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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프리즘] 인도 ‘부패와의 전쟁’ 반작용 전자결제 급속 확산

노점상도 모바일 결제…알리바바 투자도 대박

2017.02.01(Wed) 14:28:33

전광석화처럼 화폐개혁이 단행된 지 2개월이 지났지만 그 여파가 사라지기는 커녕 밝은 전망을 가진 곳(bright spot)으로 여겨지던 인도 경제에 검은 소나기구름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500루피(약 8700원)와 1000루피(1만 7400원) 등 고액지폐 사용을 중지해 지하 자금을 양지로 끌어내고 검은 돈 및 부패를 척결하겠다는 의도로 단행됐으나, 그로 인한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실제로 인도의 11월 일용소비재 매출이 1~1.5% 축소됐으며, 12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2016년 들어 처음으로 기준선인 50 밑으로 떨어졌다. 10~12월 신고된 투자의향액수는 평균의 절반에 가까운 1.25조 루피로 두 동강 났으며, 인도의 12월 은행 대출 증가율은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5.1%를 기록하는 등 경기 침체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인도의 장밋빛 경제 전망을 칭송하던 금융 기관들은 화폐개혁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산업생산 둔화를 이유로 앞 다퉈 금년 인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7% 이하로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우는 자가 있으면 웃는 자도 있기 마련. 화폐 개혁으로 전자결제가 급증하면서 전자지불결체업체, 신용카드사, 카드단말기 제조사 등은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화폐개혁 이후 인도 내 전자결제 거래건수는 11월 6.7억 건에서 12월 9.6억 건으로 50% 이상 급증했고, 신용카드 및 현금카드 거래 역시 이용금액 기준 11월 3524억 루피에서 5222억 루피로 50% 가까이 확대됐다. 

거리에서 달걀과 야채를 파는 리어카 노점상까지도 모바일 결제를 받고 있다. 인도 최대 전자결제 업체인 페이티엠(PayTM)은 신규 가입자 수가 2000만 명 늘어나고 충전 금액이 1000% 이상 급증하는 등 화폐개혁의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는데, 페이티엠(PayTM)의 지주회사 원97커뮤니케이션즈(One97 Communications)의 최대 주주인 중국 알리바바 그룹(Alibaba Group)이 투자의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인도는 화폐개혁 이전 상거래의 98%가 현금으로 이뤄질 만큼 현금 사용이 절대적인 국가였다. 유통되는 화폐의 86%를 금지시키는 무모하다시피 한 조치가 실보다 득이 많을지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반면 디지털 결제 급증은 계층 간, 세대 간, 상하 간, 가족 간, 남녀 간의 역학관계를 조정할 것으로 기대된다. 생산성을 향상시키며,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등 인도 경제 및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인도 내 우버(Uber), 올라(Ola) 등 택시 호출 앱이 활성화되면서, 만년 뚜벅이인 저자 역시 삶의 질 수준이 크게 향상됨을 경험했다. 오토 릭샤 드라이버와 가격을 놓고 실랑이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삶의 반경도 넓어져 멀리 위치한 한국 슈퍼마켓도 자주 다닐 수 있게 됐다. 밤늦게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현금 없는 경제’의 긍정적 효과와 IT 기업 호황에 대한 기사들이 연이어 쏟아져 나오면서 화폐개혁 당시 부패 및 검은 돈 척결에 초점이 맞춰지던 정부의 개혁기조도 ‘현금 없는 경제(cashless economy)’ 구현을 강조하며 여론의 구미에 맞추기 시작했다. 12월 초에는 인구 1만 명 이하 마을 10만 곳에 카드결제 단말기를 보급, 주유비 카드 결제 시 0.75% 할인 등을 포함한 전자결제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심지어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정부 전자 지불 시스템을 사용하는 소비자 및 소매점을 추첨해 행운의 당첨금을 지급하는 ‘​전자결제 복권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이런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은 하루아침에 결정돼 추진된 것이 아니다. 모디 정부는 ICT를 활용하여 디지털 기반의 지식기반 경제·사회 구축을 이룩코자 2015년 7월 ‘디지털 인디아(Digital India)’ 정책을 발족하고 집권 2년차 주요 정책으로 추진해왔다. 또한, 전 국민 은행계좌 갖기 정책(Jan Dhan Yojana), 전자주민등록 정책(Aadhaar), 휴대전화(Mobile)를 일원화한 JAM 트리니티(Trinity) 정책을 강력 시행해 오고 있다. 이처럼 꾸준히 추진되어 오던 디지털화 정책에 화폐개혁이 불을 지핀 것이다.

박소연 국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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