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오늘 환율은 어땠지?” 매일 원·달러 환율을 체크하는 젊은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해외여행을 떠나기 위해서일까. 답은 “아니오”다. “월급은 원화로 받지만, 내 투자는 달러로 하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돌아온다. 이들이 출근길에 확인하는 것은 한국은행 기준금리보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차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일정에는 무덤덤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일정에는 촉각을 곤두세운다.
이런 투자 흐름을 둘러싸고 최근 논쟁도 불거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고환율의 배경 중 하나로 ‘서학개미’, 즉 해외 투자에 나선 개인 투자자들을 언급했다. 원화를 팔고 달러 자산을 사들이는 개인들의 움직임이 환율 상승을 부추긴다는 취지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고환율의 구조적 원인이 미국과 한국의 금리 차, 경상수지 흐름, 글로벌 달러 강세에 있다는 점을 외면한 채 개인의 합리적 자산 선택에 책임을 전가한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2030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국내 자산의 수익률과 성장성에 대한 고민 끝에 글로벌 자산으로 눈을 돌린 결과를 ‘환율의 주범’으로 규정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이는 지금의 젊은 투자자들이 국경이 아니라 수익과 위험을 기준으로 자산을 판단한다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이들에게 글로벌 관련 자산에 대한 투자는 애국심의 문제가 아니라 금리와 통화라는 글로벌 변수에 대응하는 가장 현실적인 전략이다.
미국채가 2030의 포트폴리오에 빠르게 자리 잡은 이유는 안전하면서도 금리 흐름에 따른 수익 기회가 있고, 환율 효과까지 함께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직접 미국 국채를 매수하거나 미국채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접근한다. 방식은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
미국 국채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사실상 ‘무위험 자산’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금융위기 때마다 자금이 몰린다. 주식처럼 기업 실적이나 산업 트렌드에 따라 급변하지 않는다. 변동성에 지친 투자자들에게는 포트폴리오의 균형추 역할을 한다.
또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높다는 것은 이미 채권 가격이 많이 내려와 있다는 의미다. 이 시기에 채권을 매수하면 향후 금리가 하락할 경우 이자 수익뿐 아니라 채권 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 ‘지금은 채권을 사는 시기’라는 말이 반복되는 이유다.
이와 함께 환테크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미국채에 투자하는 순간 투자자는 자연스럽게 달러 자산을 보유하게 된다. 달러 강세 국면에서는 채권 가격이 움직이지 않더라도 환차익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원화 변동성에 민감한 시기에는 미국채가 ‘방어적 달러 자산’ 역할을 한다. 수익, 안정, 환율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노릴 수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
2030은 국내 시장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낮은 경제성장률, 반복되는 테마주 순환보다 글로벌 자산의 흐름을 중요하게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주식과 부동산, 신흥국 자산까지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금융의 중심축이다.
정보 격차도 거의 사라졌다. 유튜브, 해외 뉴스 앱을 통해 연준 인사들의 발언, CPI·고용지표 해석을 실시간으로 접한다. 예전처럼 ‘전문가만 아는 영역’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정보의 양이 아니라 이를 해석하고 실행으로 옮기는 속도다.
다만 금리 투자가 쉬운 것은 아니기 때문에 몇 가지 원칙은 반드시 필요하다. 우선 분할 매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금리는 단기간에 방향을 단정하기 어렵다. ‘고점’이라는 확신보다 시간을 나눠 진입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매수 시점을 분산하면 금리 변동성 자체를 활용할 수 있다.
환율에 대한 선택도 필요하다. 달러 강세까지 수익으로 가져가고 싶다면 환 노출 전략이 적합하다. 반대로 환율 변동성이 부담스럽다면 환율 영향을 줄이는 방식으로 금리 수익에 집중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연준의 피벗 가능성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금리 인하가 현실화되면 채권 가격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동시에 달러 약세, 인플레이션 재점화, 정책 지연 리스크도 존재한다. 한 방향만 믿는 투자는 언제나 위험하다.
월급쟁이라고 해서 금리를 멀리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지금의 2030은 가장 현실적인 방식으로 금리를 바라보고 있다. 이들은 투기적이지도, 무모하지도 않다. 단지 글로벌 금융의 언어를 이해하고 그 언어로 자산을 배분하는 세대일 뿐이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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