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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소송제' 확대, 의약품 부작용 걸린 제약업계 영향은?

50인 이상 모든 분야로…법조계 '기대', 제약업계 "허가사항 잘 준수하면 큰 타격 없을 듯"

2020.10.13(Tue) 14:39:39

[비즈한국] 정부가 증권 분야에만 제한적으로 도입된 집단소송제를 피해자가 50인 이상인 모든 분야로 확대하기로 해 논란이 뜨겁다. 의약품 부작용으로 피해자가 대량으로 발생하기 쉬운 제약·바이오 업계에도 영향이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만 ‘인보사 사태’, ‘엘러간 유방 보형물 이슈’, ‘라니티딘 사태’ 등이 연이어 터졌다. 보건의료를 전문으로 하는 법조계에서는 기대감을 내비치지만, 제약·바이오 기업은 의외로 타격이 크지 않으리라는 반응을 보인다.

 

정부가 증권 분야에만 제한적으로 도입된 집단소송제를 피해자가 50인 이상인 모든 분야로 확대하기로 해 논란이 뜨겁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9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모습. 사진=박은숙 기자


#의료 분야보다 제약·바이오 기업 상대 소송에 더 활용될 듯

 

지난 29일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집단소송법 제정안은 피해자가 50인 이상인 사건에서 피해자가 한 명이라도 소송을 제기해 배상 판결이 나오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나머지 피해자 모두에게도 배상할 의무가 발생하는 게 핵심이다. 피해자 대표당사자가 청구원인 사실에 대해 스스로 조사해 밝힐 수 있는 한도 내에서만 개략적으로 주장할 수 있도록 해 주장·입증 책임을 경감할 수 있는 특례도 마련된다. 법무부는 기업이 반사회적 영업행위를 해서 피해자들이 손해를 입었을 경우 손해의 최대 5배까지 배상액을 물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제약·바이오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에 변화가 있을 거라 내다봤다. 지금도 민사소송법상 선정당사자제도가 있어 다수가 공동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소송을 수행할 선정당사자를 선정해 그가 받은 판결의 효력이 선정자 모두에게 미치도록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소송을 제기한 사람에 한정되기에 집단분쟁을 해결하기는 한계가 있다.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나머지 피해자들은 개별적으로 대응을 해야 한다.

 

의료법 전문 이동찬 더프렌즈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일부 피해자가 승소하면, 입증이 곤란하거나 경제적인 문제로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들도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게 핵심”이라며 “앞으로는 피해 사실만 입증이 되면 아주 구체적인 인과관계는 따지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투명치과 피해자 변호를 맡은 박동민 법무법인 정송 변호사는 “투명치과의 경우 투명교정 장치와 달리 일반교정 장치는 기소가 안 돼 피해구제가 안 됐다. (이 제도가 도입돼) 같은 피해에 해당한다면 훨씬 소 제기가 간편해지리라 예상된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제약·바이오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에 변화가 있을 거라 내다본다. 서울 서초구 법원로 일대 서초동 법조타운. 사진=최준필 기자


법무법인에서 일일이 응대해야 했던 원고 모집 방법에도 다소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문 광고로만 국한됐던 집단소송 공고 방법도 ​정부 입법안이 통과되면 ​대법원 홈페이지 게시 등 여러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법률에 명시된다.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도 소송으로 다툴 사실에 대해 증거 조사를 할 수 있는 증거조사절차가 마련되고, 자료 등 제출명령을 위반하면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소송 진행에 더욱 속도가 붙을 수 있는 셈이다.

 

다만 하나의 약을 사용해 피해가 발생한 제약 분야보다 의료기관마다 행위가 다를 수 있는 의료 분야에서는 집단소송제가 제한적으로 활용되리란 예측도 나온다. 메디톡스 공익신고사건의 신고 대리인을 맡은 구영신 법무법인 제현 변호사는 “결국엔 가해 행위나 피해 유형이 비슷해야 한다. 의료 분야에서 2015~2016년 수십 명이 집단 C형간염에 걸린 다나의원 사태처럼 하나의 의료기관에서 비슷한 피해가 발생하면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환자마다 의료 행위가 다르면 인과관계가 다를 수 있어 제한적일 것 같다”고 의견을 표시했다.

 

#피해자단체와 합의하는 사례 늘 수도

 

법조계에서는 제약기업에서 소송 전에 피해자들과 적절한 선에서 중재나 합의를 할 가능성이 커지리라 예상했다. 앞서의 이동찬 변호사는 “제약회사에서 소송에 적극적으로 임하거나 상당한 배상금으로 피해자 단체와 합의하는 전략을 택할 수 있다”며 “제약·의료 분야는 인과관계 입증이 어려워 기업이 소비자들과 합의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했다.

 

대표적으로 집단소송제가 도입된 미국에서는 기업이 피해자 단체와 합의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가령 지난해 엘러간은 미국에서 7억 5000만 달러(약 9000억 원)의 합의금을 지불하고 자회사 포레스트에 대해 알츠하이머 완화제 나멘다(성분명 메만틴) 직접 구매자들이 제기한 집단소송을 끝냈다. 나멘다 구매자들은 엘러간이 나멘다 약제의 제네릭(복제약) 버전을 은폐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허가사항 기준을 엄격히 준수하자는 분위기는 감지된다. 지난 2019년 5월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코오롱 인보사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모습. 사진=박은숙 기자


법조계의 전망과 달리, 정작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별다른 타격이 없을 거라 내다본다. 다만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허가사항 기준을 엄격히 준수하자는 분위기는 감지된다. 한 대형 제약사 관계자는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더라도 국내의 높은 GMP(의약품 제조·관리 기준) 기준에 따라 품질 문제가 발생할 우려는 낮다. 그러나 최근 몇몇 회사처럼 허가사항 외로 발생하는 문제는 기업의 책임이 커 면책이 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의견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형 제약사 관계자도 “임상2·3상에서 대규모로 부작용을 검증하는 절차가 있다. 정상적인 경우 집단소송을 당할 가능성은 적다”고 답했다. 중소 제약사 관계자는 “의약품 부작용에 따른 집단소송제가 나올 수는 있다. 다만 일반의약품에서 부작용이 발생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고, 전문의약품의 경우 의사의 처방에 따라 투약이 결정되기 때문에 제약사까지 집단소송제의 영향이 미칠 소지는 적을 것 같다. 인보사나 라니티딘 사태는 예외적인 상황이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한편 집단소송제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의 징벌적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입법 예고안이 통과되면, 30대 주요 그룹은 최대 징벌적손해배상액 8조 3000억 원, 집단소송비용 1조 7000억 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반대 의견서를 12일 제출했다. 전경련은 영미법 국가와 달리 행정처분과 형사처벌이 중심인 일본, 독일, 프랑스 등 대륙법계 국가는 집단소송제가 없는데, 만약 우리나라가 이를 도입하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 과잉처벌 국가가 된다고 주장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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