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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국내 게임산업, AI 활용 어디까지 왔나

차세대 작품에 AI 기술 접목 박차…개발 진입 장벽 낮추고 한층 높은 몰입감 기대

2023.05.25(Thu) 17:59:16

[비즈한국] 게임을 켜니 나를 기억하는 NPC(Non-player Character)가 반갑게 인사한다. 친근한 말투와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거는 그는 나의 게임 파트너이자 친구다. 내 플레이 성향을 아는 그는 오늘 어떤 맵을 갈지, 어떻게 공략할지 제안한다. 그의 제안을 따라 맵을 돌아다니다가 전투 캐릭터를 만났다. 이 캐릭터는 나의 플레이 패턴과 맵의 특성에 맞춰 움직여, 공격할 때마다 절묘하게 반격한다. 한 번에 이기긴 어렵지만 실제 사람처럼 말하고 움직이는 캐릭터의 반응이 흥미로워 오늘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게임에 빠져든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5월 24~26일 ‘AI 시대, 콘텐츠산업’을 주제로 서울시 중구 CKL 기업지원센터에서 ‘2023 콘텐츠산업포럼’을 열었다. 25일에는 ‘AI 기술의 집약체, 게임이 만들고 있는 길’을 주제로 게임 포럼이 열렸다. 사진=심지영 기자

 

생성형 AI를 적용한 게임을 하는 상황을 묘사한 이야기다.​ 이처럼 게임사가 새로운 먹거리를 위해 AI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현재 상용화는 어디까지 진행됐을까. AI와 게임의 만남이 가져올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AI 시대, 콘텐츠산업’을 주제로 서울시 중구 CKL 기업지원센터에서 개최한 ‘2023 콘텐츠산업포럼’에서다. 24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포럼은 △정책 △게임 △이야기 △음악 △방송 등 5개 업계에서 실제로 활용하는 AI 기술 현황과 사례를 소개하고, 앞으로의 쟁점에 관해 살펴보는 자리다.

 

#유저 달래주고 같이 게임하는 NPC 등장

 

생성형 AI란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능동적으로 결과를 만드는 인공지능 기술을 뜻한다. 영상, 의료, 뷰티 등 AI를 활용하는 산업은 다양하지만 게임은 특히 엄청난 시너지를 내는 분야다. 스스로 학습한 결과물을 제시할 수 있는 AI를 게임에 적용하면 이용자의 특성에 따라 맞춤형으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또 실감 나는 그래픽과 생생한 캐릭터의 반응으로 몰입감과 재미를 높일 수 있다. 

 

국내 게임업계에서도 AI 기술 개발에 공들이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가 엔씨소프트와 넥슨이다. 엔씨소프트는 2011년 업계 최초로 AI 연구조직을 만들어 디지털 휴먼, 생성형 AI 등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AI 분야별 연구부서만 10여 개에 달한다. 지난 3월에는 미국에서 열린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 ‘GDC 2023’에서 김택진 대표를 똑같이 구현한 디지털 휴먼 ‘TJ Kim’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엔씨소프트는 자체 AI 기술로 만든 디지털 휴먼으로 게임 유저와의 상호 작용(인터랙션)에 집중하고 있다. 사람처럼 듣고, 말하고, 움직이는 AI 캐릭터로 단체 플레이가 중요한 MMO 게임에서 몰입감과 실재감을 높이는 것. 현재 리니지W에 AI 번역 엔진을 넣는 등 인게임에 활용하거나 게임 서비스에 특화한 거대 언어 모델, 이미지 생성 AI 등을 개발하고 있다. 

 

넥슨은 2017년 4월 ‘인텔리전스랩스’라는 연구 조직을 설립해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게임의 규칙, 시나리오, 그래픽 등 게임을 구성하는 요소뿐만 아니라 개인화 메시지, 광고 등 유저 경험을 개선하는 연구에 AI를 활용한다. 

 

넥슨의 인텔리전스랩스는 생성형 AI를 이용해 사실적인 음성 구현에 힘쓰고 있다. 성우의 녹음 없이 NPC에 목소리를 입히고, 이용자 컨트롤에 따라 실시간 해설을 하는 식이다. AI 페르소나를 만들어 대본을 벗어나 게임 속 세계관을 반영한 커뮤니케이션 기능도 개발 중이다. 

  

#게임 개발 공정 효율화 가능…윤리 문제는 고민

 

이날 포럼에선 ‘AI 기술의 집약체, 게임이 만들고 있는 길’을 주제로 현업에 있는 실무진이 게임 산업에 적용한 AI 기술을 소개했다. 먼저 게임사 크래프톤의 손윤선 Virtual Friend팀 팀장이 ‘비욘드 게임’을 주제로 무대에 섰다. 

 

손윤선 팀장은 “현재 크래프톤이 AI 기술을 활용하는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협업 효율성을 향상하는 툴을 제공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올바른 AI 기술을 사용하도록 AI 윤리와 데이터 사용 가이드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 팀장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AI 기술을 활용한 음성 콘텐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감정을 연기하는 TTS(Text to Speech, 음성변환)를 만들기 위해서다. 일반적인 TTS가 기계적으로 텍스트를 읽는다면, 크래프톤이 연구하는 TTS는 성우가 연기하는 것처럼 상황에 맞게 감정을 표현한다. 

 

게임사들은 이미 개발 과정에서 AI를 적극 이용하고, AI를 적용한 게임도 만든 상태다. 왼쪽은 크래프톤이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AI를 활용하는 모습, 오른쪽은 박성필 픽셀플레이 개발부장이 만든 AI 게임. 사진=심지영 기자

 

게임사들은 AI 상용화 후 발생할 윤리적인 문제에도 대비하는 상태다. 크래프톤은 지난 4월 AI 윤리위원회를 만들었다. 딥러닝 본부에서는 AI 윤리 문제를 연구하고 지속적으로 토의한다. 크래프톤이 개발 중인 ‘버추얼 프렌드’, 즉 AI 게임 친구를 만들 때 반드시 거치는 절차다.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하는 AI에 유저가 과몰입하는 경우를 대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다.

 

손 팀장은 “앞으로 AI 기술이 게임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며 “새로운 게임성을 발견하고 제작 공정을 개선할 것이다. 캐릭터와 대화하고, 함께 전략을 짜서 플레이하고, 장기적으로는 캐릭터가 나를 기억하면서 친구가 되는 식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AI와 상호작용하는 게임은 어느 정도 개발된 상태다. 크래프톤이 만든 데모게임 ‘파인딩 미유(Finding Meow)’에서 유저와 상호작용하는 AI 캐릭터를 볼 수 있었다. NPC이자 게임 파트너인 미유는 유저와 음성으로 대화를 나누며, 유저가 ‘무섭다’라거나 ‘힘들다’고 얘기하면 달래주고 응원해 준다. 다음 플레이를 어떻게 할지 조언도 한다.

 

게임 개발 과정에서도 ​AI 기술이 적극 활용됐다. 두 번째 연사로 나선 게임 개발사 픽셀플레이의 박성필 개발부장은 ‘강화학습의 콘텐츠화’를 주제로 개발 측면에서 AI 기술의 적용 사례와 전망을 전했다. 강화학습이란 머신러닝의 일종으로 AI의 행동에 보상과 처벌을 제시해 보상을 가장 많이 받는 방법을 스스로 학습하게 유도하는 방식이다. 박성필 부장은 이를 반려견 훈련에 비유했다.

 

박 부장은 “하나하나 행동을 입력하는 절차적인 AI 학습은 비효율적이고 오래 걸리는데, 강화학습을 하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복잡한 상황을 제시해도 강화학습을 시킬 때는 개발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직접 코드를 입력하지 않고 틈틈이 학습을 시켜둘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며 “강화학습으로 게임 캐릭터를 만들어 보니 유저 패턴이나 맵의 지형지물이 바뀌어도 맞춰서 움직이더라. 개발자가 보상 설정에 가장 공을 들이면, 그 후의 학습은 AI가 알아서 한다”라고 말했다.

 

게임 산업에서 AI를 적용한 미래는 어떨까. 박 부장은 “대규모 MMORPG 개발 과정에서 AI는 이미 많이 쓰인다. 밸런스 테스트를 위해서다. 숙달된 베타테스터를 모아 게임 밸런스를 조정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강화학습한 AI를 쓰면 쉽게 할 수 있다”라며 “AI와 인력 대체 문제는 뗄 수 없는데, 수익을 내는 직을 대체할 수 있을지는 고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두 연사의 발제 후 ‘AI가 게임 산업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이 이어졌다. AI 기술을 본격적으로 활용한 시대가 열리면 중소게임사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초점이 모였다. 김지인 그램퍼스 대표는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은 신기술을 활용해 효율적으로 개발하고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시기가 왔다. 예산과 인력이 적은 곳은 더욱 몰입할 것”이라며 “이미지, 사운드, QA(품질보증)·QC(품질관리) 부분까지 AI로 만들면서 비즈니스 모델을 찾을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임상훈 디스이즈게임닷컴 대표는 AI 시대에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임 대표는 “글로벌 게임시장이 투입하는 비용 대비 수익이 늘어나는 상황은 아니다. AI 기술 투자가 중요해지는 시대에 대기업은 잘 나가겠지만 중소기업은 버티기 어려울 수 있다. 향후 마이크로소프트처럼 AI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한 기업이 유료 AI 솔루션을 제공하고, 중소기업은 이를 쓰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AI를 최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유저를 직접 만나거나 네트워킹하는 등 AI가 못하는 부분을 공략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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