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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재벌에 대한 공정위와 법원의 판단은 왜 엇갈릴까

본질은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 촉진…과도한 경제력 집중 방지에 초점

2022.07.04(Mon) 12:52:27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공정거래법은 재벌로 불리는 기업집단을 규제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법은 우리나라 경제가 소수 기업집단을 중심으로 한 경제력 집중이 심각하다고 보고, 이를 억제하기 위한 직접적인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공정거래법은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유지하거나 촉진해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법이다. 따라서 기업집단을 타깃으로 규제 조항을 두는 데엔 어색한 면이 있다.

 

공정거래법의 본질을 Anti-trust(반독점법) 또는 Fair trade(공정거래) 중 하나로 보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이고,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은 이를 절충해 제명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로 정했는데, 기업집단 규제는 위 본질 중에서 정확히 어디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공정거래법 집행을 통한 기업의 내부거래 단속은 늘 크고 작은 논란을 가져온다. 

 

실무상으로 볼 때, 기업집단 규제는 다른 영역에 비해 공정위와 법원의 판단이 엇갈리는 사례가 자주 발생한다. 예를 들어 공정거래법은 2012년 개정으로 특수관계인에 의한 부당한 이익제공(사익편취 행위) 금지조항을 도입했고, 공정위는 2016년 위 조항을 적용해 A 항공이 소속된 B 그룹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2022년 대법원은 앞선 제재 처분을 취소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경제학계에선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론측면에서는 기업집단 규제에 찬성하는 학자나 반대하는 학자 모두 존재한다. 누구 말이 맞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들 간의 논쟁은 종종 정치적·이념적인 대립으로 번지기도 한다. 따라서 기업집단 규제나 경제력 집중 억제의 정당성에 대한 복잡한 논의에 관해선 논외로 한다. 

 

그 대신 기업집단 규제에 대한 현행 공정거래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공정거래법 제1조는 법안의 목적 중 하나로 ‘과도한 경제력 집중 방지’를 명시하고 있다. 이는 경제 질서의 기본원칙으로서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지향하는 헌법 제119조 제2항에 근거를 두고 있고, 공정거래법상 각종 기업집단 규제는 위 목적 조항에서 파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론적으로는 과도한 경제력 집중은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적정한 소득분배 또는 사회적 형평을 저해하고, 나아가 힘의 집중을 초래해 정치적·사회적 민주화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측면에서 규제가 정당화된다고 설명한다.

 

공정거래법에서 말하는 ‘기업집단’이란 동일인(총수)이 단독으로 또는 동일인 관련자와 합해 당해 회사 발행주식의 30% 이상을 소유하고, 최다출자자인 회사(지분율 기준) 또는 동일인이 당해 회사의 경영에 대해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인정되는 회사(지배력 기준)를 말한다. 

 

즉 총수가 어느 회사 지분의 30% 이상을 소유하고 있거나, 경영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면 그 회사는 총수를 정점으로 하는 기업집단에 소속된 계열사가 된다. 그리고 어느 회사가 기업집단에 소속된 것으로 공시된 경우를 ‘기업집단에 편입’됐다고 하고, 지분매각·임원겸임 해지 등으로 기업집단과 무관하게 된 경우를 ‘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기업집단이 규제 대상인 것은 아니다. 공정거래법으로 주로 규제받는 대상은 기업집단 중에서도 ‘공시대상 기업집단’, ‘상호출자제한 기업 집단’ 등 대규모 기업집단에 한정된다. 공시대상 기업집단이란 자산총액이 5조 원 이상인 기업집단 중 공정위가 지정한 기업집단을 말한다. 공정거래법은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대해 ① 대규모 내부거래 의결 및 공시 ② 비상장회사 중요사항 및 기업집단 현황 공시 ③ 공익법인 이사회 의결 및 공시 등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이란 자산총액이 10조 원 이상인 기업집단 중 공정위가 지정한 기업집단을 말하며, 이름대로 회사 간에 주식에 투자하고 상대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는 것이 금지된다. 대체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은 ‘재벌’로 지칭하는 기업집단 또는 그룹으로 구성해왔다. 최근에는 카카오·두나무·네이버·넥슨·넷마블 등 테크 기업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해 꼭 재벌 기업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공정위가 발표하는 기업집단 현황 자료를 통해 국내 경제 현황과 기업의 흥망성쇠를 알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규모 기업집단은 공정거래법상의 규제만 받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자본시장법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소속된 종합금융회사에 대해 다른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 금융기관과 자기주식 취득의 제한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서로 교차해 주식을 취득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신문법·방송법에서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소속 회사의 일간신문·방송사 지분 취득률을 제한하고 있다.

 

국내 기업집단 현황은 공정위의 공시대상·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을 지정하며 발표하는 자료를 통해 알 수 있다. 이 자료는 국내 경제 현황과 기업의 흥망성쇠를 알 수 있는 흥미로운 자료다. 5월 1일 기준 공시대상 기업집단은 총 76개(소속 회사 2886개)이며, 그 중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은 총 47개(소속 회사 2108개)로 대규모 기업집단별로 30~40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같은 기간 동안 매출액이 가장 많이 감소한 집단은 ① 두산건설·두산인프라코어 등 계열회사를 매각한 ‘두산’ ② 수주 및 조업 물량이 감소한 ‘대우조선해양’ ③ 반도체 수급 차질로 인해 생산이 감소한 ‘한국지엠’이다. 매출액이 가장 많이 증가한 집단은 ① 반도체 판매가 늘어난 ‘삼성’ ② 석유 사업 및 반도체 판매가 증가한 ‘SK’ ③ 코로나19 기저효과를 누린 ‘현대자동차’다. 

 

기업집단 규제는 공정거래법의 본질, 정치적 이념, 경제철학 등에 기원을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경제 현황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흥미로운 주제다. 특히 현 정권이 기업집단 규제를 어떻게 전개할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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