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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규제 대상, 태광그룹 '일감 몰아주기' 어쨌기에

김치 와인 오너 일가 회사서 구매…태광 측 "복지차원, 이제는 없애"

2017.08.04(Fri) 15:13:45

​[비즈한국] 섬유, 석유화학, 금융, 미디어, 레저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진 태광그룹은 재계 40위권으로 29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그간 태광그룹은 오너 일가가 소유한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규제의 손길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태광그룹도 이러한 내부거래에 대해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됐다. 지난 7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기존의 자산 10조 원 이상에서 자산 5조 원 이상 기업으로 낮아졌다. 자산규모 7조 원인 태광그룹은 새로이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그간의 태광그룹 일감 몰아주기 실태를 따져봤다.

 

지난해 태광그룹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불거지며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이뤄졌지만 아직 아무런 제재나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흥국생명 전경. 사진=비즈한국DB


지난 7월 24일 ​금융감독원은 태광그룹 금융계열사인 흥국증권, 흥국자산운용에 기관주의 제재를 내렸다. 흥국증권과 흥국자산운용이 2010~2016년 계열사 티시스가 운영하는 골프장 회원권과 상품권 등을 구매하고 수십억 원을 지급한 데 대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흥국생명이 티시스에서 판매하는 김치를 비싼 가격에 구입해 금감원으로부터 경영유의 조치를 받은 바 있다. 티시스가 태광그룹 계열사에 판매해 온 김치는 10kg에 19만 5000원선으로 시중가격보다 두세 배 비싼 수준이다. 비상장 회사 티시스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지분 51.01%, 아들 이현준 씨가 44.62%, 아내 신유나 씨가 2.18%, 딸 이현나 씨가 2.18%를 보유하고 있는 오너 일가 회사다.​

   

또 태광그룹 계열사들은 오너 일가 회사인 메르벵으로부터 와인을 구입해왔다. 메르벵은 신유나 씨가 지분 51%, 이현나 씨가 49%를 보유한 회사다. 메르벵 매출을 따져보면 2015년 매출 23억 원 중 15억 원, 2014년 매출 15억 원 중 14억 원, 2013년 매출 21억 원 중 20억 원이 내부거래에서 발생했다. 

 

태광그룹 계열사 중 여러 곳은 경영부진을 이유로 임금을 동결하고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아 왔다. 그럼에도 오너 일가 소유 회사의 김치와 골프장 회원권 등을 비싸게 구매했다. 태광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태광산업만 해도 2012년 매출액이 3조 7151억 원에서 2016년 2조 6711억 원으로 28% 감소했지만, 티시스와의 내부거래는 2012년 1억 6000만 원에서 2015년 86억 원으로 증가했다.

 

전·현직 ​태광그룹 관계자들에 따르면 태광그룹은 계열사 직원들에게 60만 원선의 복지포인트를 지급했는데, 이 중 직원들이 36만 원 상당의 김치·와인·​커피 등을 선결제하게끔 하고 복지포인트에서 해당 금액을 차감했다. 불만이 터져나오자 태광그룹은 복지포인트 제도를 없애고 미사용 복지포인트를 소멸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복지포인트에 대한 세금은 직원들 개인소득에 부담시켰다”고 말했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임금동결 등을 고려해 위로 차원에서 복지포인트를 제공한 것이지 다른 의도는 없었다. 문제가 된 복지포인트는 현재 폐지됐다”며 “다른 기업도 복지포인트를 계열사 상품 구매에 활용하게끔 하고 있다​. 우리는 계열사가 적다 보니 복지포인트로 구매할 상품이 몇 가지 없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태광산업은 지역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와인 구매 등을 강제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2015년 태광산업은 울산공장의 하청업체 10개를 대상으로 ‘메르뱅의 와인판매 협조’ 이메일을 보냈다. 메일에는 담당자가 거래처에 사원선물용, 외부인사용, 자체행사용 등으로 와인 구매를 유도하도록 하는 지침과 업체당 월별 판매 목표량이 제시돼 있다. 또한 거래처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강매한다는 인상을 받지 않도록 담당자에게 당부하는 문구도 포함돼 있다. 

 

태광산업은 당시 협력업체에 와인 구매 협조 메일을 보낸 것은 직원 개인의 결정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회사 차원의 지시가 나간 것은 아니고 직원이 자발적으로 그런 결정을 했다”며 “담당 직원이 인사위원회에 회부되고 내부적으로 조사를 했다. 협력업체 와인 구매액이 200만 원 수준에 그쳐 일이 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태광그룹에 따르면 해당 직원은 적절한 징계처리를 받았고 현재는 승진한 상태다. 

 

​티시스는 계열사 지분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태광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 있다. ​티시스는 태광산업 11.22%, 대한화섬 8.8% 등 계열사 지분을 들고 있고, 다시 태광산업이 티브로드 지분 53.94%를, 대한화섬이 흥국생명보험 지분 10.94%를 가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추후 승계에 티시스가 활용될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티시스에 일감을 몰아주고 회사를 키워 나중에는 결국 승계에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공정위는 태광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문제에 관련 금융계열사를 한 달여 동안 조사하고, 태광산업을 2주 가까이 조사했다. 하지만 1년이 다되어가는 지금까지 이렇다 할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공정위 시장감시국 담당자는 “태광그룹 일감 몰아주기 조사는 현재 진행중이다”고 말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기업들은 일감 몰아주기를 큰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복리후생비를 오너 배불리기에 써도 공정위에 과징금만 내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형철 흥국생명해고자복직투쟁위원장은 “골프장 회원권, 상품권 강매 등 내부거래 문제가 심각하다. 사정당국 조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모르겠다”며 “몇몇 임원들의 도덕적 해이도 큰 리스크가 되고 있다. 경영상의 여전한 문제들을 모아 8월 중으로 공정위에 문제제기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태광그룹 측은 “문제가 됐던 김치사업은 현재 하고 있지 않고 복지포인트도 없앴다”며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내고 직원들의 복지도 증대하는 차원에서 진행한 것이다. 임직원 복리후생에 대해서는 다른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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