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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권익위, 2년 전 '공관병·복지병 무단운용' 조사하고도 기관 통보 안했다

사이버사 댓글공작·공공기관 채용비리도 제보만 받아…권익위 "명확한 증거 없어"

2017.10.31(Tue) 17:14:37

[비즈한국] 국민권익위원회가 최근 도마에 오른 군 공관병·복지병 무단 운용 등을 2~3년 전 내부 제보와 민원을 통해 확인·조사하고도 부실하게 처리한 사실을 ‘비즈한국’이 확인했다. ​사이버사령부 댓글사건,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내부자로부터 제보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권익위는 이번 국회 국정감사에서 박근혜 정부 시절 고위 공직자 부패신고 처리를 허술하게 해왔다는 지적을 받았다. 앞서의 사건들은 국감에서 공개되지 않은, 추가로 확인된 사건들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박근혜 정부 시절 접수받은 공직자 부패사건을 허술하게 처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이종현 기자

 

# 현재 불거진 제보 사건 대부분 단순위반 통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채이배 의원(국민의당)은 지난 20일 권익위 국정감사에서 “박근혜 정부 시절 권익위가 접수받은 고위공직자 부패사건이 대부분 수사기관으로 이첩되지 않고 단순위반 통보로 종결돼 부패혐의가 사실상 무마됐다”고 주장했다.

 

채 의원이 입수한 자료를 보면, 권익위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300여 건의 신고를 처리했는데 이 가운데 혐의점이 확인된 21건의 공직자 부패범죄 사건을 수사기관에 이첩하지 않고 위반자 소속기관 등에 단순 통보했다. 

 

권익위의 통보를 받은 기관들은 ‘임원은 징계 대상이 아니다’는 이유로 경고 처분에 그치거나 실무자에게만 징계를 내렸다. 이에 따라 범죄 혐의점이 확인된 고위 공직자들은 형사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 

 

국감에서 공개된 사건 외에도 권익위가 허술하게 처리한 사건은 더 있었다. ‘비즈한국’이 전직 권익위 조사관과 내부 관계자들로부터 입수한 자료와 증언들을 종합하면, 권익위는 법 위반이나 비위 사실을 확인해 시정 권고를 결정한 최종 의결서까지 작성해놓고도 담당 기관에 보내지 않았으며, 감사원이나 수사기관에도 전달하지 않았다. 

 

# 3년 전 ​공관병 갑질 논란 제보 들어왔지만 국방부에 알리지 않아

 

최근 박찬주 육군대장의 ‘갑질 논란’으로 문제가 된 군 공관병·복지병 무단 운용이 대표적이다. 박찬주 대장 논란 후 국방부는 뒤늦게 군 공관병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9월 30일 이 제도를 폐지하고 빈자리를 민간인력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런데 권익위는 공관병·복지병 무단 운용 문제를 3년 전인 2014년 확인해 시정권고 결정을 내리고도 부실하게 처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15년 9월 권익위가 작성한 최종 의결서를 보면, 육군 제3군단장, 제12사단장, 제22사단장, 군 복지회관 관련 운영부대장 등은 식당, 숙박시설, 목욕탕 등 군부대 복지회관과 군 영외마트, 휴양시설(호텔·콘도) 등 군 복지시설을 운영하면서 인가된 병사에 더해 수십 명씩 초과 배치했다. 

 

권익위는 군 공관병, 복지병 무단 운용 사건을 2014년 신고 접수하고 1년여 동안 조사를 벌여 사실로 확인한 뒤 시정권고 결정을 내렸지만 국방부에 최종 전달하지 않았다.


초과 배치된 병사들은 주특기와 관계없이 사복 차림에 나비넥타이를 메고 서빙을 하거나 조리, 안내 역할을 맡았고, 지정된 일과시간 후에도 시설 청소 및 정리정돈을 했다. 3군단과 각 사단은 일부 복지회관과 휴양시설이 군사지역으로 지정돼 있는데도 군 관계자와 가족 외 민간인에게도 별도의 예약을 받아 2013년 1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적게는 8600만여 원부터 많게는 4억 3000만여 원의 순이익을 올리기도 했다.

 

권익위는 2014년 중순부터 2015년 8월 30일까지 1년여 동안 실지조사, 국방부 자료요청 등을 통해 조사한 뒤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최종 의결서까지 작성했지만, 국방부 감사관실이나 군검찰에 전달하지 않았다. 

 

익명을 원한 전직 권익위 조사관은 “사실관계가 확인되고 권익위 위원들의 최종 의결까지 나온 사건이 해당 기관에 전달되지 않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자세한 이유는 알 수 없다. (권익위) 내부에서 국방부와 각 군 사단장 등이 불편해한다는 내용이 전달되긴 했다”고 말했다.

 

# 사이버사 댓글공작 제보도 정식신고 접수 안 해

 

권익위는 ‘사이버사 댓글공작 사건’도 이미 2015년 내부자로부터 제보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이명박 정부 시절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도발 등 군 관련 사안은 물론,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김관진 국방부 장관 후보자 지지 여론 조성 등 정치적 사안까지 댓글공작을 벌인 의혹이 제기돼 최근 국방부가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조사 중이다. 

 

국방부 TF는 사이버사 창설 당시인 2010년부터 청와대에 사이버 대응 내용을 보고했고, 인터넷 매체를 직접 운영하며 7500여 건에 달하는 기사를 게시한 사실 등을 확인했다. 다른 전직 권익위 조사관은 “댓글공작에 대한 구체적 정황과 일부 증거가 담긴 자료 등을 입수했지만 정식 신고로 접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채용 비리도 앞서의 사건들과 비슷한 기간인 2014~2015년 사이 내부 제보로 신고가 접수됐다. 부패방지권익위법 제43조를 보면, 권익위는 수사에 관한 고충민원의 경우 이를 수사기관에 이송할 수 있다. 51조에는 “고충민원 조사과정에서 공무원의 고의·중과실 업무처리를 발견한 경우 지체 없이 감사원에 감사를 의뢰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당시 작성된 또 다른 의결서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권익위는 “향후 공정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재발방지대책을 강구할 것을 시정권고한다”며 현행법 위반 사실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그러나 신고와 조사 등으로 시정권고의 근거가 된 ‘확인된 사건’은 감사원이나 수사기관에 넘기지 않았고, 사건 당사자가 기관장으로 있거나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상급 기관이 아닌 지자체나 담당 기관에만 통보했다.​

 

​# 채용비리 인지하고도 미적미적…뒤늦게 신고센터 개설하기도 

 

반면 권익위는 최근 강원랜드, 금융감독원 등 공공기관 인사·채용비리가 불거지자 뒤늦게 “최근 5년간 공공기관 인사, 채용비리에 대한 특별신고기간을 적용한다”며 통합신고센터를 개설해 운영 중이다.

 

‘비즈한국’은 권익위에 지난 24일부터 구체적인 내용과 사건 접수 번호 등을 전달하고 총 세 차례 답변을 요청했다. 그러나 권익위는 31일 현재까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일부 과거 사건들은 전산화되지 않아 서류를 모두 찾아야 한다. 확인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권익위가 국정감사에서 “부패범죄의 명확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수사기관, 감사원에 이첩·이송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변한 내용에 대해서도 “현재로선 국감에서 밝힌 입장과 같다. 이 사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별다른 논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권익위 내부에서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이 나온다. 권익위의 한 관계자는 “전 정부 차원에서의 압박이나 외압 보다는 내부에서 스스로 움츠린 경향이 있다”며 “신고 대상이 된 기관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서 좋을 게 있느냐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말했다. 

 

권익위의 다른 관계자는 “권익위 각 부서에는 정부부처 등에서 파견 나온 직원들이 2~3명 배치된다”며 “신고와 제보를 확인하고 조사하는 과정에서 업무 이해도와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배치됐지만 일부 사건에선 ‘게이트 키핑’ 역할을 하며 ‘친정 식구’를 감싸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의 전직 권익위 조사관은 “최근 불거진 사건들은 내부 제보가 없었으면 지금까지도 이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것”이라며 “내부 제보자들이 공익신고 과정에서 보호를 받기 위해 권익위에 신고·제보를 하는데, 권익위에서 제대로 된 조사나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제2, 제3의 내부자들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 결국 악순환은 계속된다”고 지적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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