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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소송에서 손해배상액을 계산하는 현실적인 방법

인용 받는 손해배상액, 실손해 넘기 어려워…정신적 고통이나 건강 악화는 포함 안돼

2022.09.19(Mon) 11:24:14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소송의 목적은 돈을 받아내는 데 있다. 줘야 하는 돈을 주지 않기 위해서든, 돈을 받아낼 수 있다는 걸 확인받기 위함이든 결국 돈 문제로 소송을 한다. 돈으로 배상하지 못할 손해는 없으며, 액수에 따라 정신적 고통, 명예훼손 등으로 인한 이미지 손상 등도 회복할 수 있다. 경조사에서 축의·부의금을 계산하다 보면 이러한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세상에서 제일 믿지 못할 사람은 ‘돈에 관심 없다’고 떠드는 사람이라고 한다. 고도의 자본주의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돈에 관심 없다는 말은 위선이고 가식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 민사소송에서 인정하는 손해배상금 액수는 손해를 전보하는데 충분한 금액에 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개별 사건마다 인정하는 액수가 다르므로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대체적인 경향이 그렇다. 손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개개의 구성요건을 증거로 낱낱이 입증해야 하고 천신만고 끝에 손해로 인정받더라도 액수 산정 과정에서 과실상계, 손익상계, 경험칙 등을 이유로 금액이 뭉텅이로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손해액이 높지 않은 경우 “원고를 대리하는 변호사의 변론이 부실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제도적 한계와 기존의 관습에 속박된 결과이지, 대리인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실무자들은 ‘손해배상액은 실손해를 넘을 수 없다’고 믿고, 이 때문에 소송에서 인용 받는 손해배상액은 실손해보다 적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잘해야 본전인 셈이다. 

고액의 손해배상액을 청구·인용 받아 책임을 묻는 것이 쉽지 않으니 우리나라에서는 기획소송, 집단소송, 소비자소송 등이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민사소송보다는 형사고소, 행정상 민원 제기, 정치권·언론 제보 등의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상대방을 교도소에 보내거나 업무정지 처분을 내린다면 돈을 더 받아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민사사건의 형사화, 민원 폭주라며 비난하지만 실무를 하거나 본인이 직접 당해보면 이런 의사결정이 합리적임을 알게 될 것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상표법, 특허법 등 각종 법률에 실손해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해야 한다는 조항이 도입됐다. 앞선 법률을 적용하는 영역인 공정거래법, 지적재산권법상 손해배상은 과거부터 업계에서 법원의 손해액이 너무 적다고 원성이 자자했던 분야였다. 

따라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법정 손해배상 제도, 3배 손해배상 제도 등의 도입과 적용 필요성이 다른 분야보다 비교적 높다고 볼 수 있으나 도그마틱(교조적 사고)으로 유지되는 실손해액 배상의 관념과 경제계의 반발 때문인지 법원에서 3배 손해배상 조항이 적용된 사례를 찾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계산하기에 손해배상액이 적다고 하는 걸까? 기본적으로 손해는 사건(불법행위)이 없었으면 받았을 경제적 이익에서 사건 발생 후 생긴 경제적 이익의 차액으로 계산한다.

예를 들어 프랜차이즈 본사가 업주와의 거래를 부당하게 중단한 경우, 업주가 거래를 계속했다면 얻었을 경제적 이익 A에서 거래 거절 후 얻은 경제적 이익 B의 차액을 계산하는 것이다. 이때 거래를 거절당한 후 얻은 경제적 이익 B는 실제로 발생한 이익을 그대로 제출하므로 입증이 어렵지 않다. 그러나 프랜차이즈와 계속 거래했다면 얻었을 경제적 이익 A는 발생하지 않은 일의 이익을 구하는 것으로 가상 상황을 연출하는 것과 같아서 입증이 쉽지 않다. 

실무적으로는 편의상 거래 거절 직전 2~3년의 평균 이익을 계산한 후, 향후 수년간 이와 같은 수준의 이익을 낼 것으로 가정해 가상의 경제적 이익 A를 산출한다. 직전 2~3년간 평균 이익을 계산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정확한 방법은 세무 당국이나 과세 관청에 신고한 금액에 따르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업주가 절세를 위해 비용을 과대 계상하는 방법으로 이익을 과소 신고하는 경우가 많고, 현금 장사를 할 경우 세원이 포착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점이다. 이런 경우 경제적 이익 A를 계산할 때 손해를 보게 된다. 세금 신고를 할 때 적은 금액으로 신고했다면, 소송에서 “추가적인 이익이 있다”라고 주장한들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가상의 경제적 이익을 계산할 때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는 산출한 평균 이익을 얼마 동안 보상하냐는 점이다. 부당한 거래 거절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경우, 거절당하지 않았다면 향후 몇 년간 거래를 지속했을 거라고 가정해야 정당할까. 정답은 없다. 실무에서는 2~3년 정도로 간주하지만 손해를 본 사람은 더 긴 기간을 보장 받기를 원하므로 2~3년이라는 결정에 불만이 많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손해액을 산정하더라도, 피해자 측에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그 손해액의 10~30% 정도가 떨어져 나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게다가 교통·산재사고, 가사소송, 명예훼손 소송 등 유형화한 사안이 아니라면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나 건강 악화로 인한 손해 등은 거의 인정받지 못한다. 

주변에서 손해 배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사소송, 형사고소, 행정상 민원 제기, 정치권 및 언론 제보, 인적 네트워크 활용 등 온갖 수단을 총동원하는 사례를 본다. 실손해 배상의 관념이 지배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이런 조치는 합리적인 선택이다. 권리의식이 신장하면서 실손해 배상 도그마틱을 극복하기 위해 나타나는 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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