이 부회장에게 분식회계 혐의를 적용할 만한 증거를 제시해달라”고 요청했고, 또 다른 위원은 미국 자본시장법의 판례와 조항을 한국과 비교해서 설명해달라는 요구도 했다고 전해진다. 

 

검찰이 이 부회장 등에게 적용한 혐의는 자본시장법의 부정거래 조항 178조. 이 조항에는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적시돼 있는데 ‘부정한, 기교’ 같은 표현에 법원이 기준을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제위기론’이 먹혔다 

 

그렇게 나온 검찰의 기소 여부 판단은 불기소 10명, 기소 3명. 수사 계속 여부에 대한 판단 역시 중단 10명, 계속 2명, 기권 1명이었다. 운영지침상 심의위원(13명) 과반의 동의로 의결되는데, 절반을 훌쩍 넘긴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는 비법리적인 의견들도 개진됐다. 일부 위원들이 “기업 및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까지 고민했다”고 결정 사유를 밝힌 것. 비법조인들 중심으로 꾸려진 심의위를 요청할 때부터 제기됐던 삼성 측의 ‘경제 위기론’이 성공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까지 나오는 대목이다. 

 

현직 검사는 “비전문가들이 객관적으로 본다고 해도, 한국 경제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위치 등을 배제하고 볼 수 있겠냐”며 “사실 관계를 법으로만 다루는 법조인들과 시선이 다를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예상 밖 성적표를 받아든 당장 검찰은 고민에 빠졌다. 검찰은 수사팀을 포함, 서울중앙지검과 대검 간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판단할 계획이다. 심의위 개최 전에만 해도 “결과와 상관없이 기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10명 대 3명으로 ‘완패’하자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후문이다.

 

향후 기업 등 언론의 관심을 받을 사건이 발생하면 수사심의위와 전문자문단 소집 등이 100% 의례적으로 포함되는 과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 수사 역시 이런 대응까지 염두에 두고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사진=비즈한국 DB

 

#모두가 “검찰 믿을 수 없다”

 

그렇게 이 부회장이 성공한 ‘외부 판단 카드’는 이제 다른 사건으로 번지고 있다. 채널A 전 기자와 현직 검사장의 유착 의혹과 관련, 수사를 받고 있는 이 아무개 채널A 기자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가 모두 “수사를 믿을 수 없다”고 나섰다.

 

먼저 카드를 꺼내든 것은 이 아무개 채널A 전 기자. 이 전 기자는 “검찰 수사가 절차적 형평성을 잃었다”며 전문자문단 소집을 요청하는 진정을 대검에 제출했다. 전문수사자문단은 수사와 기소 여부 등을 자문하도록 대검 예규에 규정된 자문기구인데, 이 전 기자의 대응에 ‘협박성 취재를 당했다’는 입장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는 수사심의위 카드를 꺼내들었다. 대응 차원에서 지난 25일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서를 서울중앙지검에 낸 것.

 

향후 기업 등 언론의 관심을 받을 정도의 사건이 발생하면, 100% 의례적으로 포함되는 과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재경지역의 한 간부급 검사는 “그동안 검찰이 수사한 사건들에 ‘정치적인 수사였다’는 비판과 함께 불신이 커지면서, 다들 당연히 기소나 구속영장 청구 전에 수사심의위와 자문단을 요청하게 될 것”이라며 “검찰 수사 역시 이런 대응까지 염두에 두고 이뤄지지 않겠냐”며 씁쓸해했다. ​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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