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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전동킥보드, 사고 나고도 보상 못받은 '황당' 이유

이용자들 "기기결함인데 업체는 '정상' 판단"…업체들 "외부기관 없어 자체 점검, 최대한 공정하게 처리"

2020.07.31(Fri) 15:04:16

[비즈한국] 한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의 ‘기기 결함 사고 보장 보험’에 이용자들이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용자들은 “보상은 둘째치고 결함 판단 기준이 편향됐다. 자체적으로 결함을 판단하는 것도 의심스러운데, 기기 결함 소견서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른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들도 비슷한 처리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공유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이 기기 결함으로 인한 사고 발생 시 업체로부터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박찬웅 기자


평소 공유 전동킥보드를 자주 이용하던 A 씨는 최근 킥고잉 전동킥보드를 타다가 사고를 당했다. 브레이크와 가속 버튼의 반응 속도가 느려 킥보드가 급제동하면서 일어난 사고였다. 무릎과 발등, 손바닥 여기저기에 상처를 입은 A 씨는 업체에 기기 결함을 알렸다. 킥고잉 상담원은 “기기결함으로 인한 사고일 경우 신체 피해에 대한 배상책임 보상 접수가 가능하다”고 답해 A 씨는 곧바로 보험 접수를 했다. 

 

그러나 A 씨는 피해 보상을 받지 못했다. 기기에서 결함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A 씨는 정확한 내용 확인을 위해 킥고잉 측에 ‘기술 결함 소견서’를 요청했다. 소견서를 받은 A 씨는 더 당황했다. 소견서에는 파손과 작동에 대한 결과값만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비고란에는 ‘5분 주행, 주행 시 상시 구동 테스트’, ‘외관 확인·구동 테스트’라는 설명뿐이었다.

 

A 씨는 “소견서만 보면 어떤 면에서 기기 결함이 아닌지, 다른 기기들과 비교했는지 알 방법이 없다. 내가 이용했던 기기도 작동‘은’ 한다. 작동한다고 다 정상은 아니지 않나. 여태껏 탔던 다른 기기들과 비교했을 때 가속·브레이크 버튼 반응 속도가 심각하게 비정상이었다. 게다가 검사 결과를 외부에 공개할 경우 내부정보 유출로 법적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며 업체에서 으름장도 놓았다”며 업체의 보험 처리 방식에 불만을 토로했다. 

 

킥고잉 기술 결함 소견서 일부. 이용자들은 소견서 내용이 너무 허술하고, 추가 자료 요청을 해도 업체에서 이를 거부해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사진=A 씨 제공


A 씨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이용자 B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킥고잉을 타다가 얼굴부터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일주일 동안 잘 걷지도 못하는 상태로 병원에 다녔다”며 “운행 중 킥보드가 제멋대로 연결이 끊어지고, 현재 위치를 잡지 못했다. 이런 결함을 업체에 전달했음에도 검사 결과 이상이 없다더라. 소견서를 봤는데 어떻게 검사를 진행했는지 알 방법이 없다. 무엇을 믿고 이 업체를 신뢰하겠나”라고 비판했다.

 

C 씨 역시 자신의 블로그에 “주차 중 갑자기 제동이 걸려 핸들에 치아를 찧어 두 개가 부러졌다. 기기 결함을 문의해 소견서를 받아봤는데, 진단 과정이 너무 허술하다는 걸 느꼈다. 진단 절차 세부 내용을 추가로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문제는 진단 결과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 킥보드가 다시 도심을 돌아다니고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킥고잉 관계자는 “현재 전동킥보드에 대한 전문적 분석을 진행할 수 있는 외부 공적 기관이 부재한 관계로 직접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모든 기기 결함 신고 건에 대해 제동부, 동력부, 프레임, 단말기 등의 전체 구성요소에 대해 상시 및 구동 테스트를 진행한다. 점검 절차 및 결과의 공정성을 위해 점검에 대한 증빙 및 사진은 5년 동안 보관한다”고 답했다. 

 

기술소견서를 외부에 공개할 경우 소비자에게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 부분에 대해서는 “기기 결함 점검 결과에 대해 ‘기술 결함 소견서’를 작성하고 이를 이용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점검 항목, 기준, 담당 작성자, 해당 기기 사진 등이 상세히 명시되어 있는 ‘기술 결함 소견서’는 킥고잉의 지적재산이다. 사고를 접수한 이용자 외 제3자에게 외부 공개가 불가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지진 리버티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발명·상표·디자인 등의 산업재산권이나 문학·음악·미술 작품 등에 관한 저작권이 지식재산권에 해당한다. 그런데 기기 결함 내용이 담긴 소견서가 지식재산권에 해당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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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씽(왼쪽)과 알파카도 기기 결함 사고 보장 보험을 운영 중이다. 이들 역시 킥고잉과 보험 처리 방식이 비슷해 유사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사진=씽씽, 알파카 제공


현재 기기 결함 사고 보장 보험을 운영 중인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는 킥고잉, 씽씽, 알파카 정도다. 씽씽과 알파카도 기기 수거 후 자체적으로 결함을 판단해 소견서를 작성한다. 킥고잉과 보험 처리 방식이 같다. 앞선 사례는 킥고잉에서 벌어졌지만, 타 업체들도 보험 처리 방식이 비슷해 얼마든지 비슷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 

 

씽씽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기기 결함으로 발생한 사고가 아니더라도 운행 중 발생한 사고로 이용자들이 신체에 상해를 입었을 경우 100만 원 한도로 보상을 한다. 귀책 사유가 이용자에게 있어도 해당한다. 씽씽 이용 중에 다친 것이므로 일종의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파카 관계자도 “아직 기술소견서를 요청한 이용자는 없다. 항의 문의를 받은 적도 없다. 웬만하면 이용자들에게 보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올 12월부터는 만 14세 이상이면 운전면허증 없이 전동킥보드를 몰 수 있고, 차도뿐만 아니라 자전거도로에서도 주행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선 상황이다. 킥고잉은 회원 수가 60만 명을 돌파했으며, 누적 이용 횟수는 430만 회에 달한다. 씽씽 역시 40만 회원에 8000여 대의 킥보드를 운영 중이다. 이용자가 늘면서 사고도 늘었다. 비즈한국이 도로교통공단에 요청한 개인형 이동수단(PM) 교통사고 통계 자료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사고는 2017년 244건, 2018년 484건, 2019년 884건으로 해마다 약 2배씩 증가하는 추세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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