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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원엔 내용증명, 민주노총엔 공문…농성을 대하는 롯데백화점의 자세

전방위 압박 또는 법적 조치 위한 근거 확보 차원?…사측 "시위 장소는 사유지, 내용증명은 확인 중"

2022.02.18(Fri) 09:43:46

[비즈한국] ‘연차 사용 변경 요청’으로 노동청의 지도 조치를 받은 롯데백화점이 이번에는 농성 중인 노조원의 자택으로 경고성 내용증명을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장기간의 휴가로 업무 공백이 크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내용인데, 사전에 승인된 연차 사용을 문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노동청의 통보가 나온 직후의 대처라 논란이 예상된다. 

 

최근 사측은 민주노총에 본점 앞 사유지를 점거하고 있는 천막을 철거하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롯데백화점은 본점 앞 환경 개선을 위한 목적으로 안내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노조가 농성을 포기하게끔 전방위 압박을 시도하는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관련기사 본점 앞 보름째 천막농성…롯데백화점이 노조 막으려 내민 카드는?).

 

인사제도에 대해 반발​해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천막농성 중인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조 롯데백화점지회. 사진=강은경 기자

 

#내용증명으로 ‘유감’ 의사 표명…노조 “부당한 압박”

 

지난 2월 16일 최영철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조 롯데백화점지회 지회장의 집으로 한 통의 우편물이 도착했다. 롯데백화점 기업문화팀에서 보낸 내용증명이었다. 최 지회장은 본인의 연차 등을 사용해 1월 25일부터 2월 28일까지 휴가를 내고 24일째 농성 중이다. 사측은 공문을 통해 “35일의 업무 공백에 대해 ‘업무에 막대한 지장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귀하의 업무가 적어서 업무에 영향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라 인식돼 유감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최 지회장과 함께 농성 중인 이성훈 수석지부회장도 집에서 같은 날 동일한 내용증명을 받았다.

 

이 수석지부회장은 “3주째 본점 앞에서 농성 중인데 쟁의 행위를 압박하는 공문을 집으로 보낸 것이다. 가족 구성원들을 불안하게 해서 농성을 포기하게 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노조는 기본금이 삭감될 수 있는 신연봉 체제, 성과주의 인사제도 파기, 동일 직급 장기체류자에 대한 과도한 불이익 철폐 등을 요구하며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 앞에서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측은 천막 농성 중인 노조원들에게 최근 내용증명을 보냈다. 노조의 활동을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롯데백화점 노조 제공

 

사측이 장기간의 휴가를 근거로 거듭해서 노조원을 압박하고 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노조가 사측으로부터 처음 연차 휴가 시기 변경 요청을 받은 것은 2월 4일 금요일이다. 농성 11일 차였던 당시 최 지회장과 이 수석지부회장은 본인이 소속된 지점의 점장으로부터 ‘장기간의 휴가로 업무에 지장이 발생해 연차 사용 시기를 변경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받았다. 미복귀 시 무단결근자로 판단해 조치할 수 있다는 경고도 포함됐다. 지난 2월 5일 토요일과 7일 월요일에는 인사담당자가 문자로 재차 알렸다.

 

#법적 다툼의 근거 삼을까…사측 "점거 구역은 사유지"​

 

이 같은 사측의 대처는 노동청의 지도 조치에 발목이 잡혔다. 8일 노동청이 사측에 장기간의 연차 사용 농성은 합법 행위임을 통보하면서다. 노조원들은 1월 말 해당 기간 연차를 사용하겠다고 신청했고 사측이 이를 허가했다. 이는 월말에 정례적으로 올리는 휴가 계획으로, 정상적인 절차에 해당한다. 노동법상 연차 시기 지정과 행사 여부는 노동자에게 있기 때문에 노동청은 ‘장기간의 연차가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다면 사전에 설명하고 합의했어야 한다’고 통보 사유를 밝혔다.

 

14일 롯데백화점 기업문화팀은 롯데백화점 노조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동조합에 ‘사유지 내 불법 시설물 처리’ 관련 공문을 보냈다. 본점 앞 천막이 사측의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노조의 농성은 경찰에 신고된 집회다. 천막 농성 중인 부지는 명품 구매 대기 고객 등이 새벽부터 텐트를 세워두기도 하는 자리”라고 반박했다. 

 

롯데백화점이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동조합에 보낸 천막 철거 요청 공문. 사진=롯데백화점 노조 제공​

 

일각에서는 사측이 내용증명을 통해 이후의 법적 조치를 위한 근거를 확보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김남석 변호사는 “공문의 내용 자체에 명확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후 노조원 해고나 노조와의 법적 다툼 상황이 생겼을 때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의도가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서비스일반노조 서울지부 관계자는 “대표이사 면담 요구나 노조가 지적하는 불합리한 부분에 사측이 무응답으로 일관해 천막 농성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쓰는 것”이라며 “승인된 연차 사용을 요구하고, 노동청의 지도 조치를 받았음에도 노조원 가정에 공문을 보내는 사측의 행동은 매우 이례적이다. 천막 철거나 연차 변경 요구는 농성 포기를 유도하기 위한 전방위적 압박”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천막 농성 장소는 사측의 사유지로, 본사와 사전에 협의가 있어야 했다. 그 부분을 공문으로 알린 것”이라며 “연차 사용과 관련한 내용증명을 보낸 사실은 현재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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