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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점 노출된 전세보증보험, 고점 계약 만기 도래시 '빌라왕'식 피해 속출 불가피

무자본 갭투기 매입 폐해, 4월부터 임대인 체납 세금 확인 간소화 꼼꼼히 챙겨야

2023.01.05(Thu) 11:10:48

[비즈한국] 2021년까지 무려 8년여 간 지속된 집값 상승에 편승, ‘무자본 갭투기’로 신축 빌라 등을 무더기로 사 대형 전세사기 행각을 벌인 임대인들에게 당한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안전장치인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전세보증보험)마저 제도적 허점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세입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국토교통부(국토부)가 전세사기 피해 의심 사례 106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고 고점에 체결된 전세계약 만기가 곳곳에사 다가오고 있어 피해 사례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보다 적확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강구되는 이유다. 

 

빌라들이 밀집된 서울 변두리 한 지역.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박정훈 기자


수백 채, 심지어 수천 채까지 보유해 ‘빌라왕’이나 ‘빌라신’으로 불리는 이들의 전세사기 수법은 한 마디로 무자본 갭투기로 요약되며 수법도 거의 동일한 것으로 드러난다. 자신의 돈을 들이지 않고 세입자에게 시세를 부풀려 전세금을 받는 갭투기 방식으로 마구 집을 사들여 전세를 놓는 식이다. 

 

경찰은 전세사기와 관련한 조직적인 배후세력 가능성에 주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실례로 수도권 일대 무려 3400여 채 빌라를 보유한 권 아무개 씨 일당 3명은 전세사기 행각을 벌이다 지난해 9월 구속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일당과 공범 관계로 보이는 브로커와 공인중개사 50여 명을 검거해 수사를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인천 일대 2700여 채를 짓고 전세사기 행각을 벌인 건축왕, 수도권 일대 400여 채 보유한 빌라왕, 광주광역시 일대 400여 채 보유한 빌라왕 등에 대해 관할 경찰청에서 공범 및 배후세력 여부와 관련한 수사를 확대 중이다. 

 

피의자들은 거래 이력이 없어 시세를 부풀리기 쉬운 새로 지은 빌라나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전세사기 행각을 벌였다. 분양가나 시세를 온라인 등으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아파트와는 다른 점을 악용한 것이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2021년까지 지속된 장기간 저금리와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기 부양을 위한 유동성 장세는 각종 규제책에도 아파트는 물론 빌라나 오피스텔까지 매매가와 전세가까지 고삐 풀린 상승세로 내몰았기에 이러한 전세사기 행각을 가능하게 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지난해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고 빌라나 오피스텔 전세를 고점에 계약한 전세입자들의 만기가 속속 다가오면서 본격적으로 피해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며 “빌라나 오피스텔에 대한 전세 기피와 신규 전세보증보험 계약 체결까지 기피하는 현상마저 뚜렷해 유사한 피해 사례들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전세사기 임대인들은 계약 직후 부동산 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건축주, 중개인 등과 공모해 집 소유자를 페이퍼컴퍼니 등의 명의로 바꾸는 방식까지 동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전세 계약 직후 집주인이 바뀐다면 전세사기부터 의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빌라왕들이 갑자기 사망하는 사례들이 나오면서 기존 전세보증보험의 제도적 허점도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 서울 일대에 빌라 등 200여 채를 보유한 정 아무개 씨는 지난해 7월, 수도권 일대에 1139채 빌라를 보유한 김 아무개 씨는 지난해 10월, 그리고 지난해 12월에는 인천 일대 빌라 58채를 소유한 20대 청년 송 아무개 씨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전세보증보험은 전세계약 만료 후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지급하고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청구하는 제도다. 통상 전세금 보증보험에 가입한 세입자는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는 집주인에게 임대차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HUG는 이를 근거로 대위변제 작업에 돌입한다. 임대인 사망 후 상속인이 지정되지 않았다면 법원에서 상속관리인을 지정해야 하는데 상당 시간이 소요된다. 

 

실례로 1139채를 소유하다 급사한 김 씨의 경우 수십억 원대 부동산 관련 세금을 채납했는데 유족들이 상속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김 씨 피해자 525명은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로 주택 경매 등 청산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최근 부동산 시장과 경매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온전한 보증금 회수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2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에서 열린 전세보증금 피해 임차인 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비즈한국DB


전세 사기 예방과 피해를 막기 위해 악성 임대인 명단 공개 등 종합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토부는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한 이들을 대상으로 보증금 반환 기간을 앞당기고 임차권 등기 완료 전 대위변제 심사를 먼저 진행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전세보증보험 미가입자를 대상으로 가구당 최대 1억 6000만 원 상당의 연 1%의 저금리 대출 지원을 하기로 했다. 경매 진행으로 머물 곳이 없는 이들을 위해선 HUG 강제관리 주택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임대주택 중 공실을 활용한 6개월 정도의 긴급 거처를 지원하기로 했다.

 

오는 4월부터는 전세 세입자가 집주인 동의 없이도 세금 체납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집이 경매나 공매로 넘어가도 임대인이 체납한 세금보다 전세보증금을 우선 변제받을 수 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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