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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수도 안 줄 수도 없는… 공유 전동킥보드 업계 '헬멧 딜레마'

법 바뀌면서 헬멧 착용 의무화…업체 제공 시 '공유지의 비극' 우려

2020.12.22(Tue) 14:59:42

[비즈한국] 공유 전동킥보드 업계가 ‘헬멧 딜레마’​에 빠졌다. 9일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약 4개월 후부터는 헬멧 미착용자가 전동킥보드를 이용할 경우 과태료를 내야 한다. 헬멧 착용 의무를 ​이용자에게 ​넘기자니 업체가 위법을 조장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고, 전동킥보드 수만큼 헬멧을 공유하자니 헬멧 회수율이 떨어질 게 뻔하다. 관련 업계는 ‘법이니 따라야 한다’면서도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 시민이 헬멧을 착용하지 않고 전동킥보드를 몰고 있다. 10일부터 시행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따라 4개월 후 법이 다시 개정되면 헬멧을 쓰지 않은 이용자는 적발 시 2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사진=박찬웅 기자

 

전동킥보드는 10일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개인형 이동장치’에 포함됐다. 정확하게는 최고 시속 25km에 중량 30kg 미만인 전동킥보드다. 이 개정안으로 전동킥보드와 같은 개인형 이동장치는 원동기장치자전거에서 벗어나 자전거에 준하는 법적 지위를 갖게 되며 규제가 대폭 완화됐다.

 

그러나 국회가 이를 다시 뒤집었다. 국회는 9일 또 다른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했다. 이르면 2021년 상반기에 시행될 이 개정안은 개인형 이동장치 운전자에 대한 제재 강화가 골자다. 개정안에는 이용 연령을 원동기 이상의 면허 소지자로 제한하는 조항이 담겼다. 또 승차 정원 초과, 헬멧 등 인명보호 장구 미착용, 야간 운행 시 전조등·미등 미등화 혹은 발광장치 미착용, 음주 운전 등 운전자가 법에 명시된 사항을 지키지 않을 시 도로교통법상 벌칙 조항에 따라 운전자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조항도 포함됐다(관련기사 '풀었다 조였다' 전동킥보드 오락가락 규제에 PM업계 울상)​.

 

그 중 ‘인명보호 장구 착용 의무화’는 공유 전동킥보드 업계에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될 전망이다. 원동기 면허 소지, 2인 탑승 금지 등은 책임 소재가 이용자로 명확하지만, 헬멧 착용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헬멧 구비의 주체를 놓고 업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현재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들은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서 이용자들이 헬멧을 착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용자들의 헬멧 착용 의무에 대한 인지는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소비자원이 2019년 실시한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용자 50명 중 46명이 인명보호 장구를 전혀 착용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명보호 장구가 아예 없는 이용자도 200명 중 54명에 달했다. 

 

따라서 법이 바뀐 후에도 업체들이 지금과 같은 방식을 따른다면 공유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대다수가 범법자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여기에 업체들은 위법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더욱이 공유 전동킥보드 시장은 현재 ‘춘추전국시대’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섣부른 판단으로 한번 이용자들의 눈 밖에 나면 다른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

 

헬멧을 쓰지 않은 한 시민이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인도에서 전동킥보드를 타고 있다. 사진=박찬웅 기자


업체들은 그렇다고 이용자를 위해 전동킥보드 개체 수만큼 헬멧을 제공하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시설공단이 2018년 9월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이용자에게 헬멧을 무료로 대여해주는 시범 사업을 펼쳤다가 실패로 끝난 전례가 있다. 당시 서울시는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자전거 이용자들의 헬멧 착용이 의무화되면서 이 사업을 진행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여의도 내 따릉이 대여소 30곳에 한 달간 안전모 1500개를 비치한 결과 357개(23.8%)가 회수되지 않았다. 안전모 가격이 1만 4000원이었기 때문에 서울시는 약 500만 원의 손해를 봤다. 헬멧 착용률도 낮았다. 서울시가 당시 약 10일 동안 여의도 7개 대여소에서 현장 모니터링을 한 결과 이용자 1605명 중 헬멧을 착용한 이는 45명뿐이었다. 

 

업체들은 아직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 관계자는 “법이 전동킥보드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다시 개정됐으니 따라야 한다”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 관계자는 “이용자가 공유 재화를 사유화하거나 함부로 다루는 ‘공유지의 비극’을 서울시 따릉이 사례로 확인했다. 무작정 헬멧을 제공하는 것은 내부적으로 비효율적이라고 판단 중”이라며 “헬멧을 두고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학과 교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가 헬멧을 제공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 이용자들이 공유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려고 헬멧을 구매하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업체들은 회수율과 사용률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가령 이용자가 킥보드 주차한 후 반납을 위해 사진을 찍을 때 헬멧도 같이 걸어 찍도록 한다면 회수율이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 이처럼 헬멧까지 반납해야 정상적으로 이용이 종료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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