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광역시장 후보가 IBK기업은행(기업은행)의 본점을 대구광역시로 이전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어 화제가 되고 있다. 기업은행의 본점은 현재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2가에 있다. 이전하려면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재 국회 의석수를 감안했을 때 더불어민주당이 김 후보에게 힘을 실어준다면 법 개정이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과거 한국산업은행(산업은행)의 본점 이전은 반대했기에 자기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부겸 후보는 주요 공약 중 하나로 기업은행 본점 대구 이전을 내걸었다. 김 후보는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기업은행 본점 이전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4월 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구에 (종업원) 10명 이상 중소기업이 3000개 정도 된다”며 “(기업은행이) 중소기업을 돕자고 만든 금융기관이기 때문에 (이전의) 당위성이 있지 않나 싶다”고 전했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기업은행 본점을 이전하려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 중소기업은행법은 “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했다. 현재 국회 의석수는 △더불어민주당 160명 △국민의힘 107명 △조국혁신당 12명 △진보당 4명 △개혁신당 3명 △기본소득당 1명 △사회민주당 1명 △무소속 7명 등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의석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적극적인 모양새다. 야당인 국민의힘 일부 의원도 기업은행 본점 이전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은 2024년 11월 기업은행을 대구광역시로 이전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다만 민주당은 앞서 윤석열 정부 당시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방안에 완강히 반대했었다. 산업은행도 기업은행과 마찬가지로 본점 이전을 위해서는 법을 개정해야 한다. 임오경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022년 11월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은 현재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졸속 이전”이라며 “지역균형발전으로 포장한다고 해서 현장의 목소리를 거부한 졸속 이전에 동의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수진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도 2023년 3월 “국회 동의 없이 막무가내로 이전을 추진하겠다니 깡패가 따로 없다”며 “윤석열 정부는 부산 이전의 당위성과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고, 설득과 타협의 정치를 통해 국민과 국회의 동의를 얻어내라”고 비판했다. 결국 산업은행의 본점은 이전되지 못했다.
현재 기업은행도 내부에서 본점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높다. 민주당이 기업은행 내부 목소리를 외면한 채 본점 이전을 강행한다면 산업은행 이전 반대 논리와 배치된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성명을 통해 “중소기업 대출의 64.2%가 수도권에 집중됐는데, 기업은행을 수요처와 격리하는 것은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본연의 소명을 포기하라는 것과 같다”며 “더욱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기업은행에 대해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강제 이전을 밀어붙이는 것은 시장경제 질서를 파괴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류장희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4월 2일 기자회견에서 “대선 과정에서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은 금융 중심지 강화와 금융기관 집적 필요성을 인정하고, 무분별한 지방 이전의 폐해를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너무나 쉽게 뒤집히고 있다”며 “금융 중심지 강화, 무분별한 지방 이전의 부작용 공감, 1차 이전 성과 점검까지 약속해놓고도 기업은행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명백한 약속 파기”라고 비판했다.
또 민주당 의원이 모두 기업은행 본점 이전에 동의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수도권 기반 의원은 이전에 반대할 수도 있다. 윤석열 정부가 산업은행 본점 이전을 추진할 당시에도 오세훈 서울특별시장 등 국민의힘 내부에 반대 목소리가 있었다.
김부겸 후보는 기업은행 본점 이전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주변 환경은 녹록지 않다. 나아가 금융노조와 정부와의 갈등으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후보의 공약 실현 가능성에 의문부호가 따라붙는 이유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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