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재명 대통령은 3월 31일 국무회의에서 26조 2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의결했다. 정부가 ‘중동 전쟁 위기 극복을 위한 2026년도 추경’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추경이 2000년부터 올해까지 27년 가운데 편성되지 않은 해가 2007년과 2010년, 2011년, 2012년, 2014년, 2023년, 2024년 7년에 불과해 비상 상황에 대응한다는 추경의 법적 의미가 퇴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최근 들어 추경에서 장기적인 인프라(SOC) 투자나 산업 경쟁력 강화보다 단기적인 공공근로 일자리나 현금성 복지 지출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추경 투입 때만 경기가 반짝 살아난 뒤 다시 가라앉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국가 채무는 늘어나는데 향후 이 빚을 갚는 데 필요한 국가 경쟁력 강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 대통령은 추경안 의결에 이어 2일 국회에서 이와 관련한 시정연설을 했다. 이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이번 추경은 위기의 파도로부터 국민의 삶을 지켜줄 방파제이자 위기 이후 대한민국이 도약할 발판”이라며 “중동 전쟁으로 촉발된 위기를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고 경제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아 우리 경제를 다시는 흔들리지 않는 반석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고 설명하고, 국회에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다.
중동 전쟁에 따른 경제 위기 대응이라는 점에서 이번 추경의 필요성은 적지 않다. 문제는 추경이 지나치게 일상화됐다는 점이다. 2000년부터 역대 정부의 추경 편성 사례를 보면 추경이 없었던 해를 세는 것이 더 빠르다. 보수·진보 정권으로 나눠 보면, 보수 정권 가운데 박근혜 정부는 2014년을 제외한 집권 기간 모든 해에 추경을 편성했고, 진보 정권에서는 노무현 정부가 집권 5년 중 4년, 문재인 정부가 집권 5년 동안 총 10차례 추경을 편성했다. 이재명 정부도 출범 1년도 안 돼 벌써 두 번째 추경을 편성했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경기 진작과 태풍 피해 복구로 7조 5000억 원, 2004년에 서민생활 안정 및 중소기업 지원으로 2조 5000억 원, 2005년에 경기 불황 대응으로 4조 9000억 원, 2006년 태풍 및 집중호우 피해 극복으로 2조 2000억 원을 추경에 사용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2009년에만 각각 경기 불황 대응으로 4조 6000억 원, 일자리·취약계층 지원으로 28조 4000억 원을 추경으로 편성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경기 침체 및 세수 결손 대응으로 17조 3000억 원, 2015년에 메르스 사태 및 가뭄 대응으로 11조 6000억 원, 2016년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영향 최소화로 11조 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추경이 사실상 상시 편성됐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첫해인 2017년에 일자리 창출로 11조 원, 2018년에는 청년 일자리 대책으로 3조 8000억 원, 2019년에는 미세먼지 및 민생 경제 대책으로 5조 8000억 원을 추경으로 편성했다. 코로나19가 악화한 2020년에는 추경을 4차례 편성해 66조 8000억 원을 사용했다. 2021년에도 소상공인 긴급 고용대책과 코로나19 대책 지원을 이유로 각각 14조 9000억 원, 34조 9000억 원 규모의 추경을 두 차례 편성했다. 2022년에도 소상공인 지원으로 16조 9000억 원을 추경에 썼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5년 동안 매해 빠짐없이 추경을 편성해 총 10차례 154조 1000억 원을 투입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2022년에만 소상공인 지원과 민생 대책을 이유로 62조 원을 추경에 사용한 뒤 추경 편성은 없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대선을 앞두고 2025년에 여야 합의로 탄핵 사태 대응으로 13조 8000억 원의 추경이 편성됐다. 대선 후에는 이재명 정부가 출범 직후인 2025년 7월에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 등을 위한 31조 8000억 원 규모의 추경이 처리됐다. 이어 9개월 만에 또다시 추경이 국회에 오르게 된 것이다.
경제계 관계자는 “추경이 현금성 복지 지출에 집중되다 보니 갈수록 거시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며 “또 정부가 추경 자금 마련을 위해 국채를 발행하면 시장 금리가 오르고, 기업들이 원리금 상환 압박에 투자를 줄이는 구축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추경 사용처와 규모 등에 대한 보다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
미래에셋 에너지인프라자산운용 이태상 대표 연임 확정…신산업 펀드 연속성 확보
·
이란발 리스크, 건설현장 덮쳤다…레미콘값 협상 7차도 결렬
·
주주환원 압박받는 태광산업, 사업 재편 카드 먼저 꺼냈다
·
[유럽스타트업열전] 로봇은 중국이 만들고, 돈은 유럽이?
·
[사외이사 라인업] 태광그룹 편입 애경산업, 조세·회계·마케팅 교수들로 새출발
·
[단독] 김만배 누나 소유 목동·연희동 부동산 또 압류됐다





















![[현장] 출렁이는 금값에 종로 귀금속거리 '썰렁'…거래도 뚝](/images/common/side01.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