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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덕지덕지' 시트지 광고…조례 있는데도 단속 못하는 이유

지자체 조례 '표시방법' 기준 있지만, 상위법 '신고·허가 대상' 아니라 단속 어려워

2021.06.10(Thu) 16:45:25

[비즈한국] OO병원, XX고시텔, OX독서실…. 오색찬란한 글씨와 배경색이 건물을 휘감고 있다. 도심에 위치한 지하철역 출구로 나가 고개를 들면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창문 절반을 가리는 크기나, 띠지처럼 둘러진 형태도 있지만 커다란 창문 전체에 도배되듯 붙여져 있는 경우도 있다. 학원, 병원 등 각기 다른 위치에서 존재감을 뽐내듯 붙어있는 모습이었다.

 

서울 청량리의 한 건물 측면 창문이 시트지로 가득 차 있다. 사진=김영원 인턴기자


어떻게든 소비자의 눈에 띄기 위해 업자들은 더 크고 더 눈에 띄도록 광고를 만들려고 한다. 이를 내버려두면 거리는 온통 광고판으로 뒤덮일 것이다. 이 때문에 옥외광고물은 법으로 제한된다. 옥외광고물법은 ‘안전하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조성’한다는 목적으로, 미관을 해치거나 공중에 위해가 가는 광고물을 법으로 금지 또는 제한한다. 

 

흔히 볼 수 있는 유리창 시트지 광고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지자체의 불법 옥외광고 단속은 활발하게 이뤄지지만, 주요 대상은 전단지, 현수막 등 남발되는 유동 옥외광고물이다. 전봇대와 가로등에 부착된 불법 전단지를 막기 위해 돌기가 있는 부착방지용 시트를 붙이고, 시청 등 지자체의 단속으로 현수막, 입간판 등에 철거 등의 조치가 내려지기도 한다. 그러나 낮은 건물부터 높은 건물까지, 창문에 가득 붙어 있는 시트지 광고들은 단속 및 위반 조치에서 빠진 상황이다.

 

#‘불법이라고요?’ 인식도 낮은 시트지 광고

 

지자체 조례의 옥외광고물 표시방법에 따르면, 창문에 붙은 시트지 광고는 대부분 불법이다. 서울특별시의 옥외광고물 조례 17조에 따르면, 창문 시트지 광고는 ‘건물 3층 이하, 가로 또는 세로의 한 폭이 30cm 이하여야 한다’, ‘창문 면적의 4분의 1 이내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서울시만이 아닌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세종특별시는 옥외광고물 조례 제21조에서 창문이용광고물의 규격을 ‘해당 유리벽·창문 등 전체 면적의 4분의 1 이내로서 최대 1제곱미터 이내’, ‘도료·천·종이·비닐·테이프 등을 이용해 표시하는 것은 건물의 3층 이하에 표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정은 사실상 지켜지고 있지 않다. 시내 곳곳에서 창문 전체를 덮은 시트지 광고를 찾아볼 수 있다. 서울 성북구의 한 고시텔은 전체 창문을 로고가 박힌 하얀 시트지로 덮었다. 한 미술 학원의 창문은 노란색 시트지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이외에도 기준인 ‘3층 이하’를 지키지 않은 곳도 있었다. 서울 청량리의 한 헬스장은 5층부터 7층까지의 건물 창문에 시트지 광고를 붙여 놓았다. 서대문구의 한 병원도 6층에 위치하고 있지만 창문에 시트지 광고를 부착한 모습이었다.

 

서울 성북구의 한 건물에 서울시 조례가 정한 기준인 ‘3층’보다 높은 층에 시트지 광고가 붙어 있다. 한 학원은 창문 전체를 시트지로 덮었다. 사진=김영원 인턴기자.


이렇듯 조례를 어긴 시트지 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탓에 시민들은 시트지 광고가 불법인지 몰랐다는 반응이다. 서대문구의 한 시민은 “무분별한 입간판 같은 게 불법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창문 광고는 몰랐다”며 “둘 다 너무 흔히 볼 수 있어서 별로 (불법인지) 자각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북구에서 만난 시민 또한 “그냥 일반 광고라고 생각했고, 많이 보여서 불법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전했다.

 

업주들은 왜 창문 시트지 광고를 선호하는 걸까. 광고업체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어두워야 하고 집중이 필요한 시설을 운영하는 업주들이 시트지 광고를 많이 찾는다. 고시텔, 독서실, 학원 등이다. 길거리에서 많이 보이는 시트지 광고도 고시텔, 학원이 많았다.

 

시트지 광고는 옥외 간판보다 가볍고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업주들조차 시트지 광고의 위법적 측면에 대해 간과하는 점도 한 요인이다. 한 창업 카페에서는 “유리창에 시트지 붙이는 것 또한 불법이다. 기존에 창업을 준비하던 사람들도 잘 파악하지 못했던 사실 같다”며 조례가 정하는 표시방법을 공유했다. 댓글 역시 “몰랐다”는 반응이 많았다.

 

#지자체 단속 어려워 법 개정 필요

 

단속은 사실상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서울시와 세종시 관계자 모두 창문 시트지 광고에 대해 단속하고 불이익을 줄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창문 시트지 광고는 조례상 표시방법을 어기더라도 행정명령, 이행강제금 부과가 아닌 계도식의 행정지도만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행정지도는 법적인 강제력이 없는 조치다. 세종시 관계자 역시 동일한 이유로 시트지 광고를 단속할 수 없다고 했지만, 유리로 된 벽은 창문이 아닌 벽으로 규정해 단속 및 관리한다고 덧붙였다.

 

옥외광고물법 제10조에 따르면 법적으로 신고·허가 대상 광고물에만 위반 등에 대한 조치인 행정명령이나 이행강제금 부과 등을 취할 수 있다. 법제처 또한 ‘광고물의 표시’만을 설정하고 관리하는 지자체는 신고·허가 대상 광고물 기준을 변경해 단속할 수 없다고 해석했다. 이 때문에 기준에서 벗어난 창문 시트지 광고는 철거나 이행강제금 부과 등을 피해갈 수 있다.

 

불법을 양산하는 유명무실한 기준이라고 해서 양성화하기에도 문제가 있다. 창문에 붙여진 시트지가 긴급 상황에서 대피나 구조를 방해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2019년부터 건물에 소방관 전용 진입창을 만드는 것이 의무화됐다. 창문에 시트지를 붙이면 유리를 통한 진입을 어렵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문 시트지 광고가 법의 사각지대를 벗어나려면 관련법이 개정될 필요가 있다. 지자체가 변경할 수 없는 허가·신고 대상 광고물에 창문이용광고물을 추가하는 식이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창문 시트지 이용 광고에 대한 단속 불가)문제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시행령이나 법의 적용이 어려웠던 광고물이기 때문에 포함시키는 계획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영원 인턴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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