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이슈

위탁업체 바꿀 땐 '고용승계' 조건 달더니…음식물재활용센터 직영하며 태도 바꾼 강동구청

정규직이었던 노동자들 1년짜리 쪼개기 계약…강동구청 "법에 따라 1년마다 신규 채용"

2023.03.10(Fri) 14:38:53

[비즈한국] 서울시 강동구청에서 그동안 자원순환센터 준공을 이유로 음식물재활용센터 소속 노동자들을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강동구청은 2020년 6월 민간 위탁으로 운영하던 음식물재활용센터를 직영으로 바꾸면서 정규직이었던 소속 노동자들을 1년짜리 기간제로 채용했다.

 

강동구 음식물재활용센터​ 내부 모습. 강동구는 2020년 6월부터 음식물재활용센터를 직영으로 운영했는데, 정규직이었던 소속 노동자들을 1년씩 쪼개기 계약으로 바꿨다. 사진=전국환경시설노동조합​ 제공

 

강동구 음식물재활용센터는 BTO(민간사업자가 시설을 건립(build)하고 소유권을 정부·지자체에 양도(transfer)한 뒤 일정 기간 운영권(operate)을 가지는 수익 창출) 방식으로 운영된 곳이다. 2000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민간위탁으로 운영하다 계약기간 만료 후 강동구에서 직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최근 지자체 소유 폐기물처리시설에 대해 위탁이 아닌 직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강동구 소속 노동자들은 직영 후 오히려 상황이 나빠졌다고 말한다. 근로 조건과 환경이 열악해졌다는 지적이다. 야간조로 근무하는 근로자들에게는 쌀벌레가 나오는 밥이 제공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강동구 소송으로 직영 성공했는데…민간 회사보다 더 갑질?

 

강동구는 폐기물 처리시설 현대화를 위해 인근 부지(연면적 4만 5306.14㎡)에 일 360톤 음식물 처리가 가능한 자원순환센터를 건립하고 있다. 지상과 지하에 음식물·음폐수 처리와 재활용 선별 시설을 만들고 체육공원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자원순환센터 건립은 2012년부터 추진됐지만 일정이 지연되면서 2020년 11월 사업 실시계획을 인가 받았다. 당초 준공기한은 2022년 3월이었지만 공사 기간은 계속 연장됐고, 현재는 2024년 11월로 연장된 상황이다. 

 

문제는 강동구청에서 자원순환센터 건립을 이유로 음식물재활용센터 소속 근로자들을 1년짜리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했다는 것이다. 음식물재활용센터는 음식물을 처리하고 사료화하는 시설이다. 강동구 음식물재활용센터 소속 노동자는 “3분의 2 정도가 민간위탁 시절부터 있던 분들이다. 업무가 달라진 것도 없다. 1년씩이라 연차휴가도 매년 11일씩 부여된다. 이전에는 모두 정규직 근로자들이었고, 매년 연차가 쌓여 25일까지 받았다. 강동구 직영 후 식사가 부실해지고 근로조건도 나빠진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강동구 음식물재활용센터 근로계약서 일부 내용. 자원순환센터 준공을 이유로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이 아님을 명시하고 있다. 사진=전국환경시설노동조합 제공

 

강동구는 1년 계약의 음식물재활용센터 근로자들을 모집하면서 채용 조건에 각종 기능사 자격증과 실무 경력 등을 요구했다. 사진=강동구청

 

당초 강동구 음식물재활용센터를 운영하던 민간 위탁 회사는 계속 운영하길 원했지만, 강동구청은 명도소송을 진행해 2020년 6월부터 직영으로 바꿨다. 그런데 직영 운영을 시작하면서 소속 노동자들을 무기계약직 전환이 아닌 계약직으로 고용한 것이다. 계약기간은 6개월~1년 단위였는데, 강동구는 자원순환센터 건립을 이유로 계약기간 2년을 초과하더라도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이 아니라고 명시했다. 노조는 이례적인 조치라고 반발한다. ​전국환경시설노동조합 ​관계자는 “통상 폐기물시설 위탁 운영 시 위탁 업체가 변경되면 지자체는 소속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조건으로 위탁을 맡긴다. 민간 기업에겐 고용승계를 요구하면서 정작 구청 직영이 되자 고용승계 하지 않고 노동자들을 1년 계약직으로 뽑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동구가 채용한 기간제 근로자는 20명인데, 이들 채용 조건으로 각종 기능사 자격과 경력 등을 요구했다. 전국환경시설노동조합 강동지부 관계자는 “악덕 기업에서 하는 1년 쪼개기 계약을 구청이 할 줄 알았겠나. 최근 폐기물시설 근무 방식은 휴일 보장을 위해 2교대로 운영하는 추세인데, 이곳은 3교대로 계속 운영하고 있다. 야간조로 근무할 때는 식사로 컵라면이나 먹다 남은 반찬들이 제공되는데 이때 지어 먹을 수 있는 쌀에서 쌀벌레가 나올 정도로 열악하다. 야간에는 비정규직 근로자들만 근무하고 있다. 최근에 이를 항의하는 성명서를 부착했는데, 구청에서 나와 징계를 내린다고 협박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강동구 음식물재활용센터는 3교대로 근무하고 있는데, 야간조로 근무하는 노동자에게는 컵라면 1개가 배급된다. 이 외 남은 반찬이나 제공되는 쌀로 밥을 지어 먹을 수 있는데, 이 때 제공되는 쌀이다. 노동자들은 유통기한이 지난 쌀에서 쌀벌레가 나온다고  말한다. 사진=전국환경시설노동조합 제공

 

이에 대해 강동구청 관계자는 “기존에 민간 위탁으로 운영하다가 직영으로 임시 운영 중이다. 그래서 법에 따라 1년마다 신규 채용하고 있다. 시설이 현대화돼 들어오게 되면 계획이 달라질 수 있고 운영 방식 등에 대해 명확하게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 협의를 하는 과정이다. 지금으로서는 일정이 정확하게 나오지 않아 결정된 부분은 없다. 채용 조건은 전문가에 의뢰해서 검토하는 부분이다. 야간 근무자 식사에 대해서는 요구사항이 있어서 개선하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횡령으로 센터 건립 늦어진다는 추측도…노동자들 “환경 열악해진 이유” 

 

강동구청은 음식물재활용센터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이라고 밝혔지만, 자원순환센터 건립 역시 순탄치 않다. 최근 일어났던 강동구청 공무원 횡령 사건으로 자원순환센터 건립에 차질이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2022년 6월 서울동부지법 형사12부(재판장 이종채)는 자원순환센터 건립 기급 115억 원을 횡령한 강동구청 공무원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강동구청의 실질적 피해금액이 71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해당 공무원이 횡령한 기금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강동구청에 송금한 자원순환센터 건립 기금이다. 이 공무원은 2019년 12월부터 2021년 2월까지 기금을 횡령했지만, 강동구는 자체 감사에서도 이를 알아채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동구청의 자원순환센터 담당자는 “최근 공사 기간이 연장돼 2024년 5월에서 11월 준공 예정으로 변경됐다. 횡령 사건은 대법원 소송 중인 사안이다. 물류 대란이나 파업, 공사 계획 등이 변경되면서 연장된 걸로 알고 있다. 공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현재 정확하게 어떻게 처리될지는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SH 관계자는 “횡령사건은 SH와는 관련 없는 사건이다. 이미 강동구청에 기금을 납부했고, 그 이후에 강동구청 공무원이 횡령한 부분이기 때문에 관련해 SH에서 대응하는 건 없다”고 답했다. 

 

앞서 강동구 음식물재활용센터 소속 노동자는 “음식물재활용센터 노동자들 사이에선 횡령 사건으로 공사 기간이 계속 연장된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식사도 부실해지고 노동 환경 개선도 구청에서 모른 척 하는 게 다 이 때문이라는 추측이다”고 말했다. 

 

김태헌 전국환경시설노동조합 위원장은 “시설을 현대화한다고 새로 짓는데, 20년 동안 일하던 정규직 노동자들을 1년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게 말이 되나. 애초에 다른 시설이 아니라 같은 일을 하는 시설이다. 20년 넘게 운영하는 시설을 한시적 사업이라고 볼 수 없다. 폐기물시설은 운영업체가 바뀌더라도 모두 고용승계가 이뤄진다. 그런데 구청은 정규직 노동자들을 모두 1년짜리 기간제로 바꿨다. 구청이 기간제법을 어기고 있는 셈이다. 강동구 음식물재활용센터는 민간 위탁 시절에도 부조리한 운영방식이 있던 곳이다. 그런데 민간회사가 수탁운영하던 때와 바뀐 게 없다. 환경도 더 열악해졌다. 노동자에게는 쌀벌레가 나오는 쌀과 김치 하나 뿐인 반찬이 제공되는 현실이다”고 비판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핫클릭]

· SK에코플랜트 자회사, 언론 취재 협조한 직원들 '징계' 논란
· [단독] SK에코플랜트 자회사, 노동자 사망하자 "언론 알리면 손해배상" 합의서 논란
·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는 고작 감봉 1개월, 피해자는 산재…노원소각장에 무슨 일이?
· [현장] 24시간 돌아가는 쓰레기 소각장, 열악한 환경에 안전규정도 없다
· [현장] 주민 반대 막으려 소각장 지하화, 노동자 안전은 어디로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