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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방] 요리만화 새 경향 '달걀프라이의 노른자 언제 깨?' '이세계 주점 노부' '행복한 밥'

'미스터 초밥왕' '신의 물방울' 등과 달리 익숙한 음식 어떻게 맛있게 먹을까에 관심

2017.08.25(Fri) 09:16:19

[비즈한국] 나는 요리만화를 좋아해서 꾸준히 챙겨보는 편이다. 최근 ‘달걀프라이의 노른자 언제 깨?’(달걀노른자)와 ‘이세계 주점 노부’ 그리고 ‘행복한 밥’을 연이어 읽게 되었는데, 여기에서 요리만화의 어떤 경향을 감지했다. 

 

이 작품들은 기존에 인기 있었던 요리만화 ‘미스터 초밥왕’이나 ‘중화일미(요리왕 비룡)’처럼 주인공이 노력해서 성장하는 서사도 아니고, ‘맛의 달인’ 같은 백과사전식 미식의 나열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신의 물방울’처럼 특정한 식품을 깊게 파고들지도 않았다. 이들은 모두 익숙한 음식을 다루는데, 이것이 요즈음 요리만화의 주요한 선택으로 보인다.​

 

‘달걀프라이의 노른자 언제 깨?’ ‘이세계 주점 노부’ ‘행복한 밥’은 ‘미스터 초밥왕’ ‘신의 물방울’ 등 과거의 만화와 다른 요즘 요리만화의 새로운 경향을 보여준다.


교사인 싱글파파가 딸과 제자와 함께 밥을 지어 먹는 ‘달콤달콤 & 짜릿짜릿’, 퇴근 시간을 기다려 간단한 안주와 혼술을 즐기는 ‘와카코와 술’, 택배로 일본 각지의 특산품을 맛보는 ‘주문배달의 왕자님’, 심야에만 영업하는 작은 식당을 배경으로 소소한 음식과 사연들을 모은 ‘심야식당’까지. 최근 인기 있었던 요리만화의 상당수가 이렇게 일상적인 음식을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였다. 내가 읽은 세 작품도 이런 흐름에 들어맞는 요리만화였는데, 이들이 익숙한 음식을 다루는 서로 다른 전략이 무척 흥미로웠다.

 

‘달걀노른자’는 익숙한 음식을 의심의 눈초리로 대한다. 주인공은 애인과의 식탁에서 달걀프라이를 먹는 방법으로 화를 낸다. 그는 사람들이 노른자를 터트려 먹지 않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이 사소한 싸움을 계기로 매번 자신이 음식 먹는 방법을 의심하게 된다. 나는 이 만화를 보면서 부먹찍먹 논쟁이 떠올랐다. 탕수육을 먹을 때마다 벌어지는 이런 논쟁은 우리도 많이 겪는 일인데, 당연히 하나의 정답이 있을 리 없다. 똑같은 음식을 모두가 다르게 먹는다는 것은 우리가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세상을 사는지에 대한 단서이고, 그 다양함이 재미가 아닐까 싶다.

 

원작이 인터넷소설인 ‘이세계 주점 노부’는 익숙한 음식에 낯선 환경을 뒤섞는다. 작가는 일본 거리에 흔히 있을 법한 주점을 중세풍 가상의 도시 아이테리아에 배치했고, 그곳의 병사나 세금징수원, 종교인에게 치킨가라아게(닭튀김의 일종)와 야키소바(볶은 국수요리)를 선보이며 호응을 얻는다. 이 만화를 보면서 나는 유튜브의 인기 영상 중 외국인에게 한국의 음식을 맛보게 하는 콘텐츠를 떠올랐다. 그 영상을 보며 내가 평소에 먹는 음식이 이렇게 맛있는 것이라는 간사한 우월감을 느꼈는데, ‘이세계 주점 노부’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행복한 밥’은 익숙한 음식에 추억을 담는다. 이 만화에서 음식은 단순히 맛있는 무엇이 아니라 특별한 순간을 기억하게 하는 매개체이다. 홀로 도시에 올라온 직장인에게 고향의 감자는 가족이나 다름없고, 모든 빚을 갚은 날 사 먹은 튀김우동은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만찬이었을 것이다. 누구나 음식에 관련된 추억은 있다. 내 경우에도 특정한 장소를 지나면 그곳에서 먹었던 음식과 함께했던 이들이 떠오르곤 한다. 한 마디의 대사나 짧은 효과음도 없이 이미지만으로 표현한 이 만화는, 그래서 마치 오래된 사진첩 같은 기능을 한다. 초점이 맞지 않은 소중한 사진도 있는 법이다.

 

‘달걀노른자’, ‘이세계 주점 노부’, ‘행복한 밥’을 보며 요리만화의 패러다임이 변한 것을 확인했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노력의 대가가 반드시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땀이 최고의 가치라는 것도 부정한다. 누구나 김연아가 될 수는 없다. 그래서일까. 요리만화에서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은 아들이 각고의 노력과 수많은 경험 끝에 최고의 요리사가 된다는 서사보다는 익숙한 음식을 어떻게 맛있게 먹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늘어나고 있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 필자는 만화책을 쌓아두고 맥주를 마시는 작은 망가BAR를 고군분투하며 운영 중이다.  

황순욱​ 신촌 피망과토마토 망가BAR 대표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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