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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MWC 2024에서 스타트업의 미래를 만났다

'4YFN'에 900여 스타트업 나와 미래 기술 경쟁…스페인 양자기술 스타트업 '킬리만자로 퀀텀테크' 우승

2024.03.05(Tue) 16:34:01

[비즈한국] 미국에서 수많은 사람이 금광을 캐기 위해 서부로 가던 시절이 있었다. 이 골드러시 시대에 실제 돈을 번 사람은 금을 채굴한 사람이 아니라 그들에게 작업복(청바지)과 곡괭이를 팔던 사람들이었다. 소설가 마크 트웨인이 “모두가 금을 찾아다닐 때가 곡괭이와 삽 장사의 최적기(When everyone is looking for gold, it’s a good time to be in the pick and shovel business)”라는 말을 남겼을 정도다. AI 열풍이 불면서 성능 좋은 AI 소프트웨어를 구동하는 데 필요한 그래픽카드와 반도체 제조사가 그야말로 ‘떡상’ 하는 상황은 ‘곡괭이 장사 모델’이 여전히 잘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오면서 세계 박람회 비즈니스 또한 호황을 맞았다. 사람들은 그간의 한을 풀기라도 하듯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 활발한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CES에 뒤이어 세계적으로 가장 큰 박람회 중 하나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가 지난 2월 26일부터 29일까지 바르셀로나에서 열렸다. MWC는 통신, 전자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박람회로 올해는 세계 각국에서 10만 명이 모여 그 위엄을 과시했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4. MWC는 통신, 전자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박람회로 올해는 세계 각국에서 10만 명이 모였다. 사진=MWC


모바일 통신 분야에서도 ‘AI’는 가장 핫한 키워드였다. 글로벌 대기업들의 부스는 경쟁적으로 AI 관련 솔루션을 선보였다. 그러나 사람들의 시선은 ‘곡괭이 장사’를 향했다. 과연 이 전쟁터에서 누가 돈을 벌 것인가. 보기 좋게 완성된 쇼룸과 키워드에 눈 돌리기보다 이 열풍의 동력을 찾는 데 다들 집중했다. 이번 MWC는 소규모 분야별 전문가 세션과 초대 받은 사람만 입장할 수 있는 프라이빗 쇼룸(private show room)이 다른 어느 전시회보다도 많았다. 특히 앞으로 4년 후를 이끌 혁신 기술이 모인 4YFN은 MWC의 가장 중요한 장소 중 하나였다. 

 

#4년 후 미래 기술 보여주는 4YFN

 

4YFN은 MWC의 스타트업 행사다. 10년 전 부대행사로 시작했지만, 올해는 메인 행사 못지않은 관심을 받았다. 4YFN은 ‘4Years From Now’의 약자로 앞으로 4년 후를 예견한 기술의 미래를 펼치는 장이 된다.

 

MWC의 스타트업 행사 4YFN. ‘4Years From Now’의 약자로 앞으로 4년 후를 예견한 기술의 미래를 펼치는 장이 된다. 올해로 10년이 됐다. 사진=MWC

 

작은 규모로 시작한 4YFN은 빠르게 성장했다. 매년 기업가, 투자자, 기술 전문가가 참여하면서 스타트업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특히 박람회가 끝난 이후에도 온라인 커뮤니티 플랫폼의 역할을 하면서 투자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스타트업이 지속해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올해 4YFN은 디지털헬스, 그린테크, 핀테크, 소셜임팩트 분야로 초점을 맞추었다. 구역도 대학 스핀오프 스타트업 구역, 투자자 구역, 창업자 구역 세 가지로 나누어 주제에 맞춰 네트워킹 하는 공간을 제공했다. 

 

특히 바르셀로나시 산하 경제 진흥 기관인 바르셀로나 액티바(Barcelona Activa)의 활동이 눈에 띄었다. 바르셀로나 액티바는 작년의 2배가량 되는 약 200제곱미터의 공간에 바르셀로나 스타트업 32곳과 함께 부스에 나와 바르셀로나의 창업 생태계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소개했다.

 

바르셀로나의 창업 생태계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꾸린 바르셀로나 액티바 부스. 사진=4YFN


스타트업 히트맵 유럽(Startup Heatmap Europe)에 따르면 바르셀로나는 유럽에서 스타트업하기 가장 좋은 도시 3위에 올랐다. 현재 바르셀로나를 포함한 카탈루냐 지방에는 약 2100개의 스타트업이 있다. 특히 날씨가 좋고 물가가 저렴해 유럽 스타트업 종사자들은 바르셀로나와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서 일하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으로선 인재 채용하기에 최적의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최고 스타트업’ 4YFN어워드 우승자는? 

 

올해 4YFN에 참여한 스타트업은 총 900여 개에 달한다. 행사마다 400명 이상의 연사가 참여했고, 투자자도 1000명가량 참여해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투자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애썼다. 

 

4YFN어워드는 이렇게 많은 참가자 가운데 최고의 디지털 스타트업을 가리는 글로벌 스타트업 대회다. 올해는 한국 비트센싱(Bitsensing), 이스라엘 미카 AI 메디컬(Mica AI Medical), 스페인 킬리만자로 퀀텀테크(Qilimanjaro Quantum Tech), 스페인 오션 에코스트럭처스(Ocean Ecostructures), 네덜란드 휘스프(Whispp)가 최종 결선에 올라 각축전을 벌였다. 

 

4YFN어워드 결승에 진출한 5개 기업. 한국의 비트센싱, 스페인의 킬리만자로 퀀텀테크, 이스라엘의 미카 AI 메디컬, 스페인의 오션 에코스트럭처스, 네덜란드의 휘스프(왼쪽부터). 우승은 킬리만자로 퀀텀테크가 차지했다(아래). 사진=4YFN


비트센싱은 자율주행용 ‘4D 이미징 레이더 솔루션’을 개발하는 한국 스타트업이다. 차세대 교통 레이더 ‘TIMOS’, 수면케어 솔루션 ‘AI 웰니스 레이더’ 등을 개발했고, 올해 IPO를 앞두었다. 특히 레이더 기술을 플랫폼 형태로 제공하는 ‘RPaaS(Radar Platform as a Service)’를 통해 자율주행 센서를 개발하는데,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솔루션을 올해 출시할 예정이라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미카 AI 메디컬은 방사선 전문의가 유방조영술 분석을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수행하도록 돕는 AI 솔루션을 개발한다. 이스라엘 스타트업으로 작년 프랑스 비바테크에서도 여성 창업가 챌린지의 톱5로 선정됐다. 창업자 리오르 웨인(Lior Wayn)은 생명과학 분야의 연쇄 창업가로 창업 경험이 풍부하다. 

 

오션 에코스트럭처스는 해양 생태계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페인 스타트업이다. 바다에 천연 소재로 만든 소형 암초를 설치, 생태학적 다양성을 조성해 자연이 스스로 회복하도록 돕는 라이프 부스팅 유닛(Life Boosting Unit)이 주요 솔루션 중 하나다. 해안의 침식을 방지하고 보호하기 위해 설계된 구조물을 설치하고, 토착종의 재생을 돕는 앵커를 개발·설치하는 것도 이들의 중요한 서비스다. 주로 지자체나 항만 관리 기관 등이 고객이다. 공공의 성격을 많이 갖고 있어 카탈루냐 지방정부, EU 등의 대규모 자금 지원을 받아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휘스프는 지난 CES에서도 혁신상을 받은 네덜란드 스타트업이다. 휘스프는 전 세계 5억 명의 사람들이 음성 장애, 질병, 노화, 외상 등으로 인해 영구적으로 목소리를 잃은 것에 주목해 이들을 돕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AI 보조 음성 기술 및 통화 앱을 개발해 목소리를 잃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변환해 대화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내로라하는 스타트업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킬리만자로 퀀텀테크는 어떤 기업일까. 킬리만자로 퀀텀테크는 초전도 큐비트를 기반으로 응집성 양자 어닐러를 만든다. 어닐링은 특정 유형의 양자 시뮬레이션에서 전통적인 방법보다 300만 배 이상 빨라서 최근 기업들이 매우 주목하는 기술 중 하나다. 킬리만자로 퀀텀테크는 이미 오픈소스 양자 컴퓨팅 툴킷 ‘퀴보(Qibo)’를 배포했다.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CERN), 바르셀로나슈퍼컴퓨팅센서(BSC), 아부다비기술혁신연구소(TII), 싱가포르퀀텀기술센터(CQT)가 벌써 퀴보를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잠재력이 높다. 

 

스페인 고에너지물리연구소(IFAE) 연구실에 설치된 킬리만자로 퀀텀테크의 양자 컴퓨팅 시스템. 사진=qilimanjaro.tech

 

킬리만자로 퀀텀테크는 바르셀로나슈퍼컴퓨팅센터(BSC), 고에너지물리연구소, 바르셀로나대학의 공동 연구로 시작한 스핀오프 스타트업이다. 2019년 설립됐으며, 기존 연구소 인프라를 활용해 초전도 큐비트 개발과 시뮬레이션을 진행할 수 있었기에 스타트업으로서 풀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스페인 스타트업인 킬리만자로 퀀텀테크는 홈그라운드라는 장점도 있었지만, 5개 스타트업 중 AI, 모바일 통신 분야에 가장 획기적인 혁신을 가져다줄 솔루션이라는 점에서 많은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들은 2만 유로(약 2800만 원)의 상금을 받고, 내년 열리는 MWC 2025 4YFN에 연사로 초청된다. 

 

4YFN의 중심에는 이 시대 가장 혁신적인 기술에 대한 헌신이 자리했다. 지난 10년간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스타트업 생태계를 연결해온 스타트업 사람들의 열정이 박람회 현장에서 고스란히 빛났다. 금을 캐러 가는 사람, 그들에게 곡괭이와 청바지를 파는 사람, 그 중 누구에게 투자할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 이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4년 후를 가늠해보는 중요한 플랫폼으로서 4YFN 현장은 그야말로 축제와 같았다.

 

스페인의 따뜻한 겨울 햇살 아래 전시장 입구 한편에서는 더플레이스 투 B(The Place to B)라는 공간이 마련되어 말 그대로 축제를 이어갔다. 음악페스티벌에 초청될 수준의 현지 아티스트 공연과 인기 DJ의 디제잉이 이어졌고, 마지막 날에는 1시부터 폐막을 축하하는 축하 행사가 열려 기술의 최전선에 있는 혁신가들을 응원했다.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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