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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아이돌 노동조합' 설립 추진, 관건은 '근로자성'

노동청에 '근로자성' 입증 서류 추가 제출…'틴탑' 출신 방민수 준비위원장 "실제 계약서 제출하니 긍정적 답변"

2025.11.07(Fri) 16:54:12

[비즈한국] 아이돌도 노동조합이 생길 수 있을까. 국내 최초로 ‘아이돌 노조’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아이돌 그룹 틴탑 출신 방민수(활동명 캡)를 중심으로 아이돌 노동조합 준비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이들은 연내 출범을 목표로 지난 9월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노동조합 설립 신고서를 제출했다. 

틴탑 전 멤버 방민수를 중심으로 아이돌 노동조합 준비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연내 노동조합 출범이 목표다. 지난해 9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에 간 아이돌, K-POP의 성공 뒤에 가려진 아동 청소년의 노동과 안전’ 토론회에서 발언 중인 방민수 위원장. 사진=박은숙 기자


현재 아이돌 노동조합 준비위원회(아이돌 준비위)는 방민수 위원장과 현직 아이돌 10여 명, 서민선 더불어민주당 청년정책연구소 연구위원 등이 소속돼 있다. 이들은 지난 9월 노동청에 노동조합 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근로자성’이란 벽에 부딪혔다. 노동청은 아이돌의 근로자성을 입증할 추가 서류를 요구했다. 

노동청이 입증을 요구한 항목은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는지 소득 의존 여부 △노무제공자가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는지 여부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 간 법률관계의 지속성·전속성 여부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지휘·감독 관계의 존재 여부 △ 임금·급료 등 수입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 등이다.

이에 아이돌 준비위는 실제 아이돌의 계약서 내용과 사례를 바탕으로 △기획사 동의 없이 겸업 불가능 △주거지와 연락처 변경 시 즉시 기획사에 통보 및 항시 연락 가능해야 함 △기획사와 합의한 숙소에서만 머물러야 함 △기획사가 제공하는 교육에 임해야 함 등을 근거로 노동청 요구 항목을 소명했다. 

그간 문화체육관광부는 아이돌을 노동자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고용노동부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뉴진스 멤버 하니가 하이브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민원이 제기됐을 때도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려워 행정종결했다”고 밝혔다. 기획사와 아이돌이 체결하는 계약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방민수 위원장은 아이돌의 근로자성 인정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방 위원장은 비즈한국에 “그간 아무도 아이돌 노동조합 설립을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설립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노동청에서도 수리가 불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실제 아이돌의 계약서를 제출하니 연내 수리가 가능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답을 들었다. 기획사에서 비밀유지 조항으로 계약서의 유출 자체를 금지해 이런 시도를 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아이돌 준비위의 첫 활동은 하이브에 대한 으뜸기업 선정 취소와 아이돌의 보호를 요구하는 진정서 제출이었다. 11월 6일 오전 아이돌 준비위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하이브의 음원 사재기 의혹과 표절 논란, 직장 내 괴롭힘 의혹, 산재 의혹 등을 조사해달라고 진정서를 제출했다. 아이돌 준비위는 실적 등이 거짓이거나 사회적 물의 등으로 ​으뜸기업 ​선정 유지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면 고용노동부가 선정을 취소할 수 있다며 하이브에 대한 으뜸기업 취소도 요구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에 △소속 아이돌의 자살 사고가 일어난 기획사들에 대한 조사 △정신건강 관리 및 위기대응 매뉴얼 존재 여부 점검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의 근로자성 해석 재검토 등 관련 제도 개선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방민수 위원장은 “아이돌 노조의 첫 번째 목표이자 유일한 목표는 노동자임을 인정받아 ‘최저생활’을 보장받는 것이다. 앞으로 아이돌 노동조합이 나갈 방향성도 바로 여기에 있다. 아이돌의 근로자성을 인정받아 최소한의 생계유지비를 받고, 사대보험 가입, 산업재해 인정 등 기본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방 위원장은 “일각에서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비판하는데, 실상은 다르다. 아이돌 노동조합 설립을 준비하면서 여러 정당과 다른 노동조합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한 곳을 제외하고 모두 거절했다. 관심이 없거나 아이돌을 노동자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청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으로부터 실무적인 도움을 받아 설립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아이돌 노동조합의 필요성은 충분하다”며 “​근로자성을 인정받아 실제로 설립 신고서가 수리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첫발을 뗐다는 부분에 의미가 크다. 관련해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지고 환기가 되어야만 법과 판례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의미를 짚었다. 또 “​대중적인 인식 변화도 중요하다”​면서 “​사람들은 대형 기획사의 성공한 아이돌만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99.9%의 아이돌이 열악한 환경에 놓였다. 아이돌의 권익 보호를 위해, 비단 아이돌뿐 아니라 음악 종사자를 포괄해 보호할 수 있는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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