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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핫하다는 독서모임 ‘​트레바리’ 4개월 체험기

4개월 회비 29만 원…지적·재정적 여유로움이 매력

2017.01.13(Fri) 19:03:13

소셜미디어는 날로 발전하고 있다. 싸이월드, 마이스페이스, 트위터를 넘어 페이스북으로 사람들을 온라인상에서 끈끈하게 연결시킨다. 스냅챗, 인스타그램 등의 사진 기반 소셜미디어도 인기다. 바야흐로 오프라인의 시대는 끝난 것처럼 보인다. 

 

트레바리 기본 구성. 사진=트레바리 홈페이지 캡처


뿐만 아니라 인간의 역할이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바둑에선 알파고가, 의학계에선 왓슨 등이 인간을 넘어섰거나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엄혹한 시기에 독서모임으로 스타트업을 창업해 무섭게 세를 불려나가는 기업이 있다. 기업이름은 남의 말에 반대하기를 좋아한다는 뜻의 순 우리말 트레바리다.

 

‘​각자 독서’​ 후 ‘​면 대 면 토론’​을 나누는 비즈니스 모델로 창업을 하다니 황당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래서 직접 4개월간 트레바리 ‘뉴미디어’ 클럽에 참여했다.(사비로 참여했다.) 트레바리에 참여하면서 가장 낡은 방식이 첨단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참여하려면 먼저 자신에게 맞는 클럽을 정해야 한다. 트레바리 클럽은 두 가지로 나뉜다. 클럽장이 있는 클럽, 없는 클럽. 있는 클럽은 29만 원, 없는 클럽은 19만 원이다. 저렴하다고는 할 수 없는 가격이다. 클럽장은 보통 해당 분야에서 일정 이상 권위가 있는 사람이 배치된다. ‘뉴미디어’ 클럽은 정혜승 카카오 정책실장이 클럽장이었다. 

 

처음 클럽을 고를 때는 클럽장이 있다면 어떤 사람인지, 해당 클럽에 대한 소개글이나 읽을 책 목록 등을 보고 정하면 된다.   

 

뉴미디어 클럽 선정 도서 중 하나 ‘​뉴스가 말하지 않는 것들’​. 사진=배현정 님 제공


트레바리 제1원칙은 독후감이다. 400자 이상 독후감을 모임 이틀 전 자정까지 올려야 한다. 1분이라도 늦거나 글자 수가 모자라면 독서 모임에 갈 수 없다. 현재는 변경됐지만 지난 시즌인 9~12월만 하더라도 각 클럽마다 페이스북 그룹이 있고 그곳에 글을 올려야 했다. 하지만 페이스북 그룹 가입이 안 돼 첫 번째 모임에는 참석할 수 없었다. 스타트업인만큼 어느 정도 알아서 챙겨야하는 면도 있다. 

 

두 번째 모임에 참석했다. 뉴미디어에 참석한 강 아무개 씨는 “지금 같은 시대에 독서모임을 돈 받고 한다는 게 신기해서 낚여봤다”고 말했다. 책을 읽고 미리 정해진 시간표대로 토론이 이뤄진다. 

 

문화일보 기자 출신이기도 한 클럽장 ‘​정혜승 님의 카리스마가 대단했다.(트레바리는 누군가를 부를 때 이름 뒤에 님을 붙인다.) 책을 읽고 각자 의견을 개진하다 누군가의 말이 많아지면 과감하게 잘라내고 말을 못한 사람이 있으면 그 분에게 발언권을 돌렸다. 진행이 물 흐르듯 했다. 각자 생각이 다른데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지 못한 의견을 듣는데서 발전이 생겨난다. 클럽장이 뉴미디어 분야 전문가다 보니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배울 점이 있었다. 최소한 돈이 아깝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레바리의 가장 큰 강점으로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꼽는 사람도 많았다. 트레바리에 등록한 서 아무개 씨는 “책보다는 완전히 새로운 분야 사람을 만난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트레바리가 인간관계 형성에 중요한 ‘허브(hub)’가 되고 있는 것이다. 

 

직접 만든 수제 맥주를 가져와 나눠 마시기도 했다. 사진=배현정 님 제공


트레바리가 이같이 인간관계 형성에 좋은 이유는 일단 공통의 관심사로 묶여져 있기 때문이다. 건축, 음악, 소설 심지어 술까지 클럽 주제에 맞는 사람들이 오면서도 전혀 다른 업계에 있는 사람끼리 섞이다 보니 더욱 친해질 수 있다. 

 

트레바리에서는 월 1회 정기 모임 외에 매달 ‘번개’로 독서 토론 이외의 친목 모임을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서로 다른 클럽에서 모이는 각종 행사도 있다. 네 번의 독서모임에 29만 원을 부담할 수 있는 사람만이 등록할 수 있는 점도 여유로운 혹은 자유로운 사람이란 필터로 작용해 끼리끼리 만날 수 있게 한다. 

 

4개월 간의 체험 동안 약 1년 만에 트레바리가 클럽 수를 4개에서 70개까지 늘린 강점이 무엇인지는 확실히 알게 됐다. 쓰고 보니 트레바리 광고처럼 돼버렸다. 

 

물론 트레바리의 약점도 있다. 70개에서 얼마나 더 늘어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확신이 서지 않았다. 윤수영 트레바리 대표 등 몇몇 ‘맨파워’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점, 스타트업인 만큼 시스템보다는 인간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점 등은 개선할만한 지점이다. 

 

김 아무개 씨의 지적도 귀 기울여 들어볼만 하다. 그는 “독후감을 쓰고 만난다지만 트레바리에서 깊이 있는 이야기는 잘 나오지 않았다. 뒤풀이에 더 관심이 많아 보였다. 책보다는 친목이 우선이었다.” 친목이 모든 커뮤니티의 최고 목적이지만, 또한 모든 커뮤니티를 망치는 이유도 친목이었다. 변질된 친목을 어떻게 다스릴지가 앞으로 트레바리의 과제가 아닐까. ​ 

김태현 기자 to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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