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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 리포트] W코리아 '호화 파티' 논란이 남긴 것

유명인 비판으로 끝나선 안 돼, 기부에 대한 재성찰과 매니지먼트 필요

2025.10.22(Wed) 11:37:19

[비즈한국] 매년 10월 19일은 ‘세계 유방암의 날’인데 패션매거진 W코리아가 이를 앞두고 연 ‘러브 유어 더블유(Love Your W)’ 행사가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 행사라고 하지만, 그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참여자들이 유방암 인식의 국제적 상징인 핑크 리본을 달지 않고 술을 마시는 모습이 공개되었다. 사회적 연대와 희망의 메시지를 상징하는 핑크 컬러가 끼어들 여지가 없었던 듯싶었다. 

 

W코리아의 행사 당시 사진. 사진=W코리아 SNS 캡처

 

행사에 참여한 유명인이 많았다. 배우 이영애, 하정우, 이민호, 고현정, 임지연, 박은빈, 정려원, 이채민, 정해인, 변우석 등을 비롯해 아이돌 그룹으로는 아이브(장원영·안유진·레이), 에스파(카리나·윈터), 방탄소년단(RM·뷔·제이홉), 올데이 프로젝트, 아일릿, 키키 등이 있었다고 한다. 참석자들은 여론의 도마에 오르내렸다. 특히 몇몇을 향해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더욱 컸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조세호는 다음 출연자가 유방암 투병 중인 박미선이라는 이유로 비난을 더 들어야 했다. 무엇보다 “니 가슴에 달려있는 자매 쌍둥이”라는 가사가 담긴 박재범의 ‘몸매’라는 곡이 행사에서 불려 더욱 분노를 일으켰다. 

 

패션매거진 W코리아 측은 “Love Your W는 2006년 시작된 캠페인으로, 20년 동안 유방암 조기 검진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노력해왔다”고 밝혔는데 그간 어떻게 행사가 치러졌나 싶다. 행사 취지는 참가비 전액을 저소득층 유방암 환자의 수술 및 치료비 지원에 기부하는 것인데 기부액도 문제가 되었다. W코리아는 20년간 한국유방건강재단에 11억 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는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W코리아가 2007년부터 올해 11월까지 한국유방건강재단에 기부한 액수는 총 3억 1569만 원이었다. 7억 원이나 차이 나니 의혹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이에 W코리아는 “기업·개인 기부금액과 3년간 인구보건복지협회 서울지회에 기부한 금액을 합산하면 총 기부액은 9.6억 원이며 올해 1.5억 원을 더하면 11억 원이 맞다”고 항변했다. 

 

대중적 비난은 유명인에게 쏠리는 상황이다. 패션잡지 행사에 셀럽들이 참여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을지 모른다. 더구나 소속사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 수 있기에 연예인 개인의 의향은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다. 격식 있는 행사가 아니라 일종의 저녁식사를 겸한 만찬 형식이었고, 참가비를 기부금으로 내는 형식을 취했다. 스스로 돈을 내고 식사와 와인을 들면서 사회적으로 좋은 일에 함께한다는 만족감을 가질 수 있다. 중요한 건 그들이 그렇게 모여서 식사를 하고 술을 즐긴 것을 일반인이 알아야 하는가다.

 

사실 공개되지 않았어야 했다. SNS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즉 사회적인 것이라는 정체성을 잊은 것이었다. 특히 주최 측에서 이런 사진을 자랑스럽게 올린 것은 문제의식이 없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최소한 술은 없어야 한다. 지나치게 즐기는 표정이나 행위도 자제해야 했다. 박재범의 노래도 주최 측에서 걸러내야 한다. 주최 측인 패션잡지사는 당연하고 연예인들의 소속사에서도 통제하고 관리했어야 한다.

 

물론 주최 측의 책임이 가장 크다. 핑크리본 착용 유무와 복장 등 이런 인권 감수성으로 20년째 행사를 치렀다는 점도 놀랍다. 그간 이에 대한 문제 제기도 제대로 없었던 것이다. 설령 있어도 크게 개의치 않은 것이 문제를 키웠을 것이다. 아마도 그 영향력이 대단했다면 이해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유방암으로 고통받는 당사자들이 참여했다면 이런 콘셉트와 콘텐츠가 나올 수 있었을까. 당사자들을 배제하는 만찬 자리는 언제라도 좋은 평가를 들을 수 없다. 

 

W코리아가 당시 SNS에 게시한 유명인들의 사진과 영상. 사진=W코리아 SNS 캡처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셀럽들도 많다. 그들의 진의가 왜곡되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하지만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라는 말이 K 스타일 업계에 필요하다. 어차피 선행은 알리지 않아도 알려질 수밖에 없는 스마트모바일 시대다. 20세기식 홍보방식은 외려 역풍이 불 수 있다. 

 

이제는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해 보인다. 먼저 사회 기부 행사에는 필히 당사자가 참여해야 한다. 환자들을 위한 것이면 그들이 참여하고 자문도 받아야 한다. 환자와 관련된 기부 행사에 파티 콘셉트는 곤란하다. 만찬일 경우 술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아무리 뜻이 좋아도 그 정신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을 때는 연예인 누구든 지적할 수 있어야 하고 주최 측은 이를 반영해야 한다. 소속사도 이를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연예인의 의사에 반하는 선택을 강요하는 것은 계약 위반이자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이다. 행사 사진이나 영상을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업로드할 경우에는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 불우한 처지의 사람들을 매개수단으로 삼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이런 사항을 자율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들이 이끌어야 한다. 그것이 글로벌 한류 시대에 모두가 공존 공생할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의 토대일 것이다.

 

필자 김헌식은 20대부터 문화 속에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드는 길이 있다는 기대감으로 특히 대중 문화 현상의 숲을 거닐거나 헤쳐왔다.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터가 활약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같은 믿음으로 한길을 가고 있다.​​​​​​​​​​​​​​​​​​​​ ​​​​​​​​​​​​​​​​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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