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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에 밀리고 규제에 치이고…이통3사가 '비통신'으로 가는 까닭

미래 먹거리로 비통신 'AI·UAM·콘텐츠' 출사표…상용화부터 수익 내기까지는 '산 넘어 산'

2023.03.14(Tue) 17:46:03

[비즈한국] 정부가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시장 장악에 제동을 걸고 있다. 제4의 이동통신사업자를 찾는 데 이어 최근 알뜰폰 시장에서의 이통 3사 자회사 점유율까지 제재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압박과 시장 성장세의 둔화 속에 이통 3사는 비통신 사업 확대에 공들이고 있다.

 

이동통신사는 인공지능(AI)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키우고 있다. 사진은 SK텔레콤의 AI 비서 에이닷(A.)을 사용하는 모습. 사진=SK텔레콤 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통 3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을 규제하고 나섰다. 지난 10일 열린 ‘알뜰폰 경쟁력 강화 간담회’에서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개별 알뜰폰 사업자가 개인정보 보호 등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규모가 커져야 한다”라며 “통신사 자회사의 점유율 문제도 통신 시장 경쟁 활성화와 건전한 생태계 조성 측면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통 3사 외에 플랫폼·유통사 등 비통신 사업자나 중소형 업체를 키운다는 취지다. 

 

국내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자 추이를 보면 알뜰폰을 찾는 이들은 늘었다. 7일 과기정통부가 공개한 2023년 1월 무선통신서비스 가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알뜰폰 가입자 수는 1306만 2190명으로, 처음으로 1300만 명대를 돌파했다. 같은 기간 SK텔레콤의 가입자는 3045만 4031명, KT는 1691만 2350명, LG유플러스는 1578만 6473명을 기록했다(IoT 회선 포함, 통신사 설비관리용 기타 회선 제외). 

 

점유율로 보면 지각 변동이 두드러진다. 알뜰폰 점유율은 2022년 10월 16.5%에서 11월 16.7%, 12월 16.9%로 증가하다가 올해 1월 17%대를 넘었다. 반면 이통 3사 중 SK텔레콤의 1월 점유율은 소수점 두 번째 자리 기준 39.95%로, 처음으로 40%대 밑으로 떨어졌다. 알뜰폰 가입자가 늘면 자회사를 가진 이통 3사도 수혜를 입는 구조였지만, 정부의 견제로 인해 앞날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단말기와 요금제가 다양해지면서 가입자는 늘지만 이동통신 시장의 성장세는 꺾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계청은 시내·이동전화 가입자 지표 해석에서 “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시장 포화로 인해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다”라며 “알뜰폰 사업자에 의한 저가형 통신서비스가 활성화함에 따라 이동전화 가입자 증가율 둔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망했다.

 

성장 둔화와 정부 규제 속에 이통 3사는 본업인 통신 대신 비통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통사의 주요 신사업은 △인공지능(AI) △도심항공교통(UAM) △콘텐츠·미디어 △메타버스·구독 등이다. SK텔레콤은 특히 AI 사업에 집중했는데, 2022년 5월 국내 최초로 GPT-3 한국어 특화 기술을 개발해 한국어 대화가 가능한 AI 비서 ‘에이닷(A.)’을 만들었다. 에이닷은 연내 정식 출시를 앞두고 현재 오픈 베타 서비스 중이다. SK텔레콤은 에이닷을 향후 미디어와 엔터프라이즈 사업에 적용해 수익성 개선에 나선다.

 

SK텔레콤은 최근 에이닷에 사용자와의 대화에서 중요한 정보를 기억하는 ‘장기기억’ 기술과, 이미지와 텍스트를 동시에 학습하는 ‘이미지 리트리벌’ 기술을 적용했다. 이에 따르면 사용자의 취향을 기억했다가 그에 맞는 상품을 이미지와 함께 제시해 실제 사람처럼 느껴지는 대화를 할 수 있다. 또 인기 캐릭터인 ‘펭수’ ‘잔망 루피’ ‘뽀로로’의 AI 목소리를 추가해 친근함을 강화했다. 

 

이통사 신사업의 또 다른 축은 UAM이다. SK텔레콤은 UAM 기체 기업 조비 에비에이션과 독점 계약을 맺고, 한화시스템·한국공항공사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2025년 UAM의 국내 최초 상용화가 목표다. SK텔레콤 외에 UAM 시장엔 KT(UAM 전용 5G 항공망 구축), LG유플러스(5G 기반 교통관리 서비스 구축)도 뛰어든 상태다.

 

KT도 AI를 주요 먹거리로 삼았다. KT는 디지코(DIGICO)라는 비전을 세우고 AI·빅데이터·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DX)을 추진한다. 비통신 사업의 매출 비중을 2025년까지 50%대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AI 관련 실적도 늘었다. KT의 디지코(비통신) B2B 사업 분야 중 AI 컨택 센터(AICC), 스마트 모빌리티, 로봇 등이 있는 AI·신사업 분야 매출은 2021년 3471억 원에서 2022년 4229억 원으로 21.9% 증가했다. 

 

미디어·콘텐츠 분야에서도 수익을 내고 있다. IPTV, OTT 등과 콘텐츠 마켓 등 디지코 B2C에서 2조 원이 넘는 매출을 거뒀다. KT스튜디오지니 등 콘텐츠 자회사도 2022년 매출 1조 원을 훌쩍 넘겼다.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려는 LG유플러스는 ‘유플러스 3.0’ 전략 아래 비통신 사업 매출을 2027년까지 40%대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플러스 3.0의 핵심은 ‘플랫폼 구축’과 ‘콘텐츠 확보’다. △통신 △놀이 △성장케어 △웹3.0 등에서 4대 플랫폼을 만들고 이들이 자리 잡으면 광고, 커머스, B2B 등 다른 분야로 플랫폼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조직개편, 인재 영입 등으로 콘텐츠 강화에 힘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는 AI 분야에서는 신규 AI 브랜드 ‘익시(ixi)’를 론칭하고 향후 화학, 바이오, 금융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협업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스마트팩토리 등 B2B 신사업을 위해서는 오비고·호두랩스 등 관련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KT의 비통신 사업 중엔 임대 주택, 호텔 운영 등 부동산 사업도 있다. 사진은 KT가 소유한 서울 명동의 르메르디앙&목시 호텔. 사진=심지영 기자


이통사들이 비통신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제각각 실적을 내고 있지만, 수익성을 내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AI의 경우 초거대 AI 시장에 국내외 빅테크 기업이 몰려 안정적인 서비스 구축과 시장 선점이 중요한 상황으로, 비즈니스 모델 수립이 과제다. 2019년부터 한국어 AI 언어모델을 개발한 SK텔레콤도 에이닷의 수익 모델을 공개하지 않았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현재는 에이닷으로는 수익이 나지 않는다. 서비스 경험과 고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며 “수익 모델의 공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KT, LG유플러스 등이 서비스하는 AICC 또한 이통사뿐만 아니라 카카오·네이버 등이 나선 상황이다. KT가 신한은행과 손잡는 등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대규모 데이터를 가진 빅테크 플랫폼과의 경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늘 택시’ UAM 사업은 미래 먹거리가 되기까진 갈 길이 멀다. SK텔레콤의 UAM 로드맵을 보면 2023~2024년 정부 실증사업을 거쳐 2025년 최초 상용화를 목표로 하지만 제도 마련, 인프라 구축, 소음·안전 문제 해결, 비용 투입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규제가 강한 우리나라에선 해결해야 할 법적 체계가 한둘이 아니다. 예를 들어 운전면허는 어떻게 할 것인지, 수도권 제한 구역은 어떻게 풀 것인지, 사고 시 처벌과 책임은 어떻게 할지 등을 정할 게 많다”라며 “2025년쯤 상징적으로 동체를 띄울 수는 있겠지만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일상에 적용하는 수준이 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라고 짚었다.

 

미디어·콘텐츠의 경우 OTT 플랫폼 간의 경쟁도 치열한 가운데 통신사가 자체 콘텐츠를 수익원으로 삼으려면 특색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헌율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이통사가 콘텐츠를 주력 사업으로 하진 않을 것이다. 다만 일단 만들면 손해 보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반적인 콘텐츠로는 소비자를 끌어오기 어렵다. 기존 OTT 플랫폼과 직접적인 대결은 어려우니 자기 색깔이 있는 차별화한 콘텐츠를 만들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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