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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북한산 '라돈' 기준치 544배 검출 후 5년째 '나 몰라라'

국립공원공단·환경부·서울시·경기도, 죄다 책임 회피…전문가 "약수터만이라도 관리해야"

2024.03.05(Tue) 14:39:31

[비즈한국] 지난 2019년 북한산국립공원 등산로 토양의 라돈 농도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보다 최대 544배 높게 나와 논란이 일었다. 당시 국립공원공단은 조사를 확대하고 라돈 정보를 게시해 탐방객들이 인지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비즈한국 취재 결과, 발표와 달리 국립공원공단은 2019년 이후 단 한 번도 라돈 농도를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9년 북한산 토양에서 라돈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되자 국립공원공단은 조사를 확대하고 라돈 정보를 게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후 단 한 번도 라돈 농도를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전다현 기자

 

#2019년 라돈 기준치 ‘544배 초과’…그 뒤 한 번도 검사 안 해

 

2019년 4~8월 국립공원공단은 북한산국립공원의 주요 탐방로 40개소의 라돈을 측정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화강암으로 이뤄진 국립공원의 라돈 농도 측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와서다.

 

당시 측정 결과에 따르면 북한산 주요 탐방로의 라돈 농도는 1만 3505.75베크렐((Bq/㎥)로 WHO 실내 공기질 권고 기준인 100베크렐, 국내 권고기준 148베크렐을 월등히 초과했다. 특히 구기분소(2만 9340베크렐), 평창지킴터 인근(2만 1390베크렐), 사모바위 하단(4만 5500베크렐), 아카데미지킴터 상단(5만 4440베트렐), 냉골공원지킴터 상단(4만 7080베트렐) 등은 탐방로 중에서도 유독 농도가 ​높았​다. 다만 대기질 평균 라돈 농도는 21.84베크렐로 기준치 이하였다. 

 

이에 대해 토양의 라돈 농도가 기준치보다 높게 나왔지만 ‘실외’인 데다 탐방객이 머무는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희박할 것이라는 반박도 나왔다. 다만 라돈 측정 정보를 일반 시민들에 ‘공개’하고, 정기적인 검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에는 국립공원공단도 수긍했다. 당시 권경업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은 “향후 국립공원, 야영장, 동굴관광지 등으로 조사를 확대하고, 라돈 정보를 국립공원 입구 전광판에 게시해 탐방객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비즈한국 취재 결과, 국립공원공단은 이후 한 번도 북한산의 라돈 농도를 측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탐방객에게 제공하는 정보도 없다. 북한산국립공원 관계자는 “라돈 농도가 토양에서는 높게 측정됐지만 대기에서는 기준치보다 낮게 측정돼, 탐방객에게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판단해 재측정을 하지 않았다. 이후 다른 곳도 측정한 적이 없고, 라돈과 관련해 별도 관리하는 것도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 “토양 농도 높으면 약수터 별도 관리해야”

 

북한산국립공원에 따르면 공원 탐방객은 매년 300만 명 이상​에 달한다. 연도별로 자세히 보면 2019년 314만 1403명, 2020년 390만 688명, 2021년 402만 6604명, 2022년 334만 6679명, 2023년 336만 9200명이었다. 전문가들은 수많은 시민이 북한산을 찾는 만큼 등산로에 있는 ‘약수터’ 등은 라돈 농도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는 “대기질이 괜찮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특히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관리하는지가 핵심이다. 탐방객이 등산로에 잠깐 머무는 경우도 있겠지만,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머무는 시간을 따져봐야 한다. (공단이) 공개한다고 했으면 정기적으로 측정해 시민의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경숙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활동가는 “화강암이 많은 지대면 자연 암반 속에서 라돈이 방출될 수도 있다. 여기서 계속 생활하는 게 아니라면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여기서 나오는 약수 등은 관리해야 한다. 암석에서 나오는 라돈이 공기 중에선 문제 되지 않아도 지하수에서는 높게 나올 수도 있다. 이 지하수를 마시면 피폭 양도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산 등산로에 있는 약수터. 수질 검사는 이루어지지만 방사능 등 라돈 측정은 하지 않는다. 사진=전다현 기자

 

그러나 원자력안전위원회도 환경부도 북한산의 ‘라돈’을 모니터링하지 않는다. ‘약수터’ 역시 별도로 라돈 검사를 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북한산에서 측정된 라돈은 생활방사선이 아닌 자연방사선이기 때문에 원안위에서 관리하지는 않는다. 약수터 등 지하수와 관련한 사안은 환경부 소관”이라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북한산 약수터는 라돈 조사 사례가 없다. 약수터의 경우 필수 검사 항목이 아니기 때문에 먹는물센터에서 관리하지 않는다. 다만 관할 지자체인 서울시에서 검사하고 있을 수는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도 약수터 수질과 라돈 농도는 관리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동안 서울시나 소속 자치구가 별도로 의뢰해 북한산 약수터의 라돈 농도를 검사한 적은 없다. 수질 검사 항목에 라돈을 추가하자는 이야기는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관련 법이 개정되지 않았다. 북한산 관리 책임도 서울시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산은 고양시 등 경기도에도 걸쳐 있는데, 경기도 역시 약수터 라돈 농도를 검사한 적이 없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라돈은 식수 관리 항목에 포함되지 않는다. 경기도 먹는물공동시설에서 라돈을 검사한 적은 없다. 2019년부터 현재까지 지자체 의뢰가 들어온 바도 없다”고 밝혔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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