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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부장에 고함] 죽은 나를 만나고 새롭게 맞이한 오은영의 진짜 '나'

1주일 뒤 죽는다는 파격적 설정…죽음은 삶을 가치있게 만드는 원동력

2021.12.07(Tue) 11:03:53

[비즈한국] 소아청소년 정신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의 방송가 맹활약이 눈에 띈다. 오 박사는 현재 고정적으로 출연 중인 프로그램만 무려 4개다. 오 박사를 유명하게 만든 SBS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의 후속편격인 채널A의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를 시작으로, 성인 셀럽들의 고민을 상담해 주는 ‘오은영의 금쪽상담소’, 아이돌 연습생들의 마음을 케어해 주는 MBC ‘방과후 설렘’, 범죄사건 각색 에피소드를 토대로 범죄자들의 성향을 분석하는 TV조선의 ‘미친. 사랑. X`까지. 그야말로 지금 TV는 ‘오은영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SBS ‘내가 알던 내가 아냐’​ 화면 캡처

 

4개의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도 오 박사 본업 활동까지 고려하면 그녀는 아마도 현재 대한민국에서 제일 바쁜 정신의학과 전문의가 아닐까 싶다. 현재 “주 7일을 일하며, 새벽에 나가 자정이 넘기 전에 돌아오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는 그녀. 그런 오은영 박사를 조망하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교양 프로그램 한 편이 편성되어서 눈에 쏙 들어왔다. 해당 프로그램의 제목은 SBS ‘내가 알던 내가 아냐’.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 자신의 죽은 모습을 보고, 1주일간 잠깐 멈춰, 인생을 되돌아본다”는 내용의 프로그램이다. 

 

꽤나 쇼킹한 이 설정의 프로그램은 시작부터 놀랍다. 환하고 넓은 공간에 제작진이 설치한 관 세팅에는 오은영과 거의 흡사한 밀랍 마네킹이 있고, 오은영은 그 광경을 직접 목격하게 된다. 자신을 너무나도 비슷하게 본떠 만든 인형을 본 오 박사는 할 말을 잃은 듯 잠시 멍하게 서 있다. 이내 감정이 벅차오르는지 그녀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이런 날(죽음)이 올 텐데"라며 담담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는 과거 40대에 대장암 수술을 받으면서 죽음 앞에 선 적이 있었다며, 그때 생각이 난다”고 했다. “그때 사랑하는 사람들을 앞에 두고 가야 하는 상황이 참으로 힘겨웠던 기억이 나서 눈물이 많이 난다”고. 그러면서 오 박사는 ‘죽은 나’라 여겨지는 마네킹을 보고 눈물 그렁한 눈으로 “열심히 잘 살았어! 애썼어. 이제 그만 쉬어” 라는 말을 한다.

 

사진=SBS ‘내가 알던 내가 아냐’​ 화면 캡처

 

그렇게 그녀의 눈이 촉촉해 가는 그때, 오은영에게 다른 오은영의 목소리가 불쑥 튀어나온다. “은영아 안녕. 갑자기 이 목소리가 나와 놀랐지? 만약 너에게 시간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는다면 어떨 거 같아?”라고 질문한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인 오은영의 1주일이 카메라를 통해 조망된다. 그녀가 평소 아끼는 사람들과 만나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소소한 순간부터 시작해 1주일간 오 박사는 그녀의 인생에 중요한 한 페이지를 차지했던 사람들을 수없이 만난다. 어린 시절의 친구들, 그녀와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 그녀의 은사님까지. 

 

흥미로운 건 오 박사의 가까운 지인들에게도 오 박사와 같은 질문이 주어진다는 것. “오은영 박사가 1주일 뒤에 죽는다면 어떨 것 같으냐”고. 소리 없이 20분간 눈물만 흘리는 사람부터 시작해서 ”제발 일을 줄이고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 시간을 좀 더 편하게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해주는 이들까지. 다큐멘터리 말미, 오 박사를 아끼는 사람들의 인터뷰 내용을 홀로 극장에서 바라보는 오은영 박사는 다시 눈시울을 적시게 된다. 인터뷰 영상 관람을 마친 뒤, 오 박사는 다시 프로그램 처음에 만났던 오은영 마네킹, 일명 ‘죽은 나’와 다시 만나게 된다.

 

사진=SBS ‘내가 알던 내가 아냐’​ 화면 캡처

 

다시 ‘죽은 나’를 맞이한 오은영은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그날까지 두려워하지 않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매일 매일을 열심히 살아볼 거야. 그때까지 잘 있어.” ‘죽은 나’와 다시 만나며 새로운 감정으로 더 단단하게 다져진 오은영 박사의 모습에 TV 프레임의 밖의 필자 역시 눈물이 났다. 죽음에 관한 생각이 아이러니하게 현재를 더욱 가치 있게 살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을 만드는구나, 싶어서다. 참으로 신기하게 우리는 삶의 끝자락이 있다는 것을 체감해야 진짜 소중한 것을 보게 된다.

 

그래서 말인데, 요즘 사는 것이 바쁘기만 하고 삶의 의욕이 떨어진 이가 있다면, ‘내가 알던 내가 아냐’에 나온 설정처럼 스스로 질문해 보길 바란다. “내가 1주일 뒤에 죽는다면 어떨까?”라고. 더불어 주변 사람들한테도 동시에 물어봐라. “내가 1주일 뒤에 죽는다면 넌 어떨 거 같아?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 그렇게 시간의 유한성 속에 우리를 한정하고 멈춰 서서 ‘진짜 나’를 바라보자. 내가 어떤 사람이고,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는 또 어떤 사람인지 멈춰 서서 생각해 보자. 현재 지금 당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새삼 다시 깨달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바쁜 삶 속에 돌아봄은 그래서 중요하다. 멈춰 서서 돌아보자. ‘진짜 나’를 만나보고 싶다면.

 

필자 김수연은?

영화전문지, 패션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다양한 매거진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글밥 먹고 살았다. 지금은 친환경 코스메틱&세제 브랜드 ‘베베스킨’ ‘뷰가닉’ ‘바즐’의 홍보 마케팅을 하며 생전 생각도 못했던 ‘에코 클린 라이프’ 마케팅을 하며 산다.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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