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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가 '결국' 오픈마켓을 할 수밖에 없는 까닭

조용히 시범운영 들어간 쓱닷컴 오픈마켓…이미지와 점유율 사이에서 고민 계속

2021.04.27(Tue) 16:46:12

[비즈한국] 치열한 유통가 경쟁의 승부수로 ‘오픈마켓’이 지목된다. 그만큼 ‘오픈마켓’을 도입하지 않은 온라인 몰을 찾아보기 힘들다.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도 지난 20일 오픈마켓 서비스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네이버와 지분을 교환하고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참전하는 등 최근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신세계그룹은 어떤 전략을 갖고 오픈마켓 서비스를 시작했을까.

 

#‘별도 탭 없이​, ​식품·명품 제외​…조용히 오픈마켓 도입한 신세계

 

오픈마켓이란 판매자와 구매자가 온라인상에서 직접 물건을 사고파는 온라인 장터를 뜻한다. SSG닷컴은 오픈마켓 서비스 출시 전 단계로 ‘쓱 파트너스’ 페이지를 만들어 판매자를 모았다. 패션·잡화, 생활·주방부터 뷰티, 가전·디지털 등 여러 카테고리에 대해 열어놨지만 신선 가공 건강식품 등 식품류 전체와 명품 등 일부는 운영하지 않는다. 

 

사진=쓱 파트너스 홈페이지

 

별도의 ‘오픈마켓’ 탭을 열지 않은 것도 특징이다. 별도의 탭을 만들거나 판매상품별 창에 표시를 둬 구분하는 타사 온라인 몰과 달리 SSG닷컴은 소비자들이 기존의 종합 몰에 입점한 상품과 오픈마켓으로 입점한 상품을 구분하기 어렵다. 

 

SSG닷컴의 오픈마켓 도입 배경으로는 시장점유율이 꼽힌다. SSG닷컴은 경쟁사 대비 이른 시기인 코로나19 이전에 구축돼, ‘자사 온라인 몰’의 성공적인 예시로 분류된다. 매출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3조 9000억 원대의 거래액을 기록했다. 하지만 업계에서의 시장 점유율은 2.4%로 경쟁사들과 비교해 미미한 수준이다. 네이버쇼핑이 26조 8000억 원, 쿠팡이 20조 9000억 원으로 선두를 달리고 전통 유통사에 속하는 롯데온도 7조 6000억 원을 기록했다. 

 

SSG닷컴 측은 ‘기존의 서비스 품질을 유지한다’는 기조를 두고 오픈마켓 도입을 준비했다는 입장이다. ‘신선한 식품을 지정된 배송시간에 배달된다’는 장점을 살리고 가짜 상품에 대한 소비자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일부에 한해 오픈마켓 서비스를 운영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사진=쓱 파트너스

 

한편으론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온라인 몰’을 표방하는 기존의 색을 유지하려다 보니 오픈마켓 도입이 소극적으로 이뤄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오픈마켓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 자사 몰을 통한 제품이든 오픈마켓을 통한 제품이든 중요한 건 가격과 품질, 그리고 빠른 배송과 다양한 선택지다. 무섭게 치고 올라온 쿠팡은 엄청난 자금력으로 이를 갖추고 록인 효과를 통해 소비자를 묶어두고 있다. 이 말은 곧 한 가지 요소라도 빠진 온라인 몰은 시장을 점유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SSG닷컴은 그동안 쌓아 온 소비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프리미엄 브랜드의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제품군을 제한하거나 별도 표시를 두지 않은 걸로 보인다. 그래도 결국 목적인 점유율 향상을 위해선 오픈마켓을 점차 확장하게 될 거라고 예측한다”고 전망했다. 

 

#프리미엄 이미지 잃더라도 몸집 경쟁 합류

 

업계에서는 영역 구분 없이 합종연횡 중인 업계 분위기 속에서 시장 점유율이 하위권에 속하는 SSG닷컴이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오픈마켓을 도입했을 거라고 본다. 오픈마켓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경우 입점 수수료로 인한 매출 향상뿐 아니라 다양한 상품 구성으로 인한 고객 유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계도 뚜렷하다. 오픈마켓을 통해 배송되는 상품의 서비스 품질은 자사 몰을 통해 배송되는 상품에 비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기 어렵다. 입점사의 상품과 오픈마켓 상품이 경쟁 구도에 놓이면 자사의 이익이 줄어들 위험도 있다. 특히 신세계의 경우 기존의 고급화 전략이 오픈마켓과 맞는지에 대한 딜레마가 있다. 신세계 내부 관계자는 “SSG닷컴 오픈 당시부터 고민이 많았다. 기업 이미지에 적합한 방식의 오픈마켓 서비스를 계속해서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이미 유통업계 전통 강자들 대부분은 자사 온라인 몰에 오픈마켓을 도입했다. 롯데는 자사 온라인 몰인 ‘롯데온’을 론칭할 때부터 오픈마켓 서비스를 함께 시작했으며, 홈플러스도 올해 초 온라인 몰을 종합 몰에서 오픈마켓으로 전환했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G마켓이나 옥션, 11번가를 비롯해 네이버와 쿠팡 등 플랫폼 유통기업들은 정체성 자체가 오픈마켓에 있다 보니 제품군의 다양성이나 거래액에서 확연히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업계 전통 강자들은 기존에 갖고 있던 오프라인 매장과 창고 인프라를 120% 활용해야 한다. 우리가 온라인 몰을 통해 계열사 간 경계를 허물고 온라인 배송 수요를 맞추는 수준까지는 올라올 동안 플랫폼 유통사들은 자사 물류센터를 확장하면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요를 예측해 관리하는 단계까지 왔다. 유통업계가 모두 오픈마켓을 도입하게 된 것처럼 더 이상 구분은 무의미하다고 본다. 오프라인 기점을 통해 더욱 세분화된 배송 시점을 갖추고 명품, 프리미엄 식품 등 자사 몰만의 판매 상품군을 확장하는 등의 전략으로 충성 고객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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